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밀렸나..비즈니스호텔 잇따라 매물로

-대기업 계열 비즈니스호텔 많아지자 차익 실현 나서

-中 관광객 줄어들고 대체 숙박시설 많아진 것도 영향

서울 동대문과 강남 일대의 비즈니스호텔이 잇따라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한풀 꺾인 데다, 게스트하우스나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등 비즈니스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숙박 형태가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호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호텔 사업자는 발을 빼기 시작했지만, 사업 외연을 넓히려는 대기업 계열 호텔은 잇따라 비즈니스호텔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호텔’ 전경. /포포인츠 호텔 홈페이지

◆ 쏟아지는 비즈니스호텔 매물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의 A비즈니스호텔은 최근 매물로 나왔다. 지하 6층 지상 20층, 연면적 1만1000㎡짜리 이 호텔의 하루 숙박 가격은 12만~15만원대 안팎이다. 동대문구 신설동 부지를 개발해 지난 2014년 오픈했지만, 최근 개발이익 회수를 이유로 매물로 나온 것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B호텔도 작년부터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이 호텔은 지하 5층, 지상 8층으로 1박 가격은 9만~13만원대다. 이 호텔 역시 부동산 개발업자가 직접 토지를 매입해 지난해 개장했지만, 개발업자가 차익 실현을 위해 매물로 내놓았다.

강남구 삼성동 C비즈니스호텔도 매각에 나섰다. 지상 11층 규모로 2012년 문을 연 이 호텔의 하루 숙박 요금은 10만원 내외다. 강남구 역삼동의 D호텔도 매각을 진행 중이다. 지하 7층, 지상 21층짜리 호텔로, 1박 당 가격은 15만~20만원 내외다.

비즈니스호텔은 연회장이나 고급 레스토랑 같은 호화 부대시설을 갖춘 특급호텔과 달리 부대 시설을 최소화하고 객실 판매를 주 수익으로 삼는 호텔을 말한다. 숙박료는 보통 1박당 10만~15만원으로 특급호텔보다 훨씬 싸다. 서울시는 보통 1~3성급 호텔을 비즈니스호텔로 보지만, 일부 4성급 호텔도 비즈니스호텔로 분류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부동산 투자회사의 임원은 “그나마 장사가 괜찮게 될 때 비즈니스호텔을 비싸게 팔고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업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며 “비즈니스호텔 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보폭 넓히는 대기업 비즈니스호텔

비즈니스호텔을 통해 사업 외연을 넓히려는 대기업들은 늘고 있다.

신세계계열의 웨스틴조선호텔이 서울역 인근에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호텔’을 지난해 5월 개장했고, 호텔신라는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 대사관 옆에 ‘신라스테이 광화문’을 작년 12월에 오픈했다.

내년에는 롯데호텔·하나투어 등이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 5개 이상이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비즈니스호텔의 주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한풀 꺾이면서, 비즈니스 호텔 이용자 수가 호텔 객실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호텔 객실 수는 2만5160개에서 2015년 말 4만1640개로 객실 수는 66% 늘었지만, 해외 관광객은 같은 기간 35%(979만명에서 1323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즈니스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숙박 시설이 늘어나면서 비즈니스호텔의 입지가 좁아진 탓도 있다. 숙박공유 업체의 증가도 한몫했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코리아에 등록된 국내 숙박 가능 주택은 2013년 말 2000여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만6000곳까지 증가했다.

서울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인 최모씨는 “가격에 민감한 중국 관광객들의 이용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숙박객의 30~40% 정도가 중국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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