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집고치기 봉사 10여년..제몸도 건강해졌죠"

웃는얼굴로1 2015. 3. 25. 07:11

[피플]'송파구 사랑의 집 꾸미기 사업' 지원하는 김호 서전봉사회 대표

 

"집 고치기 봉사활동 대상은 대부분 지은 지 40년 이상된 곳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곰팡이·먼지·벌레가 가득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원봉사하러 나온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힘들어하는 이유죠."

서울 송파구 '사랑의 집 꾸미기 사업'을 지원하는 봉사단체 '서전봉사회'의 김 호 대표는 "시작이 어려울 뿐 한번 발을 들이면 지속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 집 고치기"라고 설명했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집수리 봉사활동을 시작한 그가 현재까지 무료로 고친 집만 1500가구 넘는다.

↑ 김호 서전봉사회 대표/사진=박성대

 

매주 2~3가구씩 13년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가스·전기·보일러 안전점검과 도배·장판·방충망 교체작업을 해왔다. 그는 "도배용 풀이 얼어 작업하기 어려운 겨울철에는 보일러공사와 문풍지 붙이기 등을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집 고치기 봉사활동은 우연히 시작됐다. 그는 과거 직장생활을 하던 중 경추골절 상해를 입고 약 2년간 수술과 재활치료를 하다 건강이 회복되면서 봉사의 뜻을 품게 됐다.

그러던 중 2001년 생계를 위해 서울종합직업전문학교에 인테리어기술을 배우러 갔다가 이영수 보일러 명장을 만났다. 이 명장은 당시 사재를 털어 무료로 보일러기술을 가르쳐주고 '봉사활동'으로 수업료를 대신했다.

김 대표는 "처음 봉사활동을 한 곳은 성북동 판자촌으로 보일러를 설치하고 나오자 할머니께서 집 밖까지 따라나오셔서 우리가 사라질 때까지 '고맙다'며 고개를 연신 숙이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본 것이 지금까지 집수리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함께 기술을 배운 이들과 시작한 '사랑의 보일러' 봉사는 송파구청의 예산 지원에 힘입어 현재 '사랑의 집 꾸미기' 사업으로 발전했다. 송파구 자원봉사센터는 이 사업으로 서울시 자원봉사활성화 분야 인센티브 평가에서 최고상을 연이어 받았다.

김 대표가 몸담은 서전봉사회는 '서울의 전문가들이 모인 봉사단체'의 줄임말이다. 서전봉사회 회원은 현재 8명. 보일러·전기배선·벽지도배·지붕개량 등의 자격증을 다수 보유한 전문가로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다.

그는 "생계를 이어가기도 빠듯한데 주말마다 일을 접고 나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불편한 몸도 움직일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봄이 되면서 김 대표의 손길도 바빠졌다. 겨울철 잠시 일손을 놓았던 집 고치기 봉사활동이 지난 2월 말부터 다시 시작돼서다.

김 대표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에게 항상 고치기 전 집의 모습을 기억해두고 일을 마친 후 모습과 비교하라고 한다"며 "일을 마치고 내 손길이 닿은 집의 모습과 이곳에서 생활하게 될 이웃들의 행복을 상상하면 전혀 고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성대 기자 spark@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