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월세 밀리는 홍대..서울 대표상권도 얼었다

웃는얼굴로1 2017. 2. 7. 16:56

유커 줄고 소비 위축, 합정동까지 도미노 침체..작년부터 강남권 등 핵심상권 임대료 하락 움직임

 

#"가게를 내놓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찾는 사람은 뜸해요. 월세 밀리는 가게들도 적지 않다나봐요. 홍대가 이 정도면 다른 데는…"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서 20여년간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A씨는 명실상부한 서울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홍대가 요즘 심상치 않다고 했다. 20~30대 젊은층이 몰려 웬만한 경기침체에는 흔들리지 않는 홍대 상권이 한풀 꺾인 기세가 역력하다는 것.

 

서울 마포구 홍대 상권 전경. @머니투데이 DB.
서울 마포구 홍대 상권 전경. @머니투데이 DB.

 

홍대 상권이 인근의 합정동, 상수동, 연남동 등지로 확장되며 상인들이 좀 더 싼 임대료를 찾아 옮겨가는 경우는 잦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출이 줄어 아예 가게를 접은 자리에 들어올 임차인을 찾지 못해 건물주가 애를 태우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A씨는 "건물주들은 몇 달 공실이 생겨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 편인데 요즘은 가격조정을 해서라도 임차인을 들이려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침체와 소비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서울 핵심상권에서 임대료가 하락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인 등 해외관광객이 즐겨 찾는 이들 상권은 그동안 권리금과 임대료가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오던 곳이다.

 

경기가 장기간 살아나지 못하는 와중에 정국불안까지 겹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중국인 관광객마저 줄어들면서 대형 상권이 잇달아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홍대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홍대 주요 대로변 1층에도 빈 곳들이 꽤 있고 이면도로쪽은 권리금이 줄거나 아예 없는 곳들도 많다"며 "유행에 민감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가게들은 월세 내기도 빠듯한 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합정동 상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합정동은 홍대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옮겨온 개성 있는 상점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급등하는 양상을 보인 곳이다. 최근 다세대주택 저층을 상가로 개조해 임대수익을 올리던 건물들이 임차인이 나간 후 공실 상태로 남아 있는 곳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다른 대표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과 이면도로인 세로수길도 매출이 줄자 권리금이 대폭 하락했다. 신사동의 B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권리금이 계약 시점보다 오르거나 그대로인 곳이 더 적을 정도"라며 "유명 셰프가 운영한다는 레스토랑도 임대료 내고 나면 빠듯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 매출 감소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서울 주요 상권 곳곳에서 국지적인 임대료 하향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해 4분기 상가 평균 임대료는 3.3㎡당 11만1210원으로 전 분기 11만880원에서 0.3%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광화문 도심권은 △종로5가(1.9%) △광화문(1.4%)이 임대료가 올랐지만 △종로3가(-2.9%) △종각(-8.3%)은 하락했다. 신촌 마포권역은 △상수(9.8%) △이대(4.2%) △신촌(2.0%) △연남동(1.2%)이 상승했고 △홍대(-2.1%) △합정(-7.1%) △상암DMC(-13.1%)은 하락했다. 강남권은 △강남역(-6.1%) △압구정역(-1.4%) △신사역(-1.4%)이 일제히 하락했다.

 

김민영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홍대는 급매물을 내놓는 세입자가 증가하고 있고 상수, 연남동에서도 세입자가 설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이라며 "강남도 수요가 줄면서 유동인구 또한 감소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 상반기 주요 상권은 당분간 위축된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자영업자 대출자격 제한 등도 임차시장 진입 장벽을 높여 자영업 시장의 침체 골을 깊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