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상가도 '실속형'이 대세..비싼 1층보다 2·3층이 먼저 팔려

웃는얼굴로1 2015. 12. 22. 05:47

지상층보다 분양가 저렴해도 상대적 임대수익률 더 높아

마곡지구 2층 한달만에 완판 1층 4곳 수개월째 미계약

전문가 "묻지마식 매입은 금물 입점 가능한 업종 따져봐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분양 중인 상업시설 ‘동익 드 미라벨’. 이 건물 2층과 8층 상가들은 올 상반기 분양 개시 한 달 만에 다 팔렸다. 특히 8층 점포는 2주만에 분양이 완료됐다. 하지만 1층 상가는 아직까지 총 64개 점포 중 4곳이 미계약 상태다.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 우남역 주변에 들어서는 상업시설 ‘위례 드림시티’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곳은 지하 점포가 먼저 분양을 마쳤고, 1층은 아직도 일부 점포가 남아 있다.

 

△위례신도시 등 공공택지지구에서 분양하는 상가에 1층보다 2·3층이 먼저 팔리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LH]

 

상가 투자가 ‘실속형’으로 바뀌고 있다. ‘상가는 1층’이라는 맹목적 투자 패턴에서 벗어나 지상 1층 상가보다 지상 2·3층, 지하층 상가 쪽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마곡지구와 위례신도시, 세종시 등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택지지구에서는 지하나 2·3층 상가가 지상 1층보다 먼저 팔려나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마곡·위례 1층 상가 분양가 3.3㎡당 4000만원 넘어

1층 상가에 미분양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분양가 때문이다. 1층은 임대가 잘 된다는 인식 때문에 대체로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다. 반대로 2층 이상은 1층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소액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이다. 2주만에 완판된 마곡 ‘동익 드 미라벨’ 8층 점포의 경우 분양가가 2억~3억원대로 1층보다 훨씬 저렴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서울·경기지역에서 공급된 1층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908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3㎡당 2975만원)에 비해 소폭 하락한 것이지만 2013년(2501만원)과 비교하면 16.3%(407만원)이나 높은 금액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미 상가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서울지역 1층 상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 3500만원, 올 3분기까지 3273만원이었다. 올해 신규 공급 물량이 많았던 마곡지구와 위례신도시에선 1층 분양가가 각각 3.3㎡당 4000만원, 4500만원으로 책정됐다. 역세권 상가의 경우 3.3㎡당 5000만원을 웃돈다. 전용면적 66㎡짜리 점포 하나를 분양받으려면 1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높은 분양가 때문에 지상 1층 상가를 분양받을 수 있는 투자자는 한정돼 있지만, 상가 공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경기지역에서 분양한 상가는 2013년 108곳, 2014년 118곳에서 올해 143곳(3분기 말)으로 급증했다. 반면 1층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는 지상 2층과 지하층 상가는 상대적으로 분양이 잘 되고 있다. 1층 점포들이 아직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동익 드 미라벨’의 경우 1층 상가 분양가는 3.3㎡당 4100만원이지만 2층은 1400만원, 8층은 1000만원 선이다.

 

 

◇2층 상가 분양가 낮고 수익률 높아…오피스텔과 경쟁

임대 수익률도 지하층이나 지상 2층 상가가 지상 1층보다 더 낫게 나온다. 분양가가 지상 1층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상가 임대수익률은 2013년 3.58%에서 2014년 3.68%, 올해(3분기 기준)는 3.73%로 매년 상승세다. 상가 업계 관계자는 “상가 평균 임대수익률은 1층(3~4%)보다 2층·지하층이 1%포인트 더 높다”며 “절대적인 수익금은 1층 점포가 훨씬 많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게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오피스텔 분양가가 최근 몇 년 새 많이 오른 것도 지상 2층 상가가 주목받는 데 한몫하고 있다. 부동산114를 보면 서울 오피스텔 평균 분양가는 2013년 3.3㎡당 1079만원에서 2014년 1143만원, 2015년(12월 15일 기준) 1255만원으로 매년 오르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오피스텔 한 채 구입비에 2000만~3000만원만 더 얹으면 상가 2층 점포를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지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13년 5.46%에서 올해(3분기 기준) 5.36%까지 낮아졌다. 분양가가 비싸지면서 수익률은 떨어지는 오피스텔의 대체 상품으로 지상 2층 상가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가 낮다고 무턱대고 매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지상 2·3층 점포는 1층 상가에 비해 입점할 수 있는 업종의 폭이 넓지 않다”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설치가 잘 돼 있는지, 주변 상권에 따라 음식점·학원·은행·병원 등 마땅한 입점 업종이 뭐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현 (eye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