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필요한 책이 있어서 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잘 보이지 않으니깐 가방 속에서 안경을 꺼내고 두 개의 안경을 번갈아 끼면서 책을 찾는데 불편감을 느꼈습니다. 높은 곳에 있는 책을 볼 때는 도수 높은 안경을 낮은 곳에 있는 책을 볼 때는 책보기 안경을 껴야 했습니다.
이런 수고로움 속에서 문득 이런 문장이 생각났습니다.
“아, 내가 벌써 이렇게 됐나...” 그리고 불현듯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때는 안경을 번갈아 껴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었습니다.
문득 제가 중학교 때 읽었던 책 중에 ‘권학문(勸學文)’이 생각났습니다.
여러분 모두 잘 알고 있는 책일 것입니다.
소년이노학난성(少年易老 學難成)-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 不可輕)-순간순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미각지당춘초몽(未覺池塘 春草夢)-연못가의 봄풀이 꿈에서 채 깨기도 전에
계전오엽이추성(階前梧葉 已秋聲)-계단 앞 오동나무 잎이 가을을 알리네.
‘정말 봄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다가왔다.’는 경고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고종수 선수의 은퇴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재능에 비해 크게 꽃을 피우지 못한 선수 중에 한 명입니다. 기술이 주도하던 축구가 힘이 지배하는 축구로 전환해 가면서 고선수 같으면 당연히 월드컵 선수로 선택돼야 하고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불우한 선수였습니다.
올 해 벌써 33살 정도가 되었고, 은퇴 시점이 32살 정도였습니다.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누구든지 후회와 회환이 남게 됩니다. 특히 고종수 선수 같은 경우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선수가 자신의 꽃을 화려하게 피지 못하고 떠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자가 고종수 선수에게 물었습니다. 당시에 한참 화제가 되고 있었던 이천수 선수의 문제에 대해 고종수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종수 선수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해 봤고, 경험해 봤지만, 자존심을 세운다고 해결 될 일은 아니다.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하고 이제는 그 정도의 물리는 터득할 정도의 작은 아이는 아니다.”
짓굳게 기자가 이렇게 묻습니다. “고종수 선수 돈 좀 많이 모아 두었습니까?”
고종수 선수는 “돈 벌어 놓은 것은 없고, 이제부터 많이 벌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스포츠 세계는 상당히 공평하고, 공정성이 주도하는 세계입니다. 그러나 사회라는 곳은 치열하고 때론 실력외적인 부분들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종수 선수가 떠나는 광경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누구에게나 화려한 날들은 가고, 또 화려한 날들이 가고 나면 또 다른 삶이 전개가 된다. 그렇다면 화려한 날이 전개되는 동안 우리는 가능한, 좀 더 열심히, 자신이 좀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고, 또 그 기회를 선용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또 다음, 또 다음에는 기회가 결코 없다는 점을 본인의 강한 결심과 위기의식을 갖고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삶의 모든 부분을 다 통제 할 수는 없습니다. 그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지나치게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도 마음 아픈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러분 항상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 방송을 20대가 듣거나, 30대가 들으시게 되면 ‘젊은 날은 간다. 그리고 세월 앞에 누구도 장사가 될 수 없다.’것입니다.
젊음을 아끼시고 젊은 날의 순간순간을 사랑하시고, 그 순간순간이 마치 꽃봉오리인 것처럼 귀하게귀하게 여기시기 바랍니다. 후회는 항상 세월이 간 다음에 떠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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