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계획·개발지도

[대한민국은 개발공화국] 땅값만 신났다

웃는얼굴로1 2011. 3. 8. 11:27

개발 발표 5년 만에 2배 이상은 기본
기획부동산에 홀렸다 원금 걱정 태반

"보부상(褓負商)촌을 만든다더니 6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입니다. 그동안 외지인들이 드나들면서 땅값만 천정부지로 올려 놨죠."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서 가축을 기르는 송모(54)씨는 2008년 축사를 더 짓기 위해 주변 땅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3.3㎡(평)당 6만~7만원이던 땅값이 불과 2~3년에 10만~15만원까지 치솟았던 것. 그는 "땅값이 올랐다고는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축사 짓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남발한 지역개발사업으로 땅값이 급등하면서 기획부동산이 횡행하는 등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속출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1553개 지역·지구를 대상으로 지구지정 이후 땅값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5년간 해당지역 땅값은 127% 급등했다. 인근 지역 땅값도 같은 기간 94.8% 뛰었다.

보부상촌 건설 등이 추진되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의 땅값은 지난 2004년 3.3㎡당 5만원 안팎이었지만 현재 도로변 토지는 1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7년 만에 20배쯤 뛴 셈이다. 덕산면 주민 신모(49)씨는 "정부가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을 사업을 발표해 투기만 조장했다"고 말했다.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어김없이 외지인이 몰려와 해당 지역을 거대한 투기장으로 만든다. 2004년 산업단지와 세종시 개발로 술렁이며 땅값이 급등했던 충남 당진군은 당시 1년 동안 거래된 토지(약 3만필지) 중 73%(2만2400필지)가 외지인 손에 들어갔다. 복운리 주민 박모(63)씨는 "외지인들이 동네 주민들을 구슬려 싼값에 땅을 샀다가 나중에 비싸게 되판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 개발계획을 믿고 땅을 샀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경북 경주에 사는 최모(37)씨는 6년 전 속칭 '기획부동산(토지 사기매매단)'의 설득에 넘어가 당시 기업도시 예정지인 원주시 호저면 일대 토지(330㎡)를 3000만원에 샀다. 하지만 기업도시 개발이 지연되고 인근에 계획됐던 도로마저 취소되면서 못쓰는 땅이 됐다. 최씨는 "원금이라도 회수하려고 하지만 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원주공인중개사무소 유용금 대표는 "과거 기획부동산에 속아 원주 땅을 산 사람들로부터 하루 10통 이상 문의가 오지만 해당 업체가 없어진 만큼 보상을 받을 길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철저한 투기방지 대책 없이 개발계획을 남발해 땅값만 올려 사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