나의 이야기

[고수에게 듣는다]"경매 고수들은 상가·오피스텔 등 1~2가지 분야만 집중 연구"

웃는얼굴로1 2011. 7. 25. 01:06

최광석 부동산 경매 전문 변호사

선택과 집중에서 물건 보는 안목 길러져
성공보다 실패 안한다는 마인드로 투자를
욕심 앞서면 경매계 떠나야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경매가 돈이 된다는 확신, 선택과 집중 두 가지입니다. "

부동산경매 전문 변호사인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43)에게 경매 고수가 되는 지름길이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 16년간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최근 2년간 법정지상권, 유치권, 공유지분, 선순위 가압류 · 가등기 등 경매 특수물건에 대한 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많은 경매사건을 맡아온 베테랑답게 대답은 명쾌했다. 그는 우선 경매에 확신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어떤 분야든 고수가 되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 확신 없이는 중도 포기하기 쉽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경매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을 여럿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차근차근 이론과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반드시 경지에 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분야를 좁히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물건과 수익모델은 다양하다. 토지 아파트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오피스텔 상가 여관 등 부동산의 종류는 많다. 대항력있는 임차인, 유치권, 법정지상권, 공유지분, 선순위 가등기, 선순위 가처분 등 선택할 수 있는 수익 모델도 각양각색이다. 최 변호사는 "폭을 대폭 좁혀서 1~2가지만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경험하면 고수 반열에 오르는 시간이 빨라진다"며 "평생 투자하는 횟수가 많아야 10여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이것저것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경DB

 

실제 최 변호사의 고객 중 한 분야에만 집중해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경매 투자자들이 있다. 경매 전문 공인중개사 A씨는 여관만 투자한다. 여관을 전문적으로 거래한 덕에 좋은 여관을 보는 안목이 생겨서다. 그는 될 성부른 입지, 활성화 비법 등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실패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 토박이인 B씨는 강남구, 서초구에 있는 상업용 경매 물건만 공략한다. 그는 과거 그 자리에 어떤 업종이 입점해 있었는지, 주변에 어떤 업종이 몰려있는지 등에 대해 훤히 꿰고 있다. 대로변 이면도로 등뿐만 아니라 뒷골목까지도 손바닥 보듯 알고 있다. 현재는 말할 것도 없고 과거까지 훤히 알고 있다 보니 미래에 대한 예측도 정확하다.

또 다른 전업투자자는 미완성 상태에서 경매로 나온 건물과 도로로 사용 중인 토지만 공략한다. 경매절차법과 실체법에 대해 변호사 못지않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전문 투자 분야와 관련, 최 변호사는 "자신의 역량을 잘 살펴서 정하라"고 조언했다. 법률적 지식이 해박한 이들은 법률관계 분석이 필요한 특수물건을 선택하고, 물건 분석에 능한 이들은 저평가 물건이나 향후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은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의 역량, 동원 가능한 주변 인적자원 등을 냉정하게 평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가 투자 물건을 선정할 때는 당연히 법률적 쟁점이 있는 물건을 선택한다"며 "이런저런 능력이 없거나 주변에 조언을 해줄 전문가도 없으면, 수익률이 낮은 밋밋한 종목에 만족하는 게 현명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짧은 경험과 어설픈 지식을 믿고 쉽게 투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우려했다.

컨설팅업체나 경매 고수라는 사람들의 말만 믿고 입찰에 참여했다가 뒤늦게 문제점을 발견한 뒤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는 지적이다. 진정한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고, 그래도 자신이 없을 때는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한 뒤 응찰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 변호사는 "욕심부터 앞세웠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상처를 입고 경매계를 떠날 것이 뻔하다"며 "경매는 어떤 돌발 위험이 불거질지 모르는 위험한 투자인 만큼 크게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6개월에 한 권씩 특수물건에 대한 책을 펴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최 변호사는 "얕은 지식 위주의 개설서나 경매에 대한 허황된 환상을 심어주는 책이 판을 치는 현실을 바로잡고 싶었다"며 "전문가들이 쓴 좋은 경매 관련 책들이 앞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