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아담스미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다. 그의 명저 ‘국부론’은 잘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경제를 알게 모르게 균형을 이루게 한다는 것쯤은 학교 다닐 때 배워서 알고 있다. 필자 역시 아담스미스가 1759년에 집필한 ‘도덕감정론’에 나오는 문구를 아주 좋아한다. ‘이기적인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가?’ 라는 문구는 필자의 블로그 대문에 적어 놓을 정도로 공감하고 있다. 인간은 경제학적으로 이기적인 존재이고 경제학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이다.
사유재산을 인정해 주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욱 노력해서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하고자 하는 욕구는 타인에게 위해를 주는 행동이 아닌 이상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개인의 발전은 곧 국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보면 이기적인 존재인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을 하기에는 많은 고민이 따른다. 왜냐하면 인간은 개인의 이기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서 과한 욕심을 부리다가 본인의 재정상태가 악화 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 부동산시장의 투자자들 행동을 보면 250여 년 전 아담스미스의 통찰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람들은 지극히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개인의 주관적 의견은 전혀 없이 그냥 군중이 몰려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도 자주한다. 부동산투자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오르면 몰려가서 사고 가격이 내리면 더 떨어질까 겁을 내고 팔지 못해서 초조해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심리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는 묘하다. 모르면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러나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옆집 철수 엄마, 영희 엄마, 세탁소 김 사장 모두가 부동산 투자를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니 나만 가만히 있으면 뭔가 뒤처지는 느낌이고 바보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이 상승하고 주변에서 돈 좀 벌었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부동산 쇼핑을 한다. 반대로 침체기에 빠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포감에 휩싸여 갖고 있던 물건을 처분하기에 급급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이리저리 휩쓸리며 대중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몰려다닌다. 이것이 바로 군중 심리다. 상식적으로 볼 때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가격 하락 요인보다는 상승 요인이 많은 부동산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 투자자가 많다. A라는 부동산은 다른 요인들은 동일하고 상승요인(역세권, 학군, 직주근접, 조망, 공권, 공공시설, 편의시설, 인구유입 가능성, 가처분소득이 높은 거주민의 수준)만 있다면 A의 부동산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반대로 B라는 부동산은 하락요인(혐오시설 등 상승요인과 반대되는 열악한 조건과 가처분소득이 낮은 거주민의 수준)만 존재한다면 B의 부동산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분명히 A의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오르지 않고 횡보를 한다거나 심지어는 약간의 조정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에 B의 경우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도 떨어지지 않고 횡보를 하거나 오르기도 한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질까? 사람들은 분명히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에 대해서 알고 있다. 알고 있다면 당연히 상승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해야할 부동산이다. 그런데 시장참여자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엉뚱한 선택을 한다.
원인을 살펴보자. 만약 A 부동산이 상승 요인을 많이 갖고 있음에도 횡보를 하거나 조정을 보인다면 이는 부동산 시장 전체가 하락기이기 때문이고, B 부동산이 하락 요인을 갖고 있음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라면 부동산 시장 전체가 상승기 국면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 상황이 대세 상승기에 들어서면 A 부동산의 가격은 B 부동산에 비해서 가격 상승률이 매우 높고 대세 하락기에 들어서게 되면 B 부동산은 평균하락률 이상으로 엄청난 가격하락을 맞이하게 돼 투자자로서 견디기 힘든 손실을 맛보게 된다.
알면서도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원인은 초보 투자자가 남들이 모두 수익을 얻었다고 하는 시기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즉, 대세 상승기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시기에 투자 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상승 요인이 많은 좋은 부동산은 가격이 이미 상당히 올라 있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는 접근하기가 힘들다.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떨어지면 어떡하나?’라는 심리가 들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A 부동산은 포기하고 아직 가격이 덜 오른 B 부동산을 선택한다. 아직 가격이 덜 오른 이유는 하락 요인을 많이 갖고 있는 부동산이기 때문인데 초보 투자자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아직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는 저렴하다는 이유로 하락 요인이 많은 부동산에 투자한다. 알면서도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다. 투자할 자금이 없어서 그렇다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법하다. 그런데 필자의 주변을 돌아보면 자금이 있는 사람도 B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선의 공인중개사무실에서도 B 부동산을 권하는 경우도 많고 아직 내공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들이 서로 간에 격려(?)와 잘못된 믿음으로 몰려가서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필자는 부지기수로 봐왔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 시장은 냉정하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경쟁자이며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락 요인을 많이 갖고 있어서 팔리지 않는 못난이 부동산을 대세상승기 끝자락에 아직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는 다른 부동산에 비해서 조금 밖에 안 올랐다는(유식하게 저평가되었다는 말로 둔갑한다) 이유만으로 투자하는 바보가 되지 말자. 모르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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