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길어진데다 금리까지 끝 간 줄 모르고 떨어지면서 자산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작년 2월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에는 아기 얼굴과 함께 ‘이 아이는 142살까지 살 수도 있다’라는 글이 실렸다. 수명은 한참 길어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자산운용은 아주 짧은 시각 그대로다. 60세 이상이면서 금융자산이 5000만원을 넘는 가구 중 85% 가량이 단기자산에 해당하는 예·적금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만큼 돈의 수명도 늘려야 한다. 돈의 수명을 늘린다는 것은 돈의 운용 기간을 길게 한다는 뜻이다. 1년짜리 정기예금을 가입하는 대신 최소 10년 단위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다. 자산을 긴 호흡으로 운용할 때는 ‘장기’ 투자자산이 궁합이 맞다. 단기 투자자산은 투자라는 유사한 특징을 지녔지만 노후 자산관리에 적합한 것이 아니므로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축에서 투자로 바꾸어야 한다고 하니 금이나 원유선물 같은 자산을 매매하면서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현금 흐름 없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자산은 가격 변동이 크고 가격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과거 유가가 150달러 할 때 200달러까지 오른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가 곧바로 30달러대까지 급락한 적이 있다. 가격이 20년 이상 거의 오르지 않는 때도 있다. 이들 자산은 장기투자보다는 전문가들의 단기 매매에 적합하다. 투자시장에서 부를 형성한 사람들은 단기 매매하는 사람보다는 장기로 투자한 사람들이 많음을 명심하자.
투자시장에서 ELS(주가연계증권)를 통해 정기예금 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시도들도 많다. 언뜻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돈의 수명을 길게 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주가의 단기간 변동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만기가 짧다. 짧은 성공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투자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그 뿐 아니라 가끔씩 주가가 급변동할 때는 원금 손실을 크게 볼 수도 있다. 긴 인생에서는 지속적인 성공이 중요하다.
장기 투자자산은 주식·채권과 같은 전통자산, 인프라 투자나 부동산 투자와 같은 대체자산들이다. 이들은 현금 흐름을 준다. 단기적으로 가격이 출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가격 변동성이 줄어드는 자산들이다. 유동성이 커서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는 자산도 있고 반대로 유동성이 작은 자산도 있다.
건물 임대나 인프라 투자와 같이 유동성이 작은 자산은 그만큼 수익률을 더 얹어주므로 유동성 높은 자산이 별로 필요 없는 장기투자에 적합하다. 장기 투자기관인 우리나라 연기금들이 유동성이 작은 건물이나 대체자산을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자산은 유동성이 높아서 유동성 프리미엄은 없지만, 장기로 보유하면 위험이 줄어들어 수익이 높아진다. 경험적으로 볼 때 단기적으로 적정 가격에서 벗어나더라도 장기적으로 원래의 가격을 회복해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산 가격의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평균 수준을 중심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게 된다. 이를 ‘평균회귀성향’이라고 부른다. PER(주가수익비율)가 끝없이 높아지거나 하락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도 이런 경우다. 그래서 연기금과 같은 장기 투자기관들이 주식 비중 역시 높이는 것이다.
가계들은 부동산 보유비중이 높으니 이미 장기 투자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 60세 이상 가구의 자산 중 75%가 부동산이다. 저성장·고령화 시대에는 부동산 자산의 가격도 불확실하다. 별다른 자산 없이 부동산 자산만 많이 보유한 사람은 주택연금을 통해 부동산 자산을 장기채권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 적합할 수 있다. 주택연금은 죽을 때까지 이자를 주는 국공채를 보유한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의 수명이 많이 길어지고 있지만 돈의 수명은 아직 이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수명의 리듬에 돈의 수명도 보조를 맞추어갈 때다.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수명이 어떤지 한번 검토해보자.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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