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동대문 패션쇼핑몰 '헬로apM'.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관리권을 둘러싼 공방전이 치열하다. 전 관리위탁업체인 에이피엠엠앤씨(이하 엠앤씨)와 신임관리단인 헬로apM관리주식회사(이하 관리주식회사)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형국이다.
중간에 낀 상인과 점주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가뜩이나 인터넷쇼핑몰의 등장과 SPA브랜드의 인기, 인근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대형패션몰의 공급과잉 등으로 손님의 발길이 점차 뜸해지는 터라 이들의 고통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관리주체 2곳…혼란스런 점주들
헬로apM의 한 점주에 따르면 2002년 분양 당시 시행사 측에선 헬로apM을 5년 동안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조항을 삽입, 관리 용역회사인 엠앤씨를 설립했다. 워낙 많은 이권이 걸려 있어 과거에는 이런 일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것.
하지만 엠앤씨는 10년을 훌쩍 넘긴 최근까지도 헬로apM을 독점으로 관리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시행사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 점주들을 종용해 허수아비 관리단을 꾸려 지속적으로 엠앤씨와 계약을 맺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성동규 기자 |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 증명도 발송했다. 결국 관리주식회사에서는 엠앤씨가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음을 통보하고 퇴거를 요구했다. 엠앤씨를 대신할 관리위탁업체로 대현시스템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이들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엠엔씨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관리주식회사는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각각 서로에게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5월 관리주식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초부터 수개월간 양측은 11층 사무실을 차지하기 위한 물리적 충돌과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8월 법원의 결정이 뒤집혔다. 엠앤씨의 가처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관리주식회사는 항고를 진행 중이다.
현재 헬로apM은 관리주식회사와 엠앤씨가 불안정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관리주식회사가 신임관리단이지만 엠앤씨에 관리비를 내는 비정상적인 운영을 점주와 상인은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엠앤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계약이 해지됐다는 것은 관리주식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계약서상 '해지 3개월 전 명시적인 의사를 표하지 않는다면 묵시적으로 계약이 연장된다'는 조항이 있다. 계약에 대해 한번도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엠앤씨는 유통상업발전법상 대규모점포관리자(이하 관리자)의 지위를 가진다"며 "관리단과 관리자의 권리가 충돌할 경우 '관리자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판례도 있어 관리주식회사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사진=성동규 기자 |
◆이권다툼 피해자 점주와 상인
현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대다수 상인은 엠앤씨에 등을 돌린 것처럼 보였다. 남성복 매장의 한 상인은 "공실이 계속 늘고 있지만 엠앤씨는 구체적인 상가 활성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상인 역시 "인근 밀레오레에 가보면 손님이 제법 많다. 반면 헬로apM에는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며 "밀레오레도 경제침체 여파를 받는 것은 똑같을 텐데 차이가 난다는 것은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도 헬로apM이 밀레오레보다 관리비가 비싼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종국에 어느 쪽이 관리권을 챙길지는 모르겠으나 관리비를 투명하게 사용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상권을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상인 중 현행 관리규약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상인들은 사실 누가 관리를 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며 "다만 선정된 관리업체를 견제할 수 있는 적절한 장치가 없다는 부분부터 손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6개월째 매장이 공실 상태라는 한 점주는 "점포가 임대도 되지 않고 매매는 더욱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관리비만 꼬박꼬박 내는 게 억울하다. 차라리 관리비를 연체해 점포가 경매에 넘어갔으면 좋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실제 이런 상황을 대변하듯 동대문 상권의 몰락으로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패션몰 점포가 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경매시장에 나온 동대문 패션몰의 점포가 126건이나 되지만 낙찰은 26건에 불과하다.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 유찰이 거듭되다 보니 낙찰가율(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가) 평균이 26% 수준을 기록했고 20%를 밑도는 사례도 있었다. 이는 지난 2011년 낙찰가율이 46.1%, 2012년 57.4%, 2013년 68.8%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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