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남역·교대역 주변 경기 불황에 비싼 임대료 감당 못해
지난 24일 찾은 서울 지하철 2·3호선이 교차하는 교대역 주변. 서울고등법원 인근으로 대표적인 법조타운이지만 빌딩 곳곳에 ‘임대’라는 글자가 어렵지 않게 보인다.
인근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최근 들어 빈 사무실이 늘어나고 있다”며 “경기는 안 좋은데 경쟁은 치열하고 임대료 감당이 안 되는 법률사무실들이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법률자문 서비스도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변호사들이 비싼 사무실을 임대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유사무실을 사용하거나 재택근무 등 근무형태가 달라지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혔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빌딩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배규민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701/26/moneytoday/20170126054048405pxn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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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한 정거장 거리인 강남역. 평일 낮이지만 방학을 맞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어 있는 상가들도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역 앞 대로변을 따라 한 블록만 걸어도 ‘임대’ ‘임대문의’라는 현수막을 2~3건은 쉽게 볼 수 있다.
대로변 뒤쪽 블록인 이면도로 건물은 권리금을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내세워 임차인 모집에 나서고 있었다. 큰 대로변을 따라 논현역과 신사역으로 내려갈수록 비어 있는 상가와 사무실이 더 많이 보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소재 상가 평균 임대료(1㎡당)는 3만3700원으로 전 분기(3만36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강남권역은 삼성역(3.4%)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강남역(-6.1%) △압구정역(-1.4%) △신사역(-1.4%) 순으로 강남역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매출감소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저렴한 매물을 내놓으면서 임대료가 낮아졌다고 부동산114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강남역 상권이 건국대입구역 등 임대료 부담이 덜하고 젊은층이 몰리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일진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상가부동산 담당 교수는 “경기 영향도 있지만 강남역 주변상권은 젊은층이 선호하는 핵심 브랜드들이 사라지면서 비싼 임대료에 비해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동력이 사실상 많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테헤란로 등 사무실도 판교와 인덕원 등에 지식산업센터가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대거 이동해 공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신 교수는 “강남의 사무실 임차인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2기 신도시가 안정화되는 2019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오히려 “현대자동차 사옥이 들어서는 삼성동이 한전부지 개발 기대 효과 등에 힘입어 새로운 오피스타운으로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대형점포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법 시행과 정국혼란 등 경기침체로 올 상반기도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핵심 주요 상권·오피스권의 위축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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