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서울 용산의 한 신규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30도를 훌쩍 넘긴 무더운 날씨에도 견본주택 앞은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겨우 들어갈 정도로 많은 대기 인파로 북적였다.
견본주택을 찾은 문의식(47)씨는 “서울 이촌동에 살고 있는데 투자 목적으로 청약할까 생각 중”이라며 “앞으로 분양권 전매가 쉽지 않지만 인기 지역은 사두면 오를 것 같다”며 “입지만 괜찮으면 프리미엄은 걱정 안 한다”고 말했다.
이 견본주택엔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주말을 포함해 3일 동안 약 2만8000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문을 연 17개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견본주택에는 20여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6·19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에서 처음 분양한 은평구 수색동의 한 아파트는 지난달 28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324가구 모집에 1만2305명이 몰려 평균 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서울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보라매 SK뷰’(28대 1)의 기록도 갈아치웠다.
◆ 부동산 대책 비웃는 열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웃듯 분양시장은 펄펄 끓고 있다. 인천 등 정부 규제에서 벗어난 지역은 물론 투기 차단을 위해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된 서울에서도 청약 경쟁률이 대책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서울 강남 집값 상승세는 꺾인 것처럼 보이지만 서울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고 내년부터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결국 다시 오를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규제에서 빠진 ‘갭 투자’는 여전히 뜨겁고, 부동자금이 오피스텔과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지역·가격·소득별 맞춤형 ‘핀셋 규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공급 대책이 빠진 ‘경고장’만으로는 과열된 부동산을 진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화된 대출규제가 3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단지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려는 수요와 서둘러 분양을 마무리하려는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최근 분양 열기가 뜨거웠다”며 “내년부터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분양 시장을 달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움츠린 강남 재건축, 다시 반등할 것”
정부가 6·19 부동산 대책에서 정조준한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열기는 잠시 소강상태다.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일대 재건축 거래는 뜸해졌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6월 4주차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0.11% 상승해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아파트(0.17%)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재건축 사업추진이 빠른 단지가 많은 서초구는 0.42% 올랐지만, 강남은 0.04%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고, 강동(-0.18%), 송파(-0.07%)는 오히려 하락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학사공인 관계자는 “정부 합동 투기단속과 부동산 대책이 겹치면서 최근 호가가 4000만~5000만원 내렸다”며 “재건축 조합원 분양 가구수를 1채로 줄이는 규제가 나오다 보니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의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결국은 다시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이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몰리는 재건축 수요를 일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해 더 강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8월에 나올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강력한 대책이 되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상승률이 둔화하더라도 하반기까지 꺾일 가능성은 적을 것 같다”며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는 자산가들은 LTV·DTI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했다.
◆ 규제에서 빠진 갭 투자 여전히 활개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gap) 투자’는 부동산 대책 시행 후에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된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갭 투자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6·19 부동산 대책에서 갭 투자에 대한 처방이 빠진 것도 갭 투자를 더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규제가 강화됐지만 갭 투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갭 투자는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삼는 전형적인 ‘레버리지 투자’로 주택담보대출을 거의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양권 전매가 막혀 오히려 갭 투자로 쏠리는 경향도 있다.
서울 성수동 S공인 관계자는 “요즘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겠다는 갭 투자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갭 투자를 할 만한 매물이 있는지, 갭투자를 하려면 얼마가 필요한지를 묻는 전화가 많이 오는데, 대출이 막혀도 갭 투자를 이용한 거래는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부동산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출규제 시행 1주일]①다시 문 연 개포동 부동산.."대출규제 신경안써요" (0) | 2017.07.09 |
---|---|
'강남' 투기세력은 외지인? (0) | 2017.07.08 |
[시장보고서] 탈서울인구 몰리는 경기도 지역은 어디? (0) | 2017.07.07 |
슬그머니 문 여는 강남 부동산.."호가도 슬금슬금" (0) | 2017.07.07 |
[하반기 부동산 전망]"서울 입주물량 적어 오름세 지속..금리인상 최대 변수" (0) | 2017.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