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점프! 강소기업이 떴다] [11] 유전자 분석 '마크로젠'
초저가·초스피드 전략으로 성공
암 등 중증질환 걸릴 확률·시기 개인에게 알려주는 사업 진행
"45억 아시아 시장 선점… 10년내 매출 1兆 시대 열 것"
"방대한 유전자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이 언제 어떤 병에 걸릴지 알려주는 개인 맞춤형 의료 시장에서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유전자 분석 기업 마크로젠의 서정선(66) 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연구소에서 본지 기자를 만나 "창업 20년 만에 세계 각국에서 4만명 이상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했다"며 "지금까지는 유전자를 누가 더 정교하게 분석하느냐 하는 싸움이었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빅데이터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고 질환 발병 예측에 활용하느냐로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 ▲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이 지난 19일 경기도 분당의 연구소에서 유전자 분석에 사용하는 시약과 스포이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서 회장은“그동안 전 세계 인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경험을 토대로 암·치매 발병을 예측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바이오 벤처 1세대인 마크로젠은 전 세계 제약사·연구기관·대학에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유전자 DNA를 구성하는 염기 서열 정보를 해독해 당뇨·치매 같은 질병 유전자 정보를 의뢰 기관에 제공한다. 서 회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1997년 학교 연구실에서 마크로젠을 창업했다. 그동안 연구용 데이터를 분석해왔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겐 낯설지만 민간 기업으로는 세계 최다(最多)인 153국 1만8000여 곳의 병원·제약사 고객을 확보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메이요 클리닉 등 세계적 유전공학 연구 기관들과 글로벌 제약사들이 마크로젠에 유전 정보 분석을 맡긴다. 마크로젠은 지난해 매출 1018억원 중 67%인 684억원을 국외에서 벌어들였다.
◇'5달러' 파격 상품으로 유전자 분석 강자 발돋움
서 회장은 1990년대 미국에서 사람의 유전 정보를 해독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유전자 분석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 회장은 미국·유럽의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초(超)저가·초스피드' 전략을 내세웠다. 그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려 단시일 안에 성장한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2002년 서 회장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단돈 5달러만 내면 48시간 안에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이색 광고를 실었다. 당시 유전자 분석에는 20달러가량이 들었는데 이를 4분의 1로 낮추고, 시간까지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른 분석 기관들은 "말도 안 된다"며 비난했지만 마크로젠은 유전자 분석에 들어가는 화학 시약을 8분의 1가량으로 낮추는 기술로 초저가 서비스 출시에 성공했다. 검사 샘플을 국제 특송으로 받고, 인터넷 홈페이지와 이메일로 검사 결과를 제공해 검사 소요 시간도 대폭 단축했다.
마크로젠의 성장에서는 서 회장의 연구 역량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서 회장은 2009년 한국인을 대상으로 세계 5번째 인간 게놈 분석을 마쳤고, 2016년에는 한국인의 표준 유전체 지도를 발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로부터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인간 게놈 지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전자 빅데이터로 45억 아시아 시장 선점
최근 마크로젠은 또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질병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마크로젠은 전 세계인의 유전자를 분석하며 구축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암이나 알츠하이머 등 중증 질환에 걸릴 확률과 시기를 분석해 알려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질환과 관련된 개인 유전 정보를 제공할 수 없지만 관련 규제가 거의 없는 미국·유럽 등 국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현재 아시아인 10만명의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아시안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동안 구축한 유전자 분석 노하우에 한국인과 아시아인 게놈 지도를 완성한 경험을 더하면 45억 아시아 시장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매출 100억원에 이어 지난해 처음 1000억원을 돌파한 것처럼 앞으로 10년마다 10배씩 회사 규모를 키우고 싶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개인 맞춤 의료 사업을 본격 확대해 2027년에는 매출 1조 시대를 여는 게 목표입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3/2018022300001.html#csidxf899cf2c7b40b999f0da713025a6a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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