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점프! 강소기업이 떴다] [9] 진단시약 업계 강자 '씨젠'
천종윤 대표, 학창시절 결핵 걸려 동시·다중 검사의 필요성 느껴
시약 1개로 병원체 28종 검사… 세계 최초로 개발 '히든챔피언'
외국 업체는 3~4종만 가능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도 도입
지난달 30일 서울 방이동의 씨젠 본사 10층 연구실. 방안을 가득 채운 소형 냉장고만 한 크기의 실험장비 속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플라스틱 용기들이 열을 지어 이동하면 자동으로 용액들이 주입됐다. 바로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DNA를 찾아내는 분자진단 시약들이다. 시약들은 다음 단계에서 인체에서 검출한 시료와 결합했다. 천종윤(61) 씨젠 대표는 "시약들이 병원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지 품질을 검사하는 로봇 장비"라며 "예전에는 연구원들이 직접 손으로 하던 작업이지만 최근 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동화 장비로 바꿨다"고 말했다.
- ▲ 지난달 30일 서울 방이동 씨젠 본사 연구실에서 천종윤 대표가 최대 28종의 병원체 DNA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시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주완중 기자
씨젠은 세계 최초로 하나의 시약으로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28종까지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외국 제품은 많아야 3~4종을 동시 진단하는 데 그친다. 씨젠은 이 성과를 기반으로 2010년 코스닥 상장 첫해 매출 250억원에서 지난해 880억원(추정)으로 성장했다. 매출의 81%가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씨젠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세계 3위 이내인 기업에 주는 '코스닥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했다.
◇해외에서 먼저 기술력 알아줘
천종윤 대표는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로 있던 2000년 실험실 벤처로 씨젠을 창업해 결핵 진단 시약을 개발했다. 당시 질병 진단은 한 번에 한 병원체만 검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 대표는 처음부터 어떤 결핵균에 걸렸는지, 또 기존 치료제에 내성(耐性)이 있는지 없는지 동시에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자신이 결핵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학도 4~5년 늦게 졸업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 같은 동시 다중 검사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씨젠은 분자진단에 집중했다. 분자진단은 환자에서 채취한 혈액 등에서 결핵 같은 특정 병원체에만 있는 DNA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분자진단 시약에는 그런 병원체의 DNA 가닥에 마치 지퍼처럼 결합하는 인공DNA가 들어 있다. 여러 종류의 인공 DNA들을 한 번에 쓰면 동시에 여러 병원체를 검사할 수 있다. 천 대표의 예측은 적중했다. 분자진단 시장은 2011년부터 연평균 13.8%씩 성장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90억달러(한화 약 9조8000억원). 천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춘 검사 장비를 공급해왔다면 우리는 시약이라는 소프트웨어 기술로 시장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로슈와 미국 애보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서너 가지 병원체만 동시에 검사하는 시약을 썼다. 인공 DNA의 종류가 그 이상 늘면 자기들끼리 결합해 제대로 검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씨젠 연구진은 인공 DNA들이 자기들끼리 결합하지 않도록 최적의 구조와 조합을 찾았다. 2015년에는 소화기 질환, 호흡기질환, 성감염증 분야에서 각각 25·26·28종의 병원체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시약까지 개발했다. 씨젠의 시약은 유럽 등 해외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씨젠 매출의 절반이 유럽에서 나온다. 같은 증세로 보여도 감염되는 병원체들이 제각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다중 진단 시약 수요는 더 늘고 있다. 예를 들어 결핵인 줄 알고 검사해 보면 결핵균에 폐렴균까지 감염된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도입
천 대표는 "올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인공지능이 씨젠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씨젠은 2016년부터 물리학과 수학, 컴퓨터 등 비(非)바이오 연구 인력을 50명 이상 뽑았다. 지하 1층에는 국내 이공계 대학보다 뛰어난 컴퓨터 서버 시설도 갖췄다. 인공지능은 축적된 DNA 해독 정보와 연구 결과를 기계 학습한 뒤 최적의 시약 구조를 스스로 알아냈다. 천 대표는 "숙련된 연구원 서너 명이 1년 걸려 시약 하나를 개발하던 것이 이제는 인공지능이 3~4일에 하나씩 개발한다"며 "개발 비용도 50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씨젠은 올해는 500여 가지 DNA 검사를 한 장비에 통합할 계획이다. 천 대표는 "병원에서 16가지 장비로 하던 일보다 더 많은 일을 장비 하나로 할 수 있다면 세계 표준기술이 될 수 있다"며 "누구나 컴퓨터를 쓰듯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DNA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5/2018020502883.html#csidx450b4ac71eb2622957b0203285a55f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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