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역학

[정경연의 생활 속 풍수 이야기] 산세가 아름다운 곳이 '살기 좋은 터'

웃는얼굴로1 2015. 9. 1. 07:31

■ 좋은 집을 구하려면 우선 주변 산을 살펴야

                   

풍수에서는 산의 생김새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산관인물(山管人物)이라 하여 산은 인물을 관장한다고 본다. 산의 모양에 따라 사람의 품성, 인격, 길흉화복 등이 영향을 받는다는 논리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산이 수려하고 단정하게 생기면 길한 기운이 있어 인물이 난다. 그러나 산이 깨지고 부서진 곳은 길한 기운이 없어 대를 이어 살 곳이 못된다고 했다.

 

당나라 때 고위관료로 풍수지리에 능했던 양균송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풍수를 이용하여 가난한 백성을 구제했다. 백성들은 그를 존경해 지금까지도 구빈(救貧)선생으로 불리고 있다. 그가 남긴 ‘구빈산결(救貧山訣)’에 의하면 “산이 풍만하게 생겼으면 부자가 많이 나고, 산이 수척하게 야위었으면 가난한 자가 많이 난다. 산이 수려하고 밝으면 빼어난 인물이 많이 나고, 어둡고 탁하게 생겼으면 옹졸한 자가 많이 난다. 산이 훼손되지 않고 온전하면 기뿐 일이 많고, 깨지고 부서지면 슬픈 일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산을 볼 때 주의할 점은 보는 위치에 따라 산모양이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같은 산이라도 어떤 집에서는 반듯하게 보이는데, 다른 집에서는 비틀어져 보일 수 있다. 또 모양은 반듯한데 우리 집을 향하지 않고 다른 집을 향할 수 있다. 인물이 나고 부자가 되는 집은 산세가 반듯하게 보이는 곳이다. 정면으로 보이면 더욱 좋고, 좌우측으로 보이면 그 다음이다. 산이 가까이 있으면 빨리 발복하고 멀리 있으면 늦게 발복한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어 위압감을 주면 오히려 좋지 않다고 본다.

 

좋은 집을 구하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주변 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려하고 잘 생긴 산이 어느 쪽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핀다. 이를 확인하고 싶으면 전통마을의 종가나 유명한 인물의 생가를 방문해보라. 대문 안쪽에서 밖을 바라보면 수려하고 반듯하게 생긴 산이 그 집을 향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옆집에서 바라보면 산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는 도시아파트나 사무실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산정상이 붓끝처럼 뾰족하게 생긴 산을 문필봉이라고 하며 문인이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한다. 산정상이 한일자로 평평한 산을 일자문성이라고 하며 고위관료나 큰 부자를 배출한다.

 

인물이 비슷한 곳은 산세도 서로 비슷하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생가,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 생가, 박정희 대통령 생가 앞에는 모두 일자문성이 서 있다. 산 정상이 한일자처럼 생긴 일자문성에서는 고위직이나 큰 부자를 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인이나 학자들 생가에는 붓끝처럼 뾰족하게 생긴 문필봉이 많다.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 생가,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주실마을 생가,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시인의 강진 생가에서 보면 문필봉이 집을 향해 서 있다.

 

산이 깨지고 부서지면 길한 기운이 없어져 슬픈 일이 많이 생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개발을 하지만 결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치고 만다.

 

이처럼 산의 생김새는 사람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 그런데 도시개발이 이뤄지는 곳을 가보면 산부터 깎아 무너뜨리고 있다. 더 이상 훌륭한 인물도 큰 부자도 나지 말라고 저주하는 듯하다. 세계 각국은 자연경관을 복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자연을 파괴하며 개발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연환경을 보호하자고 지정한 국립공원 꼭대기까지도 개발한다고 한다. 지역경제가 지속가능하게 활성화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경연 | 도시계획학 박사·인하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