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부동산

'월세' 사업 달려드는 대기업들..메기? 미꾸라지?

웃는얼굴로1 2017. 4. 14. 18:56

첨단시설ㆍ맞춤서비스 자랑
골목상권ㆍ기존 임대주 ‘울상’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역 3번 출구 옆에는 6735㎡의 공터가 있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역세권이라 면세점이나 특1급호텔이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최근 청년임대주택이 확정됐다. 미래에셋이 지난달 말 서울시로부터 임대주택 건설을 승인받으면서다. 대기업의 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 첫 사례다.

 

통신업체 KT의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는 ‘리마크빌’이라는 전문 임대주택 브랜드로 서울, 부산 등 4곳에서 2231가구를 선보였다. KT에스테이트는 전국에 보유하고 있는 옛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 2020년까지 1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운영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도 문 닫은 은행 지점 부지를 활용해 서울ㆍ수도권ㆍ부산 등지에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를 올해까지 6000여 가구 공급할 방침이다. 롯데자산개발, 신세계건설도 임대주택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SK그룹의 부동산 개발회사 SK D&D와 KT&G 등도 임대주택 사업 진출을 검토 중에 있다.

 

[사진=동대문 리마크빌 조감도]

 

대기업들이 잇따라 임대주택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전세에서 월세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수익이 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들의 주거 소유 형태 가운데 ‘보증금이 있는 월세’의 비중은 20.3%로 10년 전에 비해 5%포인트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비중은 15.5%로 7%포인트 떨어졌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시에서 요구하는 임대료가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장기적인 자금 운용으로 볼 때 기대수익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진출은 임대주택 시장에 일종의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켜 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KT에스테이트는 리마크빌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냉난방, 조명, 도어록 등을 원격제어할 수 있도록 하고, 룸클리닝ㆍ세탁서비스 대행 등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의 임대주택도 홍대 상권의 특성에 맞춰 지하에 공연장을 비롯한 커뮤니티 시설을 강화할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뉴스테이 사업을 통해 임대주택은 싸구려 주택이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ㆍ지역 임대업자들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논란을 지피고 있다. 실제 서울 신당역 인근에 리마크빌이 들어선 후 일대의 다른 오피스텔은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이 지역 W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이 지역에 100~300여 세대의 오피스텔 건물 세 개 정도가 있었는데, 리마크빌이 한번에 800여 가구를 풀어버렸다”며 “리마크빌은 공실이 거의 없는데 다른 오피스텔은 10월에 자리가 빈 곳도 아직 임대가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이 임대주택을 하게 되면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을 가속화시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높일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월세가 많아지면 가계에 직접적인 부담이 가기 때문에 빈부격차를 높일 수 있다”며 “급격한 월세로의 전환을 막고 서민들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월세 서민에 세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