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전세시장은 95도, 매매시장은 37.5도
요즘 부동산시장의 온도는 몇 도나 될까요? 전세시장의 온도는 이미 펄펄 끓었다가 주춤해졌기 때문에 95도쯤 돼 보입니다마는 매매시장은 홀아비 구들장처럼 싸늘하기만 해서 겨우 사람들의 체온이나 비슷한 37.5도쯤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입춘(立春)이 지나면 봄이 온다고 하지만 글쎄요, 꽃이 피기까지는 여러 번에 걸친 시샘 추위가 있더군요. 경제사정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요?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굵다란 악재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모진 한파, 이집트사태, 구제역 파동, 리비아 사태, 일본 대지진, 일본 원자력폭발 등,
이웃나라 일본의 사정이 너무 다급하다 보니 당분간은 우선 일본을 돕는 일부터 해야 되겠군요. 모든 재산과 가족을 잃고도 질서를 지키며 인내와 배려를 보이는 일본 국민들이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지고 있음은 웬일일까요? 아픈 상처가 어서 치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악재가 쏟아지고 진눈깨비가 내려도 봄은 오는 법~ 성큼 다가오는 봄 앞에서 급한 주택수요자들이나 갈아타기를 하실 분들은 발길을 촘촘히 옮기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 걸 보노라면 생명은 나이롱스타킹보다 더 질기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몇 주 전 부터 팔까? 살까? 하는 질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음도 부동산시장이 봄의 길목에 와있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냉랭한 것 같지만 어찌 보면 뜨거워지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군요. 온도 파악이 어렵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재테크는 온도파악을 잘 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요?
부동산시장의 온도는 아주 민감해서 몸으로 느끼게 되면 이미 늦더라는 경험입니다. 늘 변덕스러운 날씨와 같은 것이어서 종잡을 수 없을 때도 있으니까요. 옛날 할머니께서 무척 변덕스러웠는데 그 바람에 어머니께서 하루에도 열 번씩 웃었다 우셨다 했거든요.
-부동산시장은 추어도 문제, 더워도 문제-
부동산시장은 날씨가 추워 감기들 때가 더 무섭더군요. 온도가 내려가면 가격이 내려가게 되고 따라서 개인자산은 손해를 보게 됩니다. 한 번 내려간 온도를 다시 올리려면 많은 시일이 필요하고,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그런 시기가 아닐는지?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무주택자들은 바로 더위를 먹게 됩니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는 재산상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므로 사회적 불신풍조가 일어나게 되지요. 그러나 한 번 오른 값은 특별한 사정(경제위기 등)이 없는 한 다시 내려오지 않습니다.
결국 부동산 병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온도는 몇 도쯤 되는 게 적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너무 낮게 되면 시장경제가 따라서 침체되고, 너무 높으면 인플레가 상승하여 화폐가치가 하락할 것이므로 70도쯤에 머무르는 게 적당하다고 보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이 세상 어디를 가도 부동산시장의 온도를 측정하는 온도계는 없습니다. 오직 노하우와 경기변동예측으로 측정할 따름이지요. 우선 부동산시장이 흘러온 과거사 즉 판례집을 훤히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부동산의 지나간 이야기들을 참고하고, 또 앞으로 다가올 경기예측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지요.
정부정책도 빼놓을 수 없는 온도측정의 필수조건입니다. 부동산시장이 너무 춥거나 덥게 되면 꼭 정부가 간섭을 하게 되니까요. 칼을 빼들거나 당근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게 심한 간섭을 하게 되면 국민 개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체까지 이득을 보거나 피해를 입게 만들더군요. 미분양 혜택, 분양가 상한제 등 문제를 짚어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지구 서쪽 끝에서 홍수로 농작물을 망치게 되면 지구 동쪽 끝에 있는 나라에도 영향이 미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곡물가격 상승이나 유가 상승처럼 말입니다. 머슴방귀 소리에 이웃집 과수댁 놀라는 모양새가 아닐는지?
-부동산은 나의 힘, 그리고 나의 짐-
세계가 200여 나라로 나뉘어 있고, 화가 나면 석유시설도 폭파하겠다는 대통령이 있는 등 별별 나라가 다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듯이 크고 작은 사건들은 그칠 날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길고 넓게 바라본다면 점점 좋아지고 있음이 사실이겠지요? 경제적인 측면이나 부동산 측면이나,
부동산의 온도는 스스로 판단하심이 상책입니다. 운동 수퍼코치도 선수의 컨디션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으니까요. “당장 오르기는 힘들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접근하되 급매물을 잡아라. 대출금이 1/3이 넘지 않도록 하라”는 권고나 조언들은 어디를 가도 넘쳐나는 복사판일 것이므로 신경 쓰지 마시라는 당부입니다.
부동산은 자식과 마찬가지로 무거운 짐이기도 하지만 힘이라고 하더군요. 나이 50세나 60세가 되도록 자식이 없는 분들은 목에 힘이 없듯이 부동산이 없게 되면 힘이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예 능력이 안 되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부동산 시대는 끝났다”는 단적인 생각으로 회피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자식이 있으면 뭐하냐? 부동산이 있으면 뭐하냐? 내 한 몸 평생 편히 살다가 가면 그만이지”라고 말씀하신 분들도 물론 계시겠지요. 그러나 마치 속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그 분들도 알게 모르게 늘 허전함을 느끼게 되고, 자식이나 부동산을 그리워 할 때는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인터넷 앞에 앉아 계시겠지요?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많이 보시되 위태로운 것은 빼버리고, 많이 듣되 의심나는 것은 빼버리십시오. 그래야 부동산의 온도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한 장 써보지 않은 분들이 오히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음도 주의하시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목련꽃은 하룻밤 사이에 피어오릅니다. 진짜 봄은 그 후로 한참 있어야 옵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겨우 목련꽃이 봉우리를 틀 정도의 온도가 아닐는지요?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휘발유에 성냥불 그어 댄 것처럼 확 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온도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70도를 향해서 말입니다.
부동산은 짐입니다. 그러나 그게 있어야 내게 힘이 있게 됩니다. 힘들고 귀찮지만 자식도 있어야 합니다. 힘과 짐~ 우리들은 태어날 때부터 짐을 지고 태어났습니다. 갈 때 내려놓고 가더라도 사는 동안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인생입니다. 너무 무겁지 않도록 짊어지십시오. 쉬엄쉬엄 가다보면 푸른 초원도 보게 될 것이고, 노래하는 새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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