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매물이 자취를 싹 감췄어요. 권리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 빠지려고 내놓았던 매물도 요샌 다 사라졌어요.”
프로야구 구단 넥센 히어로즈가 홈구장을 목동야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이하 고척돔)으로 이전하면서 고척돔 주변 상권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고척돔 개장에 따른 매출 상승은 주변 상인들의 기대 수준을 밑돌고 있다.
◆ ‘고척돔 효과’ 노리고 상가 매물 사라져
고척돔 주변 공인중개소 얘기를 종합해보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고척 돔구장 주변의 상가를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 3개월 새 고척돔 주변 상가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하면서 매출 상승을 기대해 매물을 거둬들인 점주들과 임대료가 오를 때까지 매물을 내놓지 않으려는 건물주들의 영향 때문이다.
![고척동 먹자골목 입구 전경. /이승주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4/20/chosunbiz/20160420080002594elsl.jpg)
![고척동 돔구장 먹자골목 위치도. /그래픽=이진희](http://t1.daumcdn.net/news/201604/20/chosunbiz/20160420080002816njhd.jpg)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 /이승주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4/20/chosunbiz/20160420080003032dmrb.jpg)
![고척돔 지하 푸드코트 공사 현장 모습. /이승주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4/20/chosunbiz/20160420080003209hijn.jpg)
고척돔구장 상인회에 따르면 고척동 먹자골목에 있는 상가는 대략 250개고, 이 중 고척돔과 가까운 상가는 110개 정도다. 고척돔 개장 후에는 상가 5개 정도가 주인이 바뀌었다.
이 일대 상가 임대료에는 고척돔이 개장하기 훨씬 전부터 ‘고척돔 프리미엄’이 붙었다. 상가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예전에는 전용면적 33㎡(10평) 기준 1층 상가는 권리금이 4000만~6000만원에 보증금 3000만, 월세 140만~160만원 정도에 형성됐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많이 올라 권리금이 1억원이 안 되는 물건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보증금도 4000만원 가량에 월세도 180만~200만원 정도는 줘야 어지간한 점포를 구할 수 있다.
상가 매물은 줄었는데 상가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고척돔 주변 상권의 임대료는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호가가 강세다.
고척동 H공인 관계자는 “김밥 가게나 호프, 편의점 등의 상가 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이 넘지만, 대로변 상가나 먹자골목 안에서는 매물을 찾기가 어렵다”며 “고척돔이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도 임대료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었지만, 돔구장 개장 이후 상가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J공인 임모 씨도 “계약 시점에 따라 상가 임대료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며 “26.4~33㎡(8~10평) 넓이의 1층 상가의 경우 월 임대료가 120만~220만원짜리도 있지만, 비싼 것은 330만원 하는 것들도 있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말했다.
◆ 돔구장 개장과 상가 매출은 별개
고척동 먹자골목의 주 고객층은 먹자골목 옆에 있는 동양미래대학교 학생들과 주변 거주민들이다. 프로야구 시범 경기 기간까지 포함하면 야구 시즌이 시작한 지 1달이 더 지났지만 주변 상인들은 ‘고척돔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잘라 말했다.
박석언 고척동 돔구장 먹자골목 상인회 총무는 “지난해 10월 가수 엑소(EXO) 콘서트가 열렸을 때 이른 새벽부터 손님이 바글바글 해 상인들의 기대가 컸지만, 실제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하고 나선 사실 매출에 큰 영향이 없다”며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야구장 관련 손님은 가게 전체 매출의 10%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척동 먹자골목에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차린 황모(57) 씨는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홍보를 많이 못해서 그런지, 야구 경기를 보러 왔다가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먹자골목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황승준(23) 씨도 “이 쪽 가게들은 사실 학생 장사라 넥센 구단이 들어왔다고 해서 매출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평소 야구 경기가 있는 날에도 먹자골목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주변 상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 일부 건물주들이 보증금이나 월 임대료를 크게 올려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박석언 상인회 총무는 “알게 모르게 상인들이 임대료 상승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며 “2000만원 하던 보증금을 1000만원, 2000만원 씩 올려 달라고 하거나, 월세를 20만~30만원 씩 올려 달라는 건물주의 요구를 받은 상인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고척동 상권을 지키기 위한 넥센 히어로즈 구단과 서울시설관리공단과의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구단은 돔구장 환기 등을 이유로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가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못이겨 지난 6일 외부 음식 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볼링장, 건강검진센터, 체육시설 등이 입점하기로 돼 있던 고척돔 지하의 5874㎡ 규모의 수익 시설 공간에는 이달 말까지 푸드코트와 호프광장 등 약 30개의 식·음료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고척돔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의 김명진 운영팀장은 “기존 아마추어 구장으로 설계됐던 고척돔이 프로야구 경기장으로 설계 변경되면서 공기도 길어지고 기존 계획과는 다르게 지어진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돔구장 구조상 기둥이 많아 볼링장이 들어올 수 없고, 층고가 낮아 의료기기가 들어오지 못해 건강검진센터 입점도 무산됐다”며 “애초 계획이 틀어진 공간에는 관람객의 편의를 생각해 식·음료 매장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척동 먹자골목은 일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500~1000여명 정도인데 야구장을 찾는 관람객은 1만5000명이 넘어 기존 상가 시설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상인들과 신규 상인들의 마찰이 없도록 다른 업종을 유치하도록 노력했고 상생을 위해 상인회와 꾸준히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석언 상인회 총무는 “돔구장에 상업 시설이 많이 들어서면 아무래도 깔끔하게 조성된 돔구장으로 고객들이 몰려가지 않겠냐”며 “상업 시설이 야구 경기가 있는 날만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손님을 빼앗기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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