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강남역, 유동인구 많아도 장사 잘 안되는 이유 있었네"

웃는얼굴로1 2016. 11. 23. 19:43

서울 강남역 일대는 유동인구는 많지만 상권 활성화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리가 너무 복잡하고 여유공간이 없어서 쇼핑이나 휴식 등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김승남 부연구위원과 이소민 연구원의 ‘서울시 주요 상업가로의 가로활력도 평가결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22일 보면 강남역과 신촌역 일대와 서래마을 등 3곳 가운데 활력도가 가장 높은 곳은 서래마을이고 최저는 강남역으로 나온다.

 

일반 상식적으로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강남역 일대가 신촌역이나 서래마을보다 거리가 활성화된 것으로 알지만 실제 상권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보고서에서 가로활력도는 ‘1분 사이 너비 1m 거리를 지나간 보행자 수’를 의미하는 보행량과 보행자의 활동 중 ‘선택적·사회적 활동’이 차지하는 비율, 선택적·사회적 활동을 지속한 시간 등을 종합해 100점 만점으로 산출했다. 선택적·사회적 활동은 덴마크 도시공학자 얀 겔이 제안한 옥외활동 유형 가운데 통학·통근 등을 목적으로 거리를 지나가는 필수적 활동을 제외한 활동을 가리킨다. 가게를 둘러보며 쇼핑하는 등이 대표적인 선택적·사회적 활동이다.

 

연구팀은 강남역·신촌역·서래마을을 각각 12개(총 36개) 부분으로 나눠 올해 4월 20일 오전 8시~오후 8시 동영상을 촬영한 뒤 매 시간당 10분 분량 영상을 분석해 값을 측정했다.

 

 

강남역 일대는 보행량이 많으나 거리가 매우 복잡하고 여유공간이 없어 보행자들이 다양한 선택적·사회적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일대 가로활력도 등급은 6~10등급이었다. 강남역 조사지역의 거리활력도는 최고치도 47.3점에 그쳤고 특히 이면도로(테헤란로5길) 한 곳은 활력도가 0점을 나타냈을 정도다.

 

신촌역 일대는 가로활력도 분포가 1~10등급으로 강남역 쪽보다 다양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접한 조사지역은 단순히 지나가는 보행자만 많아 활력도가 낮았지만 백화점과 광장, 공원 등과 접한 조사지역은 활력도가 높았다.

 

백화점과 창천문화공원 주변 길(연세로5길·신촌로)과 음식점·카페가 몰린 신촌역에서 이화여대로 이어지는 길(연세로4길)은 활력도가 81.8∼99.9점에 달했고 큰길(대중교통전용지구) 쪽(연세로·명품길)은 0.1∼54.5점에 그쳤다.

 

 

서래마을은 보행량이 강남역이나 신촌역보다 두드러지게 적었지만 조사지역 활력도 평균값이 57.3으로 다른 곳(강남역 16.5·신촌역 35.5)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서래마을은 조사지역 12곳 중 절반이 활력도가 85점 이상이었다. 5개가 1등급, 4개가 10등급을 받는 등 격차는 컸다.

 

서래마을의 큰길(서래로) 조사지역은 활력도가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차량통행이 적고 공원과 쉼터가 곳곳에 조성된 이면도로 쪽은 활력도가 100점에 가까웠다.

 

김 부연구위원은 “단순 보행 통행량이 아닌 보행자의 다양한 활동 유형과 시간이 활력도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강남역은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뿐 대화 등 활동을 하는 공간이라고 하긴 어렵다. 거리에 활력이 넘친다기보다 혼잡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행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활력도를 떨어뜨리는 모습도 나타났다”며 “거리에 활력이 돌게 하려면 보행량을 늘리는 것과 더불어 거리환경을 개선해 선택적·사회적 활동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