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사설] 재건축 '사다리 걷어차기'

웃는얼굴로1 2018. 2. 22. 16:16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재건축의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규제안을 내놨다. 준공 후 30년 지난 아파트라도 붕괴할 정도로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을 때만 재건축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신규 재건축을 막겠다는 말이다. 정부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가격 급등이 전체 서울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강남 재건축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받는 곳은 주로 비(非)강남권이다. 준공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안전진단 신청을 내지 않아 새 규제가 적용될 아파트는 서울에 총 10만 가구가 있다. 그 상당 부분이 양천구(2만4358채), 노원구(8761채), 영등포구(8126채) 등 강남권 이외 지역이다. 반면 안전진단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단지가 많은 강남구(7069채), 서초구(2235채)는 규제 적용 대상이 적다. 결국 강화된 규제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희소성을 높여 강남 집값을 올리고 가격 양극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치는 재건축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수밖에 없다. 강남권 재건축이 일단락되고 비강남권에서 재건축이 본격화되려는 시점에 돌연 정부가 문을 닫아건 셈이기 때문이다. 목동·상계동 등엔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고 저녁마다 주차 전쟁을 벌여야 하는 노후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이들에게 갑자기 까다로운 안전 기준을 들이대며 재건축을 봉쇄하면 납득할 주민이 적을 것이다. '강남 특혜'라는 반발도 나올 수 있다.

이번 조치가 집값 안정 효과를 낼지도 의문이다. 재건축 봉쇄가 새 아파트 공급을 줄여 중장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서울엔 대규모 택지가 바닥났다. 재건축까지 닫아건다면 몇 년 안에 신규 아파트 부족 사태를 빚을 것이다. 서울 집값을 잡을 근본적 해결책은 소비자가 찾는 '좋은 집' 공급을 늘리는 것뿐이다. 이 유일한 해결책을 놓아두고 정부는 투기 수요만 때려잡으면 된다며 정책 역(逆)주행을 계속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1/20180221032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