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수도권] SH공사, 가든파이브(복합 쇼핑단지) 대박… 입주상인은 울상

웃는얼굴로1 2011. 2. 23. 14:03

SH공사, 매각대금 등으로 개발 이익 수천억 가능
비싼 분양가로 외면받아 대부분 상점 텅텅 비어… 동양최대 복합단지 물거품

 

22일 SH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가 운영하는 복합쇼핑단지인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가전기기·패션·잡화 판매 전문인 '라이프(life)'동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이기순(49)씨는 빈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이씨는 "손님이 없는데 무슨 장사를 하느냐"며 "작년 3월 15평짜리 가게를 얻었지만 제대로 물건을 팔아본 기억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가게의 월세 230만원을 석 달째 못 내고 있고, 이런 것은 다른 가게 주인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이 안 돼 텅 빈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라이프동 테크노관 3층의 모습. 비싼 분양가와 임대료로 상인들은 가든파이브에 들어오지 않았고, 손님들도 발길을 돌렸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이날 SH공사는 가든파이브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용지 7만2572㎡(약 2만2000평)에 대한 민간 매각을 앞두고 입찰 등록을 받았다. 25일에 입찰자가 결정될 이 땅의 감정가는 7200억원가량으로 평당 3270만원이 넘는다. 기존에 개발된 상가 분양 및 임대 수익 약 3000억원에다 지난해 업무시설·교육복합단지 3만1180㎡를 매각하고 받은 2624억원을 합치면 가든파이브 개발로 7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쥐게 된다. 대다수 공기업이 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SH공사가 땅을 개발하고 민간에 넘겨 이익을 남길 예정이지만 이곳에 입주한 상인들의 한숨 소리는 깊어지고 있다.

"가든파이브 입주 가장 큰 후회"

가든파이브에 입주한 상인들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명색이 복합쇼핑단지임에도 가게가 텅 비어 손님을 끌어들이지 못한 데 있다.

라이프동 2층에 마련된 총 133개의 업소용 공간을 채운 가게가 7개에 불과할 정도로 분양이 안 된 상황이다. 라이프동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김영음(52)씨는 "처음 가게를 찾은 손님도 건물 전체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썰렁해 다시 찾지 않는다"며 "1년째 장사하면서 제대로 돈을 벌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털어놓았다.

카메라숍을 운영하는 조항만(56)씨는 "은행 융자를 받아 2억4000만원을 마련해 여기 7평짜리 가게를 분양받은 게 내 생애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며 가슴을 쳤다. 라이프동에서 약 500m 떨어진 공구(工具)상가 '툴(tool)동'도 상황은 비슷해, '툴동'의 입점률은 43.9%에 불과했다. 가든파이브에는 라이프동을 포함해 3개 동에 걸쳐 모두 8360개의 가게가 들어서야 하는데 5516개밖에 차지 않아 입점률이 65.98%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가든파이브가 썰렁해진 이유는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분양가에다 장사가 되지 않아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억원에서 최고 6억원에 이르는 분양가를 부담하기 어려운 상인들은 가든파이브를 외면했다. 빈 가게가 속출하자 손님의 발길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됐고, 상인들은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형 유통 업체까지 들여와 엎친 데 덮친 꼴

상인들은 SH공사의 가든파이브 매각 소식을 듣고 "SH공사는 '먹튀(먹고 튀는 놈이란 은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2년간 유명 연예인을 섭외한 광고비 등으로 345억원을 쓰고, '문화로 물들이기'라는 타이틀을 걸고 22억원을 들여 이벤트를 펼쳤음에도 쇼핑객을 끌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은 "몸값이 비싼 연예인 광고비에 헛돈 쓰지 말고 분양가를 낮추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SH공사도 입점률이 낮아지면서 빈 공간이 늘자 2009년부터 빈 가게에 대한 관리비에만 77억원을 써야 했다. 상인들은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데 SH공사가 소상인들의 경쟁 상대일 수 있는 이마트와 킴스클럽, NC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를 입점시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라이프동에서 전자기기를 파는 조모(63)씨는 "6월이면 이마트도 들어오는데 어느 소상인이 여기에 들어오겠느냐"고 말했다.

쇼핑몰 전문가 아닌 SH공사 출신 관리도 문제

가든파이브를 운영하는 관리회사를 쇼핑몰 전문가가 아닌 SH공사 출신이 맡은 것도 문제였다. 라이프동을 관리하는 (주)가든파이브 라이프의 대표는 작년 말까지 SH공사에서 집단에너지사업단을 이끌었다. '라이프'동 2층에 입점한 한 상인은 "SH공사는 땅장사에만 혈안이 됐을 뿐 쇼핑몰 관리나 입점주들에게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가든파이브 사업관리단의 조국영 차장은 "민간에 매각된 땅이 개발되고 동남권 유통단지가 완성되면 대형 업체들이 들어와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며 "그러면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돼 분양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임대료를 낮춰 입주 상인을 보호하고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홍보 방안도 계속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청계천 복원으로 밀려난 상인들과 일반 업자를 유치하고 주변에 물류단지, 숙박시설 등을 지어 동양 최대의 복합유통단지로 이루겠다는 애초의 청사진은 점점 멀어져가고 입주 상인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었다.

☞SH공사

서울시의 택지개발 및 주택건설을 하는 시투자·출연기관으로 1989년에 설립됐다. 2004년 서울시도시개발공사에서 SH공사로 이름을 바꿨다. 토지의 취득·개발·공급, 주택의 건설·개량·공급·임대 및 관리, 재개발사업, 도시계획사업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