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ㆍ고덕지구 등 사업 진척에도 거래 침체
"이미 가격 올라 수익기대 낮아…부동산대책 불확실성도 영향"
(서울=) 강건택 이유진 기자
= 봄을 맞아 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사업에 관한 호재가 잇따르는데도 정작 거래는 찾아보기 어려운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단계별로 진척될 때마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에 투자 문의가 늘고, 매도 희망자는 호가를 높이지만 실질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아 금방 분위기가 가라앉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은 호재에도 금방 달아오르던 재건축 시장이 이처럼 '눈치작전' 양상으로 바뀐 것은 이미 가격이 올라 있어 투자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 표류에 맞물린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과거와 같은 '묻지마'식 투자가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호재…그 이후는?
=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강남권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에 연달아 낭보가 전해진 것은 지난달 중순 이후였다.
지난달 16일 서초구 신반포 한신1차 아파트의 용적률을 270%에서 300%로 완화하는 방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된 데 이어 같은 달 23일에는 4만가구 규모의 개포택지개발지구 재정비안이 가결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4월 들어서도 3천가구 규모의 강동구 고덕시영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사업시행인가가 5일 내려지고, 6일 서초구 서초동 우성3차 아파트와 마포구 일대 재개발 구역의 용적률이 잇따라 완화돼 조합원과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하지만 이런 희소식에도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 냉담한 편이다.
고덕동의 L공인 관계자는 "옛날 같으면 사업시행인가가 나면 앉은 자리에서 중개수수료로 5천만원은 뗄 수 있었는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문의전화가 좀 늘어난 게 고작이고 당장 사고 싶다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고덕시영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매도자들은 호가를 1천만~2천만원씩 올렸지만 정작 수요자들은 오른 가격에는 살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용적률이 230%에서 300%로 상향된 서초 우성3차 아파트도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소형 평형대의 급매물 외에는 거래되지 않고있다.
서초동 W공인 관계자는 "용적률이 올라가니 긍정적으로 보고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경기가 나쁘고 부동산 시장 전반의 흐름이 좋지않아 급매물 말고는 거래가 안된다"고 전했다.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니 신도시',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등의 수식어로 각광받아온 개포지구도 재정비안 통과 직후 3천만~5천만원씩 호가가 올랐다가 수요자가 따라오지 않아 4월 들어서는 도로 1천만~2천만원씩 가격이 빠졌다.
한때 6억7천500만원까지 떨어졌던 개포 주공아파트 35㎡가 재정비안 통과 직후 7억2천만원까지 거래되는 등 '반짝 상승세'를 탔다가 지금은 7억원대 전후로 주춤한 상태다.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작은 평수 위주로 오른 가격에도 일부 거래가 됐는데 이후 추격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사업이 가시화됐으니 향후 가격이 오르기는 하겠지만 기대만큼 확 뛰지는 않았다. 앞으로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계단식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반포 한신1차도 용적률 상향 결정에 30평대 초반 아파트의 호가가 종전 20억원에서 22억원으로 뛴 이후 한 달 가까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워낙 가격이 비싼 탓에 실제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호재 발표에도 거래부진 이유는
= 해당 지역 중개업소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에 투자하면 무조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자들이 거래에 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건축 아파트는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보다는 수익을 목표로 한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데 과거처럼 사놓기만 하면 반드시 가격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어진 이상 무리해서 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상승 기대가 없어진 것은 ▲이미 과도하게 오른 현재 가격 ▲3.22 부동산 대책의 시행 보류로 인한 투자자들의 관망세 전환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재건축 관련 규제로 인한 사업성 저하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재건축 관련 세제를 완화한 데 힘입어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이미 전고점을 돌파했다"고 진단했다.
서초 우성3차 109㎡ 아파트의 사례를 보면 8억원대 초반에서 용적률 완화 발표 뒤 9억원까지 뛴 데다 추가 분담금까지 고려하면 총 10억여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장담하기 어려워 매입을 망설이는 수요자가 많다고 한다.
정부의 3.22 대책 가운데 핵심 조치인 취득세율 50% 인하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지방자치단체와 야당 등의 반대로 언제부터 시행될지, 심지어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도 재건축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개포동 K공인 관계자는 "취득세법 통과 여부로 눈치를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법안 통과를 보고 매입을 결정하겠다는 투자자도 있다"라고 했고, 서초구 W공인 대표도 "감세 혜택이 큰 대형 아파트는 취득세 문제를 정부가 빨리 매듭지지 못하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취등록세가 어떻게 되는지 보고 결정하자'는 매수자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강화된 재건축 관련 규제,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대내외 악재로 인한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용적률 규제가 강화된 데다 예전 재건축 단지가 대부분 저층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절반가량이 중층이라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이익이 줄어들면서 조합원 간 갈등이 심해져 일정이 지연되고 초과이익환수제 시행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소장은 "침체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호재도 호재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지금같은 거래 부진이 계속 이어지면 수요가 줄고 가격이 약세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firstcircle@yna.co.kr
eugen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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