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장인 A씨는 서울 노원구에 직원 숙소 26실과 공장 등이 들어서는 5층 높이의 신축 사옥의 하자 문제로 요즘 골치를 앓고 있다. A씨는 이 건물의 시공을 아는 사람 소개로 만난 한 건축업자에게 맡겼다. 시공 실적이 거의 없는 작은 건설사였지만 다른 건설사 보다 20~30% 저렴한 게 선택의 이유였다. 지난해 봄 준공된 건물은 처음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문제가 터졌다. 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겼고, 직원 숙소 곳곳에 누수가 생겼다. 방수 공사가 안돼 공장 바닥에서 물이 올라왔다. A씨는 하자 보수를 요구하려 시공을 맡긴 건설업자에게 연락했지만 “지금 부산에 있다”는 등 핑계를 대며 계속 미뤘다. A씨는 “알고 보니 건설사업등록 면허가 없는 무면허 업체였다”면서 “건설비를 좀 아끼려다 앞으로 내내 고생할 생각을 하니 깜깜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도시형생활주택 및 소형 주택에서도 하자가 많이 발생하는 날림공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소형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으로 30가구 미만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을 때 획기적인 연 2% 저리의 국민주택기금을 대출해 주기로 하고 이를 위한 시공사 기준을 아예 없앴기 때문이다.
30가구 미만 주택 무면허 업자도 기금 지원 가능
국토부 관계자는 “30가구 미만 도시형생활주택은 건축허가 대상으로 기금 지원을 할 때 시행자인 토지주와 함께 하는 시공사가 건설사업등록 면허가 없어도 되며, 사업자 등록을 막 마친 실적 없는 업체여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30㎡ 미만의 소형 단독주택 부지나 나대지 등에 소규모 도시형생활주택, 다세대, 다가구주택 사업 등을 준비하는 개인 토지주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을 준비하면서 자금 마련 부담과 수익성 악화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여서다.
예컨대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 B씨는 서울 노원구의 240㎡ 단독주택 부지에 30가구 미만의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으려고 준비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B씨는 “건축 허가만 받으면 공동사업자인 시공사를 따로 찾지 않아도 된다”며 “현재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땅을 가진 개인들이 소형 주택사업을 고려하면서 직접 건축물을 짓거나 무면허 업자를 쓰는 방법을 염두에 두는 것은 건축비가 20~30% 정도 절약돼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서다.
도시형생활주택 전문기업인 야촌주택 장기주 이사는 “최근 가장 많은 도시형생활주택 상담건은 기금 지원을 어느 정도나 받을 수 있을지, 건설비용을 싸게 하기 위해 무면허 업체와 일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라며 “최소한의 시공사 기준이 없을 경우 이를 분양받거나 임대받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책임 준공 불가능, 하자 발생 등 문제 커질 수도
업계에서는 아무리 소규모단지라도 무면허 업체에게 시공을 맡길 경우 하자보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공사는 하자보수 보증보험에 가입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보수공사를 이행하지만 무면허 업체들은 이런 규칙이 없다.
일부에서는 건축비를 부풀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억원짜리 공사를 10억원이라고 해도 이 금액의 타당성을 은행에서는 검증하기 어렵다.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인 우리은행 주택기금과 담당자는 “도시형생활주택 기금 대출을 할 때 건축 허가서 등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확인하지만 전문적인 검증시스템을 갖추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30가구 미만 소형주택 건설을 추진하는 토지주는 대부분 법인이 아닌 개인이다. 건축비를 낮추려 무면허 업자와 사업을 하면서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시형생활주택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금 대출을 받고 일정기간 공사를 하지 않으면 대출금을 회수하는 등 조치를 취한다고 했으나 공사를 천천히 진행하거나 수시로 중단하는 경우 등 편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획기적인 저리의 대출을 받아 공사를 지지부진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야촌주택 장기주 이사는 “아무리 30가구 이하 소규모 주택이지만 책임지고 준공을 할 수 있는 업체가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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