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아파트 분양조건은 천태만상
며칠 전 대통령께서 기름 값이 묘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묘하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값이 비쌀 이유가 없는데 왜 비싸냐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고, 파는 곳마다 가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돌아가는 상황들이 이상야릇하다는 뜻이겠지요.
주택이나 토지 등 여타 부동산 값은 어떤가요? 기름 값이 정유회사 하기 나름이듯 부동산 값도 매물마다 다르고, 분양현장마다 다르며 중개업소마다 차이가 있더라는 경험입니다. 작은 금액의 차이는 브리핑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달리 결정되기도 하더군요. 매파의 역할에 따라 중매가 달라지듯 말입니다.
값에 가장 변수가 많은 것이 있습니다. 뭘까요? 신규로 분양하는 아파트 값이라고 한다면 여러분들께서는 의아해 하실 겁니다. “아는 게 힘”이라고 했습니다. 아! 이런 일도 있었구나, 생각하시고 앞으로 세상 살아가는 데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약금과 사은품, 중도금 대출에 따른 이자-
요즘 아파트 분양현장을 보게 되면 계약금은 통상 5%에서 20%까지 받고 있음이 상례일 것입니다. 1-2순위 분양에서 끝날 현장은 보통 20%를 받지만 미분양이 예상되거나 브랜드가 약하거나, 입지가 우수하지 못한 곳은 초기분양을 높이기 위해 계약금을 적게 받게 됩니다.
수분양자들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작을수록 좋기 때문에 아무래도 분양률이 높아지겠지요. 그러나 장기미분양으로 가게 되면 시행사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분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500만원이나 1000만원의 계약금만을 받는 곳도 나오게 되더군요.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아파트 현장에서 절실하게 나타납니다. 수분양자들로부터 돈을 적게 받게 되면 시행사에서 부담해야 되므로 그 아파트가 잘 지어질리 없겠지요. 와중에 몇 십 만원이나 200-300만 원짜리 사은품까지 증정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결국 그 돈은 누가 낸 돈일까요?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라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중도금 대출이자가 무이자면 좋을까요? 그 돈은 이미 분양가에 포함된 돈일 것이므로 좋다 할 수만은 없는 일이지요. 처음에는 마치 공짜처럼 생각되지만 실은 그게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은밀한 분양가 할인과 옵션가격 할인 등-
대부분 분양마무리 단계에 왔을 때 저층에 한해 이뤄지는 일입니다. 당초 책정된 분양가에서 일정금액을 빼주는 분양도 하게 됩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분양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비밀을 철저히 유지하기로 약속하지만 세상에 비밀이라는 게 있던가요?
확장형으로 모두 시공을 해 버렸고 거기다 일정 옵션까지 넣었다면 다시 뜯어낼 수도 없는 일이므로 나중에 분양을 받게 되거나 입주 후 미분양을 사는 사람에 한해서는 확장비나 옵션비를 아예 받지 않은 채 파는 일도 있습니다. 맨 꼴찌로 가는 사람들이 득을 봤다고 볼 수 있지요.
모든 혜택을 주면서까지 분양을 했으나 그래도 끝까지 팔리지 않은 아파트는 어찌해야 할까요? 하청업체에 공사비 대신 대물로 지불하는 게 상례입니다. 보통 하청업체에서는 분양가에서 10%쯤 할인해서 공사비로 받게 됩니다. 그런 후 그 하청업체는 인근 중개업소에 부탁하여 또 10%쯤 할인해서 되팔게 되지요.
이를 팔지 못한 하청업체에서는 공사하는 현장마다 아파트 한두 채씩을 가지고 있게 되는데 결국 대출받아 자금 회전하면서 부동산 시세가 좋아질 때를 기다린다고 하더군요. 요즘 거래가 원만하지 못하게 되자 어떤 하청업체에서는 본의 아니게 여러 채를 가지고 있다고 합디다.
-경기변동에 따른 분양가 인하, 선납할인과 조기입주에 대한 혜택-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로 기존주택이 팔리지 아니하여 입주를 하지 못하거나 분양권으로 되팔기 위해 분양받은 분들이 단지마다 절반이상이 넘습니다. 결국 입주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봐야지요.
발 빠른 건설사들은 사전점검 때 입주예측을 조사한 후 과감하게 분양가를 5-20%까지 일괄 인하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형편이 거기에 이르지 못한 회사들은 입주 1년이 지나도록 수분양자들과 줄다리기를 하게 되고, 대출해준 은행까지 가세하여 입주예정자들과 싸움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빨리 입주해 달라는 건설사의 사정, 중도금 대출금을 갚으라는 은행의 독촉, 배 째라고 버티는 수분양자들의 딱한 처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어느 쪽이나 정답은 없다고 볼 것이니 이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의 입장도 딱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느 건설사나 선납할인은 있습니다. 중도금이나 잔금을 미리 내면 연 7%정도의 이자를 미리 공제해 주는 제도인데 돈이 있는 분들은 많이 이용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도중에 건설사가 보증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선납할인은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보증사고란 시행. 시공사가 부도가 나서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되거나,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정을 제외하고 공사가 3개월 이상 중단되거나, 시행공정률이 예정공정률을 25%P이상 따라가지 못하게 됐을 때 보증사인 대한주택보증이 책임을 지고 공사 하는 절차를 말하는 것입니다.
입주가 다가올 때 입주예상비율이 낮다는 판단이 나오게 되면 건설사들은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조기입주자들에게 이사비 등을 지급하거나 가전제품 등을 선물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빨리 입주를 시켜 급한 자금을 회전하자는 아이디어라고 봐야 하겠지요. 어차피 입주할 바엔 혜택을 받고 입주할 수도 있겠네요.
-잔금유예, 연체료 면제 등-
잔금유예란 건설사들로서는 가슴 아픈 일일 겁니다. 이자를 받거나 또는 무이자로 잔금 일부를 1년이나 2년 동안 연기해 주는 조건이지요. 심지어는 중도금 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시키면서 2년 동안 그에 대한 이자를 대납해 주는 회사도 있음을 봤습니다.
끝까지 입주사고가 생기게 되면 건설사로서는 재분양을 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전세를 놓을 수도 없는 일이라 어찌하든 입주를 해 주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잔금에 대한 연체료까지도 면제해 주고, 또 이사비용까지 보조해 주면서 입주를 권유하는 고육지책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이 과정까지 이르게 되면 같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 간에도 분양가는 어려가지로 차이가 나게 됩니다. 먼저 입주하면서 혜택을 받는 사람도 있게 되고, 나중에 들어오면서 혜택을 받고 입주하는 사람이 있어 천차만별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건설사가 망하는 이유-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하게 되면 입주 때까지 많은 금융비용이 소요됩니다. 사업계획을 잘 못 짜거나 미분양이 발생하게 되면 가다가 돈이 떨어져 공사를 할 수 없게 되겠지요. 그래서 분양을 마무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가지 혜택을 내놓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혜택들은 결국 건설사 자신의 살을 갉아먹는 악재로 작용하게 되고 나중에는 지어봤자 밑지는 현장이 되겠지요. 비싸게 분양했다가 나중에 분양조건을 바꿔 많은 혜택을 주었던 중견건설사들은 지난 2-3년 사이 대부분 부도를 맞았고, 지금도 워크아웃 상태에서 고전하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고갈, 미 입주로 인한 자금줄이 막혀 채권은행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많은 건설사들,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우리들은 한 가지 알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군요. 할인이다, 뭐다 너무 헤프게 퍼주는 아파트치고 부도 안 난 아파트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파트 값이 묘하다고 하는 것일까요?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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