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식초다. 요즘에는 식초를 물에 타서 건강 음료로도 많이 마신다. 그런데 식초를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정산성누룩식초 '초야'와 산성누룩연구소(051-517-8746)의 김현수(42) 대표로부터 전통 식초 만드는 법에 대해 들었다. 그는 몇 년 전까지 생 막걸리를 만들다가 우리 누룩의 가치에 눈을 뜨면서 식초와 인연을 맺었다. "막걸리의 출발이 누룩이에요. 누룩의 최종 도착점이 식초고요. 균이 살아 있는 생 막걸리는 많이 알려졌는데, 천연 전통 식초의 장점은 많이 몰라요. 사람들에 좋은 점을 알리고 싶어요." 도대체 뭐가 좋기에?
#천연 전통 식초란?
"옛날에는 누룩을 이용해서 식초를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집에서 술 빚는 것을 금지하면서, 누룩 문화가 죽었어요. 식초를 집에서 만드는 문화도 같이 사라졌죠."
고두밥 만들어 식히고
누룩·물 넣어 막걸리로
찌꺼기 걸러내고 발효
3~6개월 숙성시키면 돼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신기했다. 식초는 사 먹는 것이라 알았던 초보 주부에게 만들어 먹는 식초 이야기는 생소했다. '귀찮은데 굳이 만들어 먹을 필요가 있냐'는 무식한 질문을 용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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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누룩연구소 김현수 대표가 가정용 더치커피 핸드드립 용기를 이용해 차조기 식초를 만들고 있다. |
그럼 그가 말하는 '천연 전통 식초'란 뭔가? 옛날 우리네 가정에서 만들던 방식의 식초로, 쌀과 누룩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다. 몸에 이로운 균이 살아 있어 건강식에 적합한 식초라 했다. 젖산 분해 효과가 탁월해 피로 해소와 소화에도 좋단다. 건강에 좋다는 것은 먹어 보질 않아 그런가 보다 싶었다. 하지만 생 막걸리 맛이 일반 막걸리보다 좋다는 건 확실히 안다! 전통 식초에 호기심이 생긴 것은 그 때문이었다.
만드는 법을 들어보니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하기야 예전에 모든 가정에서 만들어 먹던 것이라 하니, 제조법이 복잡하지 않을 터.
전통 식초에 관심을 보이자 이야기 하나를 더 들려준다. "옛날 부뚜막에는 식초를 담은 병이 항상 놓여 있었어요. 경상도에서는 이 병을 흔들면서 '초야 초야 니캉 내캉 백년 살자'고 읊조렸죠. 지금 할머니뻘 되는 세대는 다 아실 거예요." 100년 동안 같이 살고 싶을 만큼 귀하게 생각했던 전통 식초라…, 확실히 매력적이다.
#집에서 식초 만들기
집에서 전통 식초를 만들려면 우선 쌀로 고두밥을 만든다. 쌀을 씻어 하룻밤 충분히 불린 다음 물기를 빼고 김을 쐬어 찐다. 전기밥솥을 이용할 때는 쌀과 물의 비율을 1 대 1.1 정도로 해서 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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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전통 식초를 만들 때 항아리 입구는 헝겊으로 봉해야 한다. |
섞은 것을 옹기 항아리나 유리병에 넣고 섭씨 20도 정도의 실내에 둔다. 입구는 거즈 손수건 등의 헝겊으로 싸줘 공기가 통하도록 한다. 5일 정도 놔두면 막걸리가 된다. 막걸리의 찌꺼기를 거른 후, 다시 유리병이나 항아리에 담아 헝겊으로 입구를 막고 30도 정도의 온도에 보관한다.
이때 이미 만들어 놓은 전통 식초를 넣어주면 식초가 안정적으로 만들어진다. 양은 막걸리 찌꺼기를 거른 액체의 10분의 1 정도 넣는다.
예전에는 온돌방의 아랫목에 놔두고 발효를 시켰다. 요즘은 냉장고 위처럼 열기가 항상 있는 곳에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햇빛을 받지 않도록 조심한다. 또 발효 과정에서 초파리가 많이 날아든다. 짜임이 성긴 헝겊으로 입구를 봉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또 매일 병을 흔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액체 표면에 막이 생겨, 식초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식초가 완성된다.
만들어진 식초를 숙성시키면 맛이 깊어진다. 밀봉해서 냉장고에 3∼6개월 정도 두면 처음 식초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식초에 ○○을 섞으면
쌀 식초에 다른 재료를 첨가하면 맛이 다양해진다. 쌀 식초에 씨를 빼낸 포도를 갈아 즙을 낸 것을 섞어 주면 포도 식초가 된다. 매실이나 버찌를 발효시킨 효소 진액을 첨가하면 매실 식초와 버찌 식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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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만든 천연 전통 식초(왼쪽)와 더치커피 핸드드립 방식으로 만든 차조기 식초. |
더치커피를 만드는 가정용 핸드드립 용기에 말린 차조기 잎 가루를 넣는다. 그 위에 거름종이를 얹어준 후, 쌀 식초를 붓는다. 노란 식초가 차조기 잎을 통과하자 보랏빛으로 변했다. 오래 놓아 두면 색이 살짝 변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차조기 잎 대신 기호에 맞는 가루를 넣어도 좋다고 했다. 바나나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 식초를 만들면 바나나 식초도 맛이 괜찮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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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식초에 포도 즙을 넣은 포도 식초(왼쪽)와 버찌 효소 진액을 섞은 버찌 식초. |
#식초 응용하기
고등어를 식초에 절이면 초회를 만들 수 있다. 고등어의 배를 갈라 뼈를 발라낸 뒤 소금을 뿌려 2시간가량 염장한다. 소금을 씻어내고 물기를 뺀다. 고등어를 용기에 넣고 푹 잠길 정도로 식초를 넣고 2시간 정도 절여 주면 된다.
또 우유에 넣어 수제 라코타 치즈를 만들어도 좋다. 우유 1천㎖를 약한 불에 5~10분 정도 끓인다. 작은 기포가 발생하면 불을 끄고, 식초를 우유 위에 흩뿌리고 한 번만 저어 준다. 기호에 맞게 5~10큰스푼을 넣는다. 15분 정도 두면 우유가 응고되기 시작해 순두부와 같이 변한다. 거름종이나 천에 응고된 것을 걸러주면 치즈가 완성된다.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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