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인테리어

[부동산 이야기] 전원주택, '조립' 해볼까

웃는얼굴로1 2016. 4. 30. 18:14

# 은퇴 후 귀농을 결심한 김세관씨. 작은 텃밭에 채소를 가꾸며 지내려고 도시 근교의 땅을 매입했지만 집을 어떻게 지을지가 고민이다. 그러던 중 김씨는 차를 타고 지나는 길에 조립식주택이 세워진 것을 보고 자신에게 꼭 맞는 집임을 알아챘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한 업체에 주문한 지 한달 후 전용면적 약 18㎡의 조립식주택이 만들어졌고 비용은 전기와 수도관 공사까지 합해 1200만원이 들었다.

 
조립식주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조립식주택은 기본 골조와 전기선, 온돌 등 집의 70~80%를 공장에서 제작한 후 부지 위에 블록을 맞추듯 조립하는 방식으로 짓는다. 조립식주택은 일반주택에 비해 빨리 짓고 비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조립식주택이 발달하면서 공동임대주택을 조립식으로 시공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일부 건설사들은 조립식주택을 지진, 전쟁 등 재난 지역에 수출하기도 한다.

 

/사진제공=어울림건설산업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집을 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조립식주택’을 검색하면 수많은 업체와 오픈마켓이 등장한다. 한 오픈마켓에 접속하자 신용카드 할인가로 242만원짜리 조립식주택이 판매 중이다.

 

시공비와 세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 조립식주택을 주문하면 제작 후 택배로 배송받는데 평균 16일이 소요된다.

 

김세관씨는 “은퇴자의 입장에서 전원생활을 얼마나 지속할지 불투명해 투자가 부담스러운데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공사기간이 짧다”며 조립식주택의 장점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냉난방이 잘 되는지 걱정스럽고 다시 팔 경우 건축비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조립식주택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몇년 사이 빠르게 보편화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조립식주택의 시장규모는 2020년 약 94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1조원 이상으로 전망한다.

 

20년째 조립식주택사업을 하고 있는 이점숙 한라건설주택 대표는 “조립식주택은 예전에도 많았지만 요즘은 많은 개인고객이 주거용으로 찾는다”고 말했다. 이영호 어울림건설산업 대표는 “10년 전부터 조립식주택을 판매했는데 최근 보편화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조립식주택의 또 다른 장점은 주요 자재의 80~90%를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정책과 부합한다는 점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도 조립식주택이 하나의 주택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매뉴팩처드하우스(Manufactured House), 일본 스마트시스템(Smart System), 영국 모듈러빌딩(Modular Building) 등으로 다양하다.

 

2013년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서울 서대문구 가좌지구의 행복주택 중 일부를 조립식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행복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줄여주기 위해 낮은 임대료로 빌려주는 임대주택이다.

 

/사진제공=어울림건설산업
/사진제공=어울림건설산업

 

◆조립식주택 다양화… 정부도 제도 지원

 

현재 서울 강남의 수서단지는 44세대 행복주택이 조립식공법으로 시공 중이며 올해 9월 준공 예정이다. 정부가 34억원을 지원하고 총 사업비가 67억원 투입된다. 서울 강서구의 가양단지도 30세대 행복주택을 조립식으로 짓고 있으며 오는 6월 준공을 앞뒀다. 정부가 20억원을 지원하고 사업비 42억원이 든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은 취재진 숙소를 조립식으로 지었다. 국내 군부대시설이나 학교기숙사를 시공하는 데도 조립식공법을 적용한 경우가 있다. 서울 노원구와 강남구의 조립식으로 지은 공공기숙사와 관사다.

 

국토교통부는 조립식주택의 법적 명칭을 '공업화주택'으로 정의하고 인정기준을 도입해 보급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재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사무관은 “입찰제도 개선과 사업모델 개발을 통해 공업화주택이 현행 철근콘크리트 공법을 대신하는 건설방식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조립식주택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사업성이 낮은 탓에 대형건설사들의 움직임이 적고 시장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규모가 큰 건설사 중에는 금강공업, 포스코A&C, 유창, 스타코가 사업을 시행 중이다.

 

1993년 공업화주택의 인정기준을 도입한 후 지금까지 이에 부합하는 착공 실적도 없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숙사나 관사는 주택법상 주택으로 분류하지 않아서 인정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이 많이 지어지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잇단 화재사고, 안전문제는

 

안전사고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립식주택의 특성상 콘크리트건물에 비해 소음과 화재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심리적인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 화재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12일 울산에서 조립식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60대 주인이 사망한 게 최근의 일. 앞서 올초와 지난해 서울 용산, 전남 나주, 제주도, 강원 철원과 홍천 등에서도 조립식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안전 논란이 일었다. 

 

주택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조립식주택을 장려하는 이유는 사업비 절감과 주거난 해소라는 긍정적 측면 때문이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편리성과 안전성 면에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주거생활을 위해 조립식주택의 안전과 관련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