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은평뉴타운 교통지옥 전락하나

웃는얼굴로1 2011. 6. 24. 13:18

 

#1. 대기업 사원 김모씨(39)는 최근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다 결국 포기했다. 급등하는 전셋값 때문에 아예 은평뉴타운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고질적인 교통난 때문에 발길을 돌린 것이다. 김씨는 "맞벌이 부부여서 도심으로 출퇴근여건이 가장 중요한데 지하철 외에는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다"며 "은평뉴타운의 교통대책으로 계획된 은평새길도 언제 개통될지 모른다는 말이 나와 구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2. 은평뉴타운에서 3년째 전세를 살고 있는 강모씨(40)는 최근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로 이사를 고려 중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출퇴근 스트레스 때문이다. 강씨는 "직장이 서울 광화문인데 아침 일찍 집을 나서도 회사에 도착하는 데 1시간이 더 걸린다"며 "같은 서울 강북지역인데도 교통이 불편해 일산에서 출퇴근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대한민국 뉴타운1호인 서울 은평뉴타운이 고질적인 교통문제에 발목이 잡혀 명성을 좀체 찾지 못하고 있다.

은평뉴타운은 서울시의 대대적인 개발계획 속에 서울 서북권의 주거지형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교통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평뉴타운은 1지구에 이어 2지구 입주가 마무리되고 3지구도 분양이 끝나 사실상 은평뉴타운 개발계획이 마무리 과정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입주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교통망 확충은 거북걸음을 하고 있어 은평뉴타운 입주민뿐 아니라 인근 경기 서북부권 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은평새길' 민원에 좌초 위기

대표적인 것이 은평뉴타운의 간선도로망 계획인 은평새길이다. 은평새길은 은평구 불광동 통일로에서 종로구 부암동 자하문길을 잇는 왕복 4차로, 길이 5.78㎞ 도로다. 서울시가 이 지역 교통난 해소를 위해 내놓은 핵심 교통대책으로 당초 2010년 초 착공해 2013년 말 개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산국립공원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반발에다 자치구와의 이해 대립 등으로 아직까지 착공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은평새길은 현재 기존 통일로의 교통정체를 완화하는 동시에 서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지만 종로구 주민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은평새길이 생기면 도심 접근도로인 자하문길에 교통혼잡이 야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은평새길 개통 목표를 당초보다 2년 늦은 2015년으로 미뤘지만 이마저도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입주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은평새길 개발계획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은평구와 종로구에서 열려고 계획했지만 이조차도 미뤄졌다.

 

현지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은평새길 신설사업이 서울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대로 갈 경우 개통시기가 더 늦춰져 서울과 경기 서북부 지역의 교통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 삼송·원흥 입주 땐 교통지옥

실제 은평뉴타운에서 도심으로 접근하는 대중교통망은 지하철3호선 구파발역 한 곳과 간선버스 4개 노선 정도다. 은평뉴타운에만 1만6000가구에 4만명이 거주하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게다가 은평뉴타운 주변으로 경기 고양 삼송지구와 지축지구, 원흥보금자리 주택지구 개발이 예정돼 있어 향후 이들 지역의 입주가 본격화되면 이 일대는 교통혼잡은 극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은평뉴타운과 주변 고양지역의 택지지구 개발이 완료되면 15만명 이상이 대거 입주하게 돼 교통대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은평새길 등 교통대책이 서둘러 시행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미분양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중에는 도시계획결정을 변경해서라도 착공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종로구청과 주민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