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중국인 의식주 지배하며 승승장구… 亞 시총 1, 2위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이자 온라인 게임 업체인 텐센트와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지난해 말 아시아 시가총액 1, 2위에 올랐다. 2016년 말 1위였던 삼성전자를 1년 새 나란히 제쳤다. 올 1월 발표된 중국 1000대 부호 순위(인터넷 매체 제몐)에서 텐센트와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화텅(馬化騰)과 마윈(馬雲)은 각각 1, 3위에 올랐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지난해 브랜드 가치를 각각 83%, 58% 키워 세계 상위 30대 브랜드 가운데 상승폭이 1, 2위를 기록했다.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알리바바의 지난해 매출은 2267억위안(약 38조5390억원)으로 상장 첫해인 2014년 매출(708억위안)의 세 배를 웃돌았다. 텐센트도 지난해 1~9월 매출이 1714억위안(약 29조1380억원)으로 2014년 한 해 동안 매출(789억위안)의 두 배를 넘어섰다. 두 회사의 고성장은 ‘큰물에 큰 물고기가 산다’는 말처럼 거대 내수시장 덕이 크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매출의 해외 비율(2016년)이 각각 5.23%와 24.32%로 낮아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의 80배 수준으로 커진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합친 점유율이 90%를 웃돈다.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텐센트와 알리바바 계열 앱에 하루 평균 머무는 시간도 각각 407.2분과 145.9분으로 1, 2위다. 중국 인터넷을 넘어 소비산업을 이끄는 ‘양마(兩馬)’의 질주는 소비 주도의 경제구조로 전환 중인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의 탐구 대상이 될 만하다. 해운 회사 사장을 지낸 부친을 둔 마화텅과 저장성 곡예가(曲藝家·한국의 판소리꾼 격)협회 회장 출신의 부친 밑에서 자란 마윈은 서로 닮았으면서도 다른 점이 적지 않다.
“대다수 기업들이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그대로 그렸지만, 우리는 고양이를 보고 사자를 그렸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의 말이다. 모방에 머물지 않고 중국에 맞는 맞춤형 혁신으로 차별화했다는 얘기다. 이는 알리바바의 성장과정에서도 관찰되는 전략이다. 한국 온라인게임 유통으로 성장한 텐센트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 중국 역사·신화를 반영해 만든 모바일 게임 ‘영광의 왕(王者荣耀·왕자영요)’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게임에 올랐다. 텐센트의 위챗과 QQ는 각각 모바일 소셜 메신저 킥(kik)과 인스턴트메신저 ICQ를 모방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 앱 1, 2위(2017년 기준)에 올랐다. 초대손님을 음악으로 환대하는 중국 관례를 본따 블로그 QQ 공간의 배경음악으로 음원을 판매하는 전략이 먹혔다. 위챗페이는 훙바오(紅包·세뱃돈이나 축의금을 담는 붉은색 돈봉투) 문화를 모바일로 처음 구현한 덕에 중국 오프라인·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올 춘제 연휴에 위챗을 통해 훙바오를 주고받은 사용자만 7억6800만 명으로 10% 증가했다. 알리바바는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을 본딴 알리페이를 내놓았지만 불신이 강한 중국에서 일정 기간 결제 대금을 보관하는 미세 혁신을 적용해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의 성장 장애물을 제거했다. 작년 12월 기준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의 모바일 월간 활성 사용자는 5억8000만 명으로 3개월 새 3100만 명 늘었다. 닮은꼴 2 | 위기에 강한 리더 마화텅과 마윈은 모두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는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헝위앤(朱恒源) 칭화(清華)대 글로벌 산업 4.5연구원 부원장은 “마화텅 회장이 위챗을 출시한 후 ‘모바일 경제에 올라 탈 배표를 구했다’고 말한 건 생존의 위기감 속에 위챗을 개발했음을 보여준다”며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위기론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당시 미국의 가전 매장에서 먼지 쌓인 삼성 제품을 본 뒤 신경영 선언에 나선 것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마화텅 회장 스스로도 창업 이후 세 차례 위기를 겪었다고 회고한다. 운영자금이 바닥나 QQ를 팔려고 했을 때 퇴짜 맞은 일, 마이크로소프트(MS) MSN과의 경쟁,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출현이 그것이다. 선전(深圳)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마화텅 회장이 무선호출 서비스 업체에서 일한 경력은 PC로 메일이 오면 휴대전화로 알려주는 수익모델을 만든 밑거름이 됐다. “오늘 힘들고 내일 더 힘들겠지만 모레는 아름다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레가 오기 전에 죽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1초만 또 1초만 견뎌라.” 마윈 회장의 얘기다. 우직한 열정과 대담함은 손정의 소트트뱅크 사장으로부터 6분 만에 2000만달러를 투자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덕분에 2000년 닷컴 버블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마 회장은 포레스트 검프를 ‘마음의 영웅’이라고 말한다. 창업 초기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성공하면 배가 에베레스트산으로 올라가는 것과 같다는 시선에도 마 회장은 검프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전자상거래 모델을 기업 대(對) 기업(B2B)에서 개인 대 개인(C2C)과 기업 대 개인(B2C), 다시 온·오프라인 융합(O2O)으로 확장하는 식으로 성장의 돌파구를 찾았다.
마화텅 회장은 중국 정부가 2015년 시작한 인터넷 플러스 정책의 아이디어 제공자로 통한다. 텐센트는 전통 산업과 행정에 인터넷을 접목하는 인터넷 플러스를 실제 사업모델로 채택했다. 작년 12월 광저우에서 위챗으로 전자신분증을 발급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마 회장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시동을 건 웨강아오(粤港澳·광둥, 홍콩, 마카오) 빅베이 개발사업의 후원자로도 나섰다. 텐센트는 중국 정부가 육성 중인 인공지능(AI)과 신유통에서도 알리바바와 함께 당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작년 11월 중국 정부는 텐센트를 의료 및 헬스 분야 AI 플랫폼 선도기업으로 지정했다. 알리바바는 스마트 도시화를 위한 AI 플랫폼 개발 사업을 맡기로 했다. 중국 유통시장을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양대 신유통 진영으로 재편시키는 것 역시 정부의 공급 측 개혁과 맞닿아 있다. 중국 상위 11개 체인 유통업체 가운데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회사는 쑤닝 등 7개사에 이른다. 마윈 회장은 “미래의 유통 60~80%는 신유통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알리바바가 작년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11월 11일) 행사에 빅데이터로 상품 구성을 추천하고 공급까지 대행하는 자사의 링샤오퉁(零售通) 서비스에 가입한 기존 수퍼마켓 60여만 곳을 참여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두 회사는 중국 정부의 보호로 단기간에 성장한 ‘무균 상자 안에 사는 아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탈빈곤 사업에도 힘쓰는 등 당국의 노선에 충실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위챗이 서비스 개시 433일 만에 달성한 가입자 1억 명은 세계 인터넷 업계에서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완리 텐센트 위챗 마케팅 경리) 위챗 팀은 QQ의 모바일판 개발팀과 경쟁하며 기능을 확장했다. 마 회장은 중복경쟁을 자원 낭비로 보지 않는다. 내부경쟁 문화는 살기 위해 자궁 속에서 형제를 잡아먹는 상어의 자궁에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양진호 텐센트 글로벌퍼블리싱센터 디렉터는 “실패를 용인하고 긴 시간 기다려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도 헐뜯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텐센트의 최대 매출원인 온라인게임 부문의 지난해 최고작인 ‘영광의 왕’은 청두(成都)에서 별 성과를 내지 못했던 팀의 대박 작품이다. 알리바바에도 경쟁의 기업 문화가 스며 있다. 반년마다 ‘361식’ 인사평가가 이뤄진다. 10명 가운데 가장 잘한 3명, 평균 6명, 가장 못한 1명으로 나눈다. 연말 상여금과 승진에 영향을 주지만 2년 연속 가장 못한 그룹에 끼면 회사를 관둬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알리바바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정도가 텐센트보다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마윈(왼쪽) 알리바바 회장과 마화텅 텐센트 회장. <사진 : 블룸버그> 다른 점 2 | 생태계 전략 “텐센트는 투자한 기업을 소유하려는 알리바바와 다른 탈중심 전략을 펴고 있다” (위자닝·于佳宁·공업신식화부 공업경제연구소장) 텐센트는 절반의 생명을 파트너에게준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텐센트는 SNS와 문화, 오락에 집중하고 전자상거래, O2O, 신제조, 행정서비스 등은 사업 연계와 유량 (流量) 공유를 하는 식으로 파트너들과 개방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텐센트는 지분으로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의 최대 주주이지만 경영에 직접 간여하지 않는다. 마윈은 사회 혁신의 엔진이 되기 위해 ‘경제체’ 형태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1000만여 개의 중소기업들이 알리바바라는 ‘경제체’의 기술과 자원 그리고 인프라 등을 이용해 전 세계 20억 명의 고객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해 1억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길게 보는 전략은 비슷하다. “텐센트는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혁신을 중시한다”는 진단은 신규 사업을 시작하면 처음 3년은 수익성은 따지지 않고 지속 가능성만 보는 등 10년을 한 사업의 주기로 보는 알리바바의 전략과 오버랩된다.
마화텅은 조용하고 온화한 리더십을 보이는 반면 마윈은 공개강연을 즐기고 유명인사와의 교류를 과시하는 스타형 행보를 한다. 마화텅은 창업 10년째인 2008년 처음으로 직접 대중 앞에서 회사 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창업 초기 자신의 명함에 ‘엔지니어’라고 표기하고 영업 현장을 직접 뛰어다닌 경력에서도 그의 스타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마화텅은 “오늘 밤 떠오른 아이디어는 오늘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내일은 100명의 경쟁자가 생길 것이다”고 속도감을 주문한다. 한 직원은 새벽 2시에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마 회장에게 보내놓고 잠을 청했는데, 20분도 안 돼 ‘이 부분을 고치라’는 답신 메일 도착 알림음을 듣고 잠에서 깼다고 한다. 텐센트는 마 회장이 선전 상인의 특징으로 꼽은 실무적이고, 허풍 떨지 않고, 일단 얘기를 하면 전력을 다하는 식으로 혁신을 추구한다. 텐센트는 마케팅에 주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마케팅에 매우 강한 기업으로 통한다. 마윈은 창업한 이듬해인 2000년부터 서호논검(西湖论剑)이란 포럼을 열어 유명인사를 초청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도 그렇게 ‘친구’가 됐다. 다보스 등 주요 포럼 유명연사이기도 한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당선 후 처음 만난 중국 기업인일 만큼 해외 정상과의 교류가 많아 ‘걸어다니는 마케팅’이라고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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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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