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농촌행 4만4천586가구, 전년 대비 37.5% 급증…성공 사례만 부각
적응못해 도시 복귀 사례 속출…'농사나 한번' 위험천만…철저히 준비해야
<※ 편집자 주 = 도시생활을 접고 농사를 짓거나 농촌에 살려고 귀농ㆍ귀촌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귀농·귀촌 가구가 해마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치밀한 준비없이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귀농·귀촌 했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도시민에게 도움을 주고자 귀농·귀촌 실패 사례와 전문가들이 조언한 실패 극복 방법을 2꼭지로 나눠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귀농·귀촌 너무 쉽게 생각하는 데요. 시골은 잘못했다가 삼시세끼 해결하기도 어려워요. 돈 없으면 차라리 도시에 사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귀농인협회 인터넷 카페에 귀농을 고민하는 40대 남성의 글이 올라왔다.
이 남성은 "안 좋은 일이 겹쳐 시골로 가려고 한다. 사업 실패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투자 사기까지 당했다. 도시에 환멸을 느껴 조용히 여생을 맞이하려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농촌 정착에 성공했다는 한 회원은 여기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귀농 귀촌은 자금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산속에 은둔하는 자연인으로 산다면 모를까…"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전국의 귀농·귀촌 가구는 4만4천586가구로 전년 3만2천424가구보다 37.5%나 증가했다.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염증을 느낀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하는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귀농했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농촌 생활을 접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역귀농' 또한 적지 않다.
귀농·귀촌의 실패는 대략적인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귀농·귀촌을 통해 전입하는 사례만 파악하기 때문이다. 농촌으로 이사해 일군 성공 사례만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질 뿐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실패 사례는 거론되지 않는다.
실패한 사람도 '실패'란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대출을 감당 못해 파산하고, 집이 경매에 나온 뒤에야 비로소 알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던 최모(59)씨는 퇴직 직후인 2011년 경남 함안으로 귀농했다.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논과 감밭이 있는데다 어린 시절 어깨너머로 농사일을 배웠기에 노후에 필요한 수익 정도는 뽑을 자신이 있었다. 별도의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 없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몸으로 부닥친 농촌의 현실은 전혀 달랐다.
6천600㎡(2천평) 논에서 일년 내내 땀흘려 손에 쥔 돈은 고작 700만∼800만원. 농약 값과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니 채 절반도 안 남았다. 250그루 감나무 농사에서 얻은 순수익도 500만원 밖에 안됐다.
버티다 못한 최씨는 결국 지난해 부산으로 돌아갔다. 갖고 있던 기술자격증으로 260만원의 월급을 주는 직장에 재취업했다. 귀농 4년 만이다.
3년 전 충북 충주로 귀농해 사과 농사를 짓는 김영기(가명·55)씨 부부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여유로운 노후를 꿈꾸며 전원주택까지 마련한 김씨 부부는 처음에 생각했던 음식점 운영이 여의치 않자 과수원을 임대해 사과 농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귀동냥에 의지한 농사는 제대로 되지 않았고, 김씨는 과수원을 부인에게 맡기고 대도시로 돌아가 예전 일을 다시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원주택에 불이 나 집까지 잃고 말았다.
사업 실패 후 2013년 아내,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충북 영동으로 귀농했던 김모(43)씨 역시 2년 만에 농촌생활을 접고 다시 서울로 떠났다.
도시의 아파트를 정리해 4억원의 귀농 자금을 갖고 내려왔지만, 농가주택을 짓고 포도밭을 구입하는 데만 2억원 이상이 나갔다. 포도 농사로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은 1천만원 남짓했고, 묘목을 갓 심은 블루베리 수확까지는 3년을 기다려야 했다.
귀농·귀촌 실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원주민들과의 불화가 꼽힌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데다 인식과 문화 차이가 워낙 커 간극을 좁히고 화학적으로 결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귀농·귀촌인들은 "마을 사람들이 텃세를 부린다"고 원망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이 들어와 분위기를 흐린다"고 못마땅해 한다.
전북의 한 마을에는 '귀농·귀촌을 받지 않는다'란 펼침막이 내걸릴 정도다.
영농기술과 정보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부족한 것도 실패로 직결된다.
귀농에 대한 열정과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농사나 지어볼까"란 순진한 생각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농사를 지으려면 초기에 토지, 장비 구입 등에 적지 않은 돈이 들 뿐 아니라 수확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큰 변수다. 재배기간이 짧은 농작물도 수확까지 보통 1∼2년, 다년생 작물은 3∼4년 걸리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제천시 관계자는 "농촌은 사람 관계가 도시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사람은 원주민들과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 살 준비가 돼 있는지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요즘은 농업기술도 고급화, 복합화돼 있어 여간 준비해선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병기 임보연 장영은 전승현 홍인철 이승형 노승혁 차근호 박정헌 한종구 공병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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