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2010/09/14 08:49
정부가 추락하는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8·29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하 8·29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이 나오자 가을 이사철과 맞물리면서 적체됐던 매물이 소화되는 등 다소 거래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규제완화 조치로 반짝 상승을 넘어 전체 기조를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 시장은 침체장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긴 안목으로 부동산시장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 레이스를 하는 마라톤 선수가 있다고 치자. 한국의 부동산시장을 마라톤 선수에 비유하면, 1시간 전 힘든 마라톤을 마치고 쉬고 있는 격이다. 이 선수가 곧바로 100m나 200m 단거리를 뛸 수는 있다. 하지만 다시 마라톤을 뛸 수는 없다. 무리하게 경기에 나서면 심장마비로 자칫 선수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마라톤 경기를 하려면 시간을 두고 에너지를 다시 비축해야 한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태풍을 동반한 호우(대세 상승)는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다. 가끔 국지성 호우(국지적 상승)나 게릴라성 호우(일시적 상승)는 내릴지 모른다. 태풍이 만들어지려면 비구름이 많이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태풍이 형성된다 해도 우리나라를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다.
지난 30년간의 미국이나 유럽 주택시장을 실질주택 가격 기준으로 보면, 가격이 치솟은 뒤에는 늘 수년에 걸쳐 하락이 이어졌다. 주택 경기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반드시 반복한다. 한국의 주택 경기도 19 91년 4월 고점을 형성한 뒤 4~5년간 장기조정을 겪었다.
이번 침체기가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 가격이든 기간이든 조정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버블 논란을 일으킬 만큼 단기간 급등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부동산의 자산화와 스톡화는 고통스러운 후유증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이상급등 이후에는 반드시 급락이라는 조정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모든 자산시장의 대명제다.
시장가격은 언제나 오르는 것이 아니요, 또 영원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가격이 내릴 때(오를 때)가 있으면 오를 때(내릴 때)도 있는 법이다. 부동산 경기는 호황기와 불황기를 반복하는 사이클(cycle)이다.
2010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이를 두고 버블 붕괴라고 단정 짓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가격 급락 자체를 부동산 버블 붕괴의 한 현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버블 붕괴는 부동산시장이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시스템 기능을 완전히 상실, 금융시스템의 마비와 경제 펀더멘털의 대혼란까지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버블 붕괴는 하수종말처리장이 고장 나서 오·폐수가 강으로 역류하는 것과 같다. 단순히 가격이 많이 떨어진다고 버블 붕괴는 아니라는 말이다. 1970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7개국에서 40개의 부동산 호황과 불황(boom and bust) 사이클이 나타났지만 가격 급락이 거시경제의 대혼란으로 이어진 예는 일본, 핀란드 이외는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아직 건강하다. 병든 병아리처럼 금세 쓰러질 정도로 허약한 존재는 아니다. 그렇다고 집값이 곧 상승세로 돌아선다는 얘기도 아니다. 지금 수도권 주택시장은 거품 해소를 통한 정상화 과정에 있다. 정책과 공급량 등의 요인 때문에 앞으로 낙폭 과대지역을 중심으로 기술적 반등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추세적 상승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가격 조정을 좀 더 받는 동안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최근 10년 이상의 대호황 국면이 마무리돼 또다시 장기상승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가격이 절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수익률이 매우 낮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투자는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 장기적 상승으로 가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는 떨어질 때까지 인내력을 갖고 기다려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뒤쫓아 잡을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게 좋다는 얘기다. 변동성이 강한 시장은 투자 기회도 많다.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다음에 기회가 또 온다.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최대의 적은 쓸데없이 서두르는 것이다.
'전문가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석이후 주택시장전망 및 투자전략 (0) | 2010.09.15 |
---|---|
부동산에도 틈새시장은 있다 (0) | 2010.09.15 |
부동산시장에 봄은 오는가? (0) | 2010.09.14 |
소형주택 임대사업에 성공하려면? (0) | 2010.09.14 |
언제가 경매투자의 최적기인가? (0) | 2010.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