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뜨는 골목상권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공존의 모델 될까

웃는얼굴로1 2016. 5. 2. 11:31

전용면적 33.3㎡ 이하 소규모 점포, 임대료 상승 크지 않아낮에는 생활상권, 저녁에는 신상권 공존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이면 도로. 평범한 시장골목인 ‘관악로14길’은 저녁때가 되면 소문을 듣고 찾아온 20~30대로 북적이는 ‘샤로수길’로 변한다. 지난달 30일 저녁 찾은 샤로수길은 가게 앞마다 4~5팀씩 대기줄을 서 있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세탁소와 미용실 등이 들어선 골목 사이로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온 1인 창업자들의 가게 30여개가 모이면서 이 곳은 서울대의 ‘샤’와 가로수길을 딴 ‘샤로수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550m 남짓의 길에 모여 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전용면적 33.3㎡(옛 10평) 이하의 소규모 점포다.


지금의 샤로수길에 2010년 처음 문을 연 맥줏집인 ‘저니’(Journey)의 사장인 김학진(41)씨는 “당시만 해도 대로변에 나가 직접 전단지를 돌리며 홍보를 했지만 요즘은 위치가 어디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가게를 알릴 수 있기 때문에 골목 안쪽까지 점포가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샤로수길이 관악대로 골목 입구에서 낙성대시장까지 300여m를 일컬었다면, 지금은 낙성대로까지 550여m로 확장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낙성대시장을 지나 낙성대로로 향하는 방향으로 기존 점포를 리모델링하고 있는 가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에는 젊은 창업자들이 들어와 문을 연 가게와 기존 골목을 지키던 가게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느 이름난 거리와 다르게 여전히 기존에 골목을 지키고 있던 생활상권과 신(新)상권이 어우러져 있다는 게 샤로수길의 특징이다. 대부분 전용면적 33.3㎡ 이하의 소규모 점포로 들어올 수 있는 업종이 제한적인 때문에 골목이 뜬 후에도 손 바뀜이 심하지 않아 동네골목 같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10년째 이 골목에서 16.5㎡ 규모의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이 골목이 샤로수길이 됐다고는 하는데 기존에 장사하던 사람들한테는 별로 달라진 것도 없다”며 “재작년에 임대료를 한번 올려주긴 했지만 그전까지 한 번도 임대료를 올린 적이 없어서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샤로수길이란 이름을 얻기 시작한 3~4년 전과 비교해 샤로수길 점포의 임대료는 30%가량 올랐다. 33.3㎡ 규모 점포의 시세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1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상승 비율로 치면 낮지 않지만 여전히 서울 상가 평균 임대료(1분기 기준 1㎡당 2만 9100원) 수준이다. 공간 확장의 여력이 없는 작은 점포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 오히려 샤로수길의 임대료 상승을 늦추고 있다.


인근의 제일공인중개사 박장수 소장은 “작은 점포들이 몰려있는 샤로수길에 새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결국 1인 창업자들이라 크게 임대료를 높이면서 들어올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로수길 초입의 박수영 롯데부동산 대표도 “임대료 상승이 크지 않아 나와 있는 매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가로수길의 이름을 딴 샤로수길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가로수길과 같은 형국으로 갈지는 앞으로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다연 (her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