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의 캐릭터숍 ‘라인프렌즈’는 지난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1호점 문을 열었다. 라인은 경쟁사 제품인 카카오톡에 밀리는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여성’이 중심인 강남 가로수길 상권을 택했다. 캐릭터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 고객층이 젊은 여성이란 점에 착안한 것이다.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매장 개점은 성공적이었고, 라인프렌즈 1호점은 입소문을 타고 이제 중국과 동남아 여행객들이 한국 여행 시 찾는 명소가 됐다.
임차인들이 가게를 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국내 1위 상권 컨설턴트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테일팀은 업종에 맞는 상권의 ‘얼굴’, 즉 특색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매출은 물론, 인지도 상승과 이미지 쇄신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선임상무는 “한국에 진출하려는 해외 소매(리테일) 브랜드 기업들은 개별 상권의 특색이 브랜드 이미지와 해당 업종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지를 세심하게 살핀다”고 말했다.
◆ “유행 업종은 가로수길로, 매출 비중이 큰 업종은 명동으로”
그렇다면 쿠시먼 리테일팀이 파악한 명동, 강남역, 가로수길, 홍대입구와 청담동 등 서울 주요 5대 상권의 특색과 각각에 어울리는 업종·브랜드는 어떤 것일까.
먼저 명동은 ‘다국적 쇼핑족’을 위한 상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일본인 여행객과 요우커(중국인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명동은 전국 최대의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자라, H&M, 포에버21 등 대형 의류 SPA(제조·유통 일괄형 상표) 브랜드가 명동을 선호한다. 대형 식음료 및 외식(F&B) 업종과 미샤, 페이스샵 등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도 명동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 김용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테일팀 차장은 “명동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유동인구가 풍부한 데다 쇼핑이라는 특정 목적이 분명한 상권인 만큼 글로벌 SPA 브랜드가 최우선으로 입점을 고려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은 명동과 비슷하지만, 외국인보다는 내국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상권이다. 인근 오피스 밀집지역에서 근무하는 ‘넥타이족’ 직장인들과 20대 젊은이들이 쇼핑과 만남을 위해 방문한다. 유동인구는 명동 다음으로 많은 편이다. 명동과 마찬가지로 자라, 에잇세컨즈 등 의류 SPA 브랜드는 물론 식음료 및 외식(F&B) 업종에 적합하다.
반면 신사동 가로수길은 예술가들의 공방이나 개성 있는 소형 매장이 주를 이루는 상권이다. 주요 고객층은 최신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여성이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이 있어 구매력도 높은 편이다. 이 지역의 키워드를 ‘트렌드를 아는 언니’로 꼽은 노윤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라인프렌즈 등 이슈메이킹 필요하거나, 사진 전문 갤러리숍인 ‘옐로우코너’와 같이 가격대가 높은 편이면서도 미적 감각을 우선시하는 해외 브랜드가 찾는 곳이 가로수길 상권”이라고 말했다.
‘청춘’, ‘클럽 문화’로 대표되는 홍대입구는 가로수길과 마찬가지로 최신 유행을 따르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상권이다. 주 연령층이 10대 후반~20대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같은 품질의 상품이라도 좀 더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호한다. 유행을 따르지만 가격대가 높지 않은 제품을 내놓는 화장품이나 의류, 1020세대를 타깃으로 한 F&B 업종이 적합하다.
자라의 모회사인 ‘인디텍스’가 내놓은 의류 브랜드 ‘버쉬카’가 그 예다. 자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으로 구성된 버쉬카는 지난달 홍대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점했다.
청담동은 명동과 가로수길 등에 비해 유동인구는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지만, 명품업체가 이미 대거 자리를 잡은 만큼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주로 방문하는 부자 상권이다. 이 때문에 이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끌어들여 인지도를 높이려는 준명품급 이상 브랜드가 선호한다. 요가복 전문 업체인 ‘룰루레몬’, 네덜란드 남성복 전문점인 ‘수트서플라이’ 등이 이 지역에서 내년 문을 열 예정이다.
◆ “업종 이미지 맞는 곳 택해야”
업종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상권에 입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만, 당장은 어울리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추구하는 이미지와 맞는 상권에 들어서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쿠시먼 리테일팀은 조언한다.
H&M의 모회사인 H&M그룹이 내놓은 프리미엄 의류 브랜드 ‘코스’가 그 예다. 코스는 지난달 3층짜리 단독 매장을 청담동에서 열었다. 코스 의류 가격대는 보통 10만~40만원 수준으로, 청담동에 이미 들어선 명품 브랜드보다는 저렴한 편이나, H&M과는 다른 고급 의류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과감히 청담동을 선택했다.
다국적 식품업체 네슬레의 커피브랜드 ‘네스프레소’도 비슷한 예다. 네스프레소는 간편하게 만들어 마시는 ‘캡슐 커피’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청담동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프리미엄 커피 이미지를 얻기 위한 입지 공략이라고 쿠시먼 리테일팀은 설명했다.
김성순 선임상무는 “청담동에 입점하면 ‘고급스럽다’고 생각하고, 홍대나 가로수길에 입점하면 ‘유행에 민감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유독 한국 상권에서 강하다”라면서 “상권의 색깔과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가 어떻게 맞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상권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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