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오윤섭]다주택자들 왜 매물을 내놓지 않을까?

웃는얼굴로1 2017. 8. 20. 21:12

8.2대책 이후 다주택자들은 대부분 버티기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또 매수타이밍을 놓친 강남 부자들은 이번 기회에 급매물을 노리고 있습니다. 반면 실수요자들은 체감할 수 있는 급매물이 나오지 않아 줄어든 대출금액 이상으로 당황해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오윤섭의 부자노트에서는 다주택자들이 과연 8.2대책 이후 매물을 내놓을 것인가를 분석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문재인정부는 8.2대책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발표하고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하든지 아니면 내년 3월까지 팔든지 선택하라고 선포했습니다.


참여정부 때 쓰라린 경험을 한 문재인정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규제의 ‘그물망’을 촘촘히 만들었습니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3년 10.29대책을 발표하고 2004년부터 1세대 3주택이상 다주택자에게 양도세율 60%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양도세 유예 기간을 1년을 줬습니다.


2004년 1년간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양도할 경우 양도세를 일반세율(당시 9~36%)을 적용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해줬습니다. 단 주택을 유예기간에 사지 않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2004년은 10.29대책에다 2004년 4월 강남3구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지방 대도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으로 거래절벽이 발생했습니다. 다주택자의 매물은 쏟아지지 않았습니다. 2004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대비 30% 감소했고 주택거래신고지역인 강남3구는 절반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매매가는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강남3구 약세에 힘입어 연초대비 0.5% 안팎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조정-상승-조정을 거듭하던 2004년 수도권 주택시장은 그해 가을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2005년 상반기 두자릿수 상승을 하며 다시 폭등했습니다. 결국 2005년 하반기에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완결판이라는 8.31대책이 나왔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참여정부에서 집값을 잡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실패한 정책입니다. 이번엔 다르다? 다르지 않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든 중과 유예든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택시장이 침체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양도세 중과가 유예됐지만 시장이 계속 거래침체에 시달렸습니다.


문재인정부 8.2대책 이후에도 다주택자 매물은 많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8.2대책 이후 2주간 수도권 주택시장에 다주택자 급매물은 일부 지역에서 단지별로 한두건씩 나오고 있습니다.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는 경우


다주택자가 급매로 내놓은 경우는 대부분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입니다. 한마디로 돈에 쪼달릴 때입니다. 그런데 다주택자에게 급전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꾸준히 나오게 하려면 팔고나서 살수 있는 주택이 있어야 합니다. 50대 이상 다주택자들은 대부분 주택을 팔고 또 다른 주택을 삽니다. 하지만 8.2대책으로 살 매물(특히 급매물)이 없는데다 사지 못하게 해놓아 굳이 급매로 팔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주택자들은 8.2대책이후 관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많이 한 다주택자가 급매로 내놓을 수는 있습니다. 특히 갭투자자가 전세입자를 맞추기 힘들 경우 급매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8.2대책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매매수보다 전세수요가 늘어 전셋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갭투자자가 급매로 내놓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팔 필요가 없다면 전셋값을 올리며 버티면 되니까 말입니다.


다주택자보다는 오히려 실수요자의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잔금대출 규제 때문입니다. 특히 8월 3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한(8월 3일 이후 분양권 입주권을 사서 중도금 대출을 승계한) 아파트는 입주시점 잔금대출 받을 때 종전 LTV 70%, DTI 60%에서 최악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에선 각각 30%, 30%(조정대상지역 50%, 40%)를 적용받게 됩니다. 


입주때 잔금 대출을 받아 중도금 대출(분양가의 60%)을 갚고 잔금(분양가의 30%)을 내야하는데 LTV DTI 규제로 줄어든 대출금액으로 잔금을 맞추지 못해 입주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때 실수요자의 선택은 2가지입니다. 잔금 납부일이 오기전 팔거나 전세를 줘서 잔금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셋값이 낮아 잔금을 충담하지 못하면? 시장에 급매로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정리하면 8.2대책 이후 급매물로 내놓는 사람은 돈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기초체력이 약한 사람입니다. 반면 기초체력이 튼튼한 다주택자들은 8.2대책 이후 좀처럼 급매로 내놓지 않습니다. 더욱이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가치가 올라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시대엔 말입니다. 양도세 중과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팔지 않으면 양도세를 내지 않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