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를 투기수요로 오판한 것일까? 정부가 투기 수요를 잡겠다며 8·2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엔 실수요 행렬이 몰리며 청약 열기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수억원을 쥐고 있어야 청약을 할 수 있다는 강남권 아파트 특별공급에서 10대 1의 경쟁률, 일반공급에서 168대 1의 청약률이 나오는가 하면, 분당 신도시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성남 구도심 신축 단지 청약에도 1만여명이 몰렸다.
신축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들의 열망을 정부가 투기 수요로 오판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과 수도권에 분양된 신규 단지 청약률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투기지역 지정, 청약자격 강화 등의 강력한 규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GS건설에 따르면 이달 6일 서초구 잠원동에 지어지는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견본주택에서 기관추천, 다자녀, 신혼부부, 노부모부양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청약 접수 결과, 44가구 모집에 449명이 신청해 평균 1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서울의 경우 특별공급에서 전 주택형이 마감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용면적 59㎡A는 18가구 모집에 267명이 접수해 14.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역시 올해 서울 최고 청약 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98가구 모집에 무려 1만6472명이 몰려 평균 168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5가구가 공급된 전용 59㎡C에는 2550명이 몰려 510대 1의 최고 경쟁률이 나왔다. 앞서 GS건설이 7월 분양한 ‘신길 센트럴 자이’ 의 올해 서울 최고 청약률(56대 1)을 가볍게 갈아치운 것이다.
이 단지는 모든 주택 유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시공사인 GS건설이 중도금 40% 대출을 알선하기로 했지만, 가장 면적이 작은 전용 59㎡라도 계약금(10%)과 개인 대출로 마련해야 하는 중도금 20%를 합하면 3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인근 아파트 분양가의 10%를 초과하면 분양보증 승인을 내주지 않는 이른바 ‘10% 룰’을 적용해 분양가가 3.3㎡당 평균 4700만원에서 425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청약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인식이 퍼졌지만, 까다로운 청약조건 탓에 이 정도로 수요자들이 몰릴지 업계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특별공급의 경우 한 가구가 평생 단 한 번 신청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행사 한 대표는 “특별공급에 수요자들이 이만큼 몰렸다는 것은 입지가 그만큼 좋다는 뜻도 있지만,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실수요층이 풍부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청약시장, 재건축시장에 투기수요가 많아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지만, 실제로는 이들이 실수요자들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남권이 아니더라도 신축 아파트의 인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SK건설이 마포구 마포로 6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주상복합단지 ‘공덕SK리더스뷰’는 19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6739명이 몰려 평균 34.6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건설, 롯데건설이 함께 경기 성남 신흥동 신흥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산성역 포레스티아’는 평균 8.8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산성역 포레스티아의 경우 이 지역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분당구가 아니라 성남 구도심인 신흥동에 지어지는 아파트였는데, 1228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만912명이 몰렸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계속해서 부동산 과열 지역을 규제하겠다는 신호를 주고 있지만, 오히려 과열 지역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서울이나 수도권 유망 지역의 경우 신축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가 예상보다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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