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시설ㆍ맞춤서비스 자랑
골목상권ㆍ기존 임대주 ‘울상’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역 3번 출구 옆에는 6735㎡의 공터가 있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역세권이라 면세점이나 특1급호텔이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최근 청년임대주택이 확정됐다. 미래에셋이 지난달 말 서울시로부터 임대주택 건설을 승인받으면서다. 대기업의 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 첫 사례다.
통신업체 KT의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는 ‘리마크빌’이라는 전문 임대주택 브랜드로 서울, 부산 등 4곳에서 2231가구를 선보였다. KT에스테이트는 전국에 보유하고 있는 옛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 2020년까지 1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운영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도 문 닫은 은행 지점 부지를 활용해 서울ㆍ수도권ㆍ부산 등지에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를 올해까지 6000여 가구 공급할 방침이다. 롯데자산개발, 신세계건설도 임대주택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SK그룹의 부동산 개발회사 SK D&D와 KT&G 등도 임대주택 사업 진출을 검토 중에 있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임대주택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전세에서 월세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수익이 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들의 주거 소유 형태 가운데 ‘보증금이 있는 월세’의 비중은 20.3%로 10년 전에 비해 5%포인트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비중은 15.5%로 7%포인트 떨어졌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시에서 요구하는 임대료가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장기적인 자금 운용으로 볼 때 기대수익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진출은 임대주택 시장에 일종의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켜 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KT에스테이트는 리마크빌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냉난방, 조명, 도어록 등을 원격제어할 수 있도록 하고, 룸클리닝ㆍ세탁서비스 대행 등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의 임대주택도 홍대 상권의 특성에 맞춰 지하에 공연장을 비롯한 커뮤니티 시설을 강화할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뉴스테이 사업을 통해 임대주택은 싸구려 주택이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ㆍ지역 임대업자들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논란을 지피고 있다. 실제 서울 신당역 인근에 리마크빌이 들어선 후 일대의 다른 오피스텔은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이 지역 W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이 지역에 100~300여 세대의 오피스텔 건물 세 개 정도가 있었는데, 리마크빌이 한번에 800여 가구를 풀어버렸다”며 “리마크빌은 공실이 거의 없는데 다른 오피스텔은 10월에 자리가 빈 곳도 아직 임대가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이 임대주택을 하게 되면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을 가속화시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높일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월세가 많아지면 가계에 직접적인 부담이 가기 때문에 빈부격차를 높일 수 있다”며 “급격한 월세로의 전환을 막고 서민들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월세 서민에 세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형부동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피스텔 투자, 인근 대체 수요까지 살핀 뒤 결정을 (0) | 2017.04.14 |
---|---|
중소형 빌딩 거래 살아난다..최근 5년간 최대 (0) | 2017.04.14 |
1층 잘못 지어서 매달 500만원 날리는 류시원 (0) | 2017.04.14 |
집주인이 사는 다가구주택도 민간임대주택 등록 가능 (0) | 2017.04.13 |
[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 들쭉날쭉한 오피스텔 임대수익률 왜 (0) | 2017.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