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자산가 투자지도]② "자식 주고, 세도 놓고"..7부능선 넘은 '강남 소형 재건축' 선호

웃는얼굴로1 2016. 8. 9. 17:28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상가 건물을 두 채를 가진 김진숙(58)씨는 상가 월세로 매달 26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들어온다. 김씨는 최근 재건축 아파트인 청담동 삼익아파트 전용면적 162㎡를 사들였다. 이 아파트는 큰 면적의 경우 작은 면적 두 가구로 쪼개는 ‘1+1 재건축’ 방식으로 재건축이 진행된다. 김씨가 여러 투자처 가운데 1+1 재건축 단지를 선택한 것은 한 채는 세입자에게 임대를 주고, 나머지 한 채는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다.

 

부동산 외 현금 자산만 15억원이 넘는 이명주(54)씨는 올해 초 서초구 신반포 한신8차 전용면적 53㎡짜리 아파트를 샀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이 끝나면 전용 59㎡로 다시 지어진다. 준공 후 바로 임대를 주기도 좋은 데다, 앞으로 결혼할 자녀에게 물려주기도 좋다고 생각해 내린 투자 결정이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전경. /고성민 기자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전경. /고성민 기자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환율과 금리 변동 등과 연계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가들의 부동산 투자 패턴도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데 맞춰지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 위험이 낮은 주거용 부동산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강남에서 공급된 재건축 단지가 고분양가 논란이 있어도 높은 경쟁률에 청약 마감이 되는 것도 이런 투자 수요가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PB와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각종 편의시설과 인프라가 몰려 있는 강남 지역의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도 어느 정도 이상은 될 것이란 ‘불패’ 믿음도 여전하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일반 사람들은 분양권을 통해 프리미엄(웃돈)을 받는 방식으로 투자하지만, 자산가들은 재건축 아파트를 통으로 구매해 시세 차익을 얻는 방법으로 투자한다”며 “재건축 아파트를 사느냐 분양을 받느냐는 결국 투자 방법의 차이일 뿐, 재건축 아파트가 돈이 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자산가들이 갖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특히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재건축 사업이 7부 능선을 넘어선 아파트 단지를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투자처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개포지구나 반포지구의 재건축 아파트가 그렇다. 대치동이나 청담동도 이런 투자수요가 있는 편이다. 좀더 긴 안목에서 투자하고자 하는 자산가들은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충한 SC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자산가들 중에선 강남에서 오래 거주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강남권 재건축 추진 소식도 먼저 자세히 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업 후 수익을 노리고 재건축 아파트를 여러 채 사두는 자산가들이 있다”고 말했다.

 

◆ 증여·임대수익 고려하면 ‘중소형’…“1+1 재건축 노리기도”

 

서울 반포동 삼호가든3차와 서초한양아파트 일대. /조선일보 DB
서울 반포동 삼호가든3차와 서초한양아파트 일대. /조선일보 DB

 

면적별로는 전용면적 59~84㎡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사는 경우가 많다. 젊은 자녀에게 증여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중소형 아파트 수요가 꾸준한 만큼 임대를 놓으면 정기적으로 월세 소득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매매할 때를 고려해도 중소형 아파트의 몸값이 더 치솟고 있기 때문에 대형 아파트보다는 중소형 아파트에서 얻는 시세차익이 더 알짜다.

 

이 때문에 일부 50대 이상 자산가들은 ‘1+1 재건축’에 투자해 한 채는 자녀용으로, 또 한 채는 임대로 놓기 위해 큰 면적의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50대 이상 자산가들은 자신의 실거주를 위해서는 대형 면적을 선호하지만, 투자용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살 때는 중소형을 선호한다”면서 “이들은 자녀가 지나치게 큰 면적의 아파트를 갖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인식이 있고, 또 재건축 후 임대를 하더라도 작은 아파트의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가 급격하게 오른 만큼 관망세로 돌아선 자산가들도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두세 달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수억원씩 오르자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조금 쉬어가자는 분위기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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