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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깨어있는) 소비를 위한 3가지 제안

웃는얼굴로1 2014. 11. 13. 03:15

자연의 생태계와 야생동물의 삶을 다루는 다큐방송을 보면서 늘 느끼는 점이 저들은 지능지수는 떨어질지는 몰라도 참으로 지혜롭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에겐 의료문명의 혜택이 없어서 주어진 수명을 채우진 못하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 살아 움직이는 동안은 늘 깨어있는 상태로 자신이 가진 무기와 생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굳이 예를 들어 설명하지 않아도 야생의 생명들이 우리 인간들보다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다들 알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그들은 먹고 사는 데에 인간들만큼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상위포식자들도 배고픈 상황이 아니라면 바로 앞에 사냥감이 지나가도 굳이 잡지 않습니다만, 인간들은 배가 잔뜩 불러도 디저트를 찾고 더 맛있는 것을 찾아 먹습니다. 곰처럼 동면을 위한 에너지 보존능력도 없으면서 또 먹고 더 많이 탐닉합니다. 이래서는 지혜로운 소비는커녕 조화롭지도 않을 뿐더러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힘듭니다.

 

지혜로운 소비를 말하면서 인간과 야생동물을 비교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인간도 동물과 함께 존재해야 할 지구생태계의 구성원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그들에게서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버려야 지속적이며 조화롭게 살수 있기 때문에 윤리적 소비를 위해 이들 동물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이 글을 씁니다.

 

동물들이 주어진 조건에 원망하거나 닥친 신세를 탓하지 않고 있으면 먹고 없으면 없는 대로 맞춰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늘 소비를 하며 사는 우리들은 분명히 보고 배울 점이 있습니다. 거기에 착안하여 우리들이 바꿔야 할 점으로 3가지 제안을 해봅니다.

 

첫째,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것에만 지출을 하자는 것입니다. 한때 회사생활을 하면서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팔기보다 원하는 것을 팔도록 하는 마케팅을 담당했습니다만, 사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금은 전 지구적으로 수억의 매니아를 갖고 있는 아이폰, 유명한 브랜드의 명품백 등이 우리가 원하는 것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것은 우리의 생존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별로 이로운 것도 아니지요. 아이가 엄마! 햄버거 사줘. 아빠 저 로봇난감 사줘~!” 라고 할 때 그저 과연 그게 아이한테 이롭거나 꼭 필요할까요? 그저 원할 뿐인 것이죠. 어른들이라고 다를 것 없습니다. 모양이나 색깔이 우리의 감각적 욕망을 자극하여 갖고 싶은 것이 될 뿐입니다. 명품 악세사리 하나 없고, 화장도 안 하는 제가 보아도 이것만은 갖고 싶다라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간혹 있지만, 그때마다 이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단지 원하는 것인지를 돌이켜 따져보고 잠시 일어난 욕망을 내려놓곤 합니다. 물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때마다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합니다

 

둘째, 소비하려는 것의 본질 또는 근원을 알고 구입하길 바랍니다. 지난 8월 친환경식품 매장을 갔을 때, 그곳의 직원 두 분이 열심히 브로콜리를 붙잡고 핀셋 같은 것으로 뭔가를 집어내길래 사연을 물어봤더니, “브로콜리에서 배추벌레 같은 것이 나온다며 항의하며 반품하셔서 그냥 우리가 먹으려고 한다고 하더군요. 친환경 농산물이 좋아서 조합에 가입해 놓고서는 친환경으로 재배하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면 조합원 자격이 없는 것이지요. 우리가 늘 먹는 채소나 축산물, 해산물 모두 원래 본래적 자연상태에 가깝게 자란 것이 우리 몸에도 좋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먹고 쓰는 모든 것에 대한 근원, 즉 원산지, 재배생산공정, 판매 및 보관과정 등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매일 자주 쓰는 것부터 시작하여 생명이나 건강에 직결된 것에 대한 공부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공정무역이나 로컬푸드, 그리고 생태계에도 기여하는 윤리적 소비가 출발할 것입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사물의 본질을 통찰해 보려는 습성이 있는데, 요즘은 같이 사는 아내도 점점 제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가 자동차를 보는 관점이 이렇습니다.

 

자동차는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 위한 수단도 아니요, 남에게 과시하는 수단도 아니다. 이것의 태생은 더 많은 것을 싣고 더 멀리 운반하기 위한 취지에서 태어난 것이므로, 스타일이나 편의성 보다는 늘 안전성과 경제성을 주안점에 주고 구입을 하고 안전운전을 하는 것이 자동차에 대한 예의이고, 그것의 존재 이유이다. 거기에 보태서 최대한 오래 쓸 수 있도록 관리를 잘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도 그 차량에 가장 경제적인 속도(75~85km/h)로 우측차선 주행을 합니다. 물론 급가속, 급제동도 하지 않지요. 이런 습성 때문인지 25년이 넘도록 한번도 사고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종 차량의 다른 운전자보다 30% 이상의 좋은 연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사물의 본질을 존중하는 것에서 나온 결과물일 것입니다.

 

셋째, 내 주위의 모든 것에 대해, 일어난 상황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자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좋은 일만 일어날 수는 없을 것이고, 돈이 없을 때도 있고, 까닭 없이 몸이 아플 때도 있을 것입니다. 좋은 일이 생겨야 기뻐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짜증을 내며 우울해 한다면 이런 감정적 부침이 소비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언젠가 기사를 보니, 감정(또는 감성)의 변화에 따라서 소비패턴도 함께 연동하는 성향이 높다고 하더군요. 마케터들도 소비자의 감성과 심리를 연구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답니다. 우리는 의식적인 소비보단 무의식적인 소비를 할 때가 더 많습니다. 대부분의 지출을 따져보면 그냥 관성적 습관대로 또는 남들의 권유나 소비유행에 휩쓸려서, 또는 감성적 충동으로 소비를 했던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범사에 감사한 것과 무의식적인 소비가 무슨 관련이 있겠냐고요? 범사에 감사한 마음은 곧 긍정적인 마인드와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요,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과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고장 나면, “차라리 잘되었다. 이번 기회에 출퇴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주 오래 걸어야겠다라고 의식이 생기고, 냉장고가 비어 있으면 먹을 게 없으니 이번 기회에 건강에 좋다는 소식(小食)을 시작할 계기가 되어 좋구나하고, 충치가 생겨 며칠을 앓으면 짜증을 내기보단 내가 치아 관리를 못했으니 이런 고통이 생기는구나. 이제부터 자주 양치하고 인스턴트식품과 육류를 줄여야지라며 무의식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느 지인은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나서 번쩍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다. 3~4기때 알았다면 그나마 치료가 더 힘들었을 텐데, 용케 지금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라는 긍정적 마인드로 그간의 과식하고 게으른 생활습관을 바꾸고 열심히 걷기 운동도 하며 치료를 하고 있답니다.

 

우리들이 위와 같은 3가지처럼 소비를 한다면 대단히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깨어있는 소비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소비가 윤리적 소비의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믿고 있고요. 만약 3가지 전부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다만 한가지라도 받아들여 관점을 바꾼 소비를 한다면, 그전보다는 훨씬 현명한 소비자가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지출 또한 줄어들어 가계재정도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지난 초가을. 아내와 함께 산책 겸 해서 뒷산에 올라갔을 때, 한창 여물어서 투두둑~! 하며 참나무의 도토리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도시인으로 살 때엔 아무 생각 없이(무의식적으로) 누가 볼 새라 주워담기에 바빴습니다만, 지금은 예쁘게 생긴 것 몇 개만 집어올 뿐, 전부 내버려둡니다. 그 나무들을 누가 심었건 간에 그것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그곳에 터잡아 살면서 그것을 먹어야 살 수 있는 동물들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