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매경 데스크] 세상에 공짜는 없다

웃는얼굴로1 2011. 1. 19. 12:35

'대박'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이가 있을까.

검색어 사전에서 대박을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주로 '대박이 터지다'의 형식으로 쓰인다. '흥행이 크게 성공하다' '큰돈을 벌다'는 뜻이다. 도박판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박(大博)이란 한자에서 왔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흥부가 큰 박을 터뜨려 횡재하는 장면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뜻으로는 이런 항목도 있다.

바다에서 쓰는 큰 배. 이때는 대박(大舶)으로 쓴다. 큰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자주 쓰는 '인천에 배만 들어오면 만사 해결된다'는 속어에 대박이라는 개념이 녹아 있다.

부동산 부장으로 옮겨오니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올해엔 시장이 살아나느냐고.

정답을 모르니 답을 주는 척 에두르다 묻는다. '대박을 원하시느냐고'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대부분 올해는 좋아질 거라고 보고 있다. 회복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갈 거라고 얘기한다. 희망사항 아니냐고 찌르면 지난 3년여의 침체기를 들먹인다. 음지를 지나왔으니 양지가 기다린다는 식이다. 지역을 구분해 가면서 공급 부족을 거론하는 쪽은 그나마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다.

어떤 이들은 치솟는 전세금 추이를 보면 매매값이 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통상 전세금이 많이 오르면 집을 사버리자는 수요가 늘어 매매값 상승을 불러왔다. 2002년 전세난 때 그랬다. 전세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던 사람들이 아예 집을 사겠다고 나서면서 2003년에는 매매시장을 닳아 오르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그럴 건지는 자신하기 어렵다. 회복되고 있는지, 아직 멀었는지 자신이 없으니 그냥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그러면서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전문가들을 붙잡고 묻기만 한다.

명색이 부동산 부장인데 답을 줄 수 없으니 민망하다.

대신 이런 얘기로 대신하자.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어느 왕이 '경제가 무엇인지' 백성들을 교육할 교과서를 만들어오라고 신하들에게 지시했다. 재상과 다른 참모들이 10권짜리 방대한 교본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 왕은 열어 보지도 않고 물리치며 '줄이라'고 한마디했다. 재상은 다시 작업 끝에 1권의 압축본을 올렸다. 왕은 또 줄이라고 일갈했다. 재상과 그의 동료들이 아무리 고민해도 왕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기다리던 왕은 감춰뒀던 지침을 한 문장으로 써서 보여줬다.

왕이 건넨 문구는 간단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지렁이 백성들에게 경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압축된 한마디는 바로 이거였다. 중앙 집권의 군주 아래 체계를 잡은 군현제에서도 이 말로 다 통했다. 하물며 시장 원리를 제1의 기준으로 내세우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부동산 부문에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여지없이 적용된다. 따지자면 시장 원칙이 가장 치열하게 적용되는 동네다.

지난 30여 년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는 예외가 많았다.

지금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요와 공급이 있고, 사고파는 양측이 있는 시장이니 어떻게든 값은 형성될 거다.

그렇지만 과거 같은 대박판은 오기 어려울 듯하다. 기자의 이런 주장에 이제 잘 풀릴 수 있는데 왜 찬물을 끼얹느냐고 못마땅해 하는 분들이 있을 게다.

단언하건대 시장에 나름의 체계가 잡혀가는 과정에 들어섰으면 고통스러울 수 있다. 정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우리 사회도 이미 집을 이용가치가 아니라 투자가치로 평가하던 시절로부터 멀어져 가는 길에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집은 어디까지나 투자 대상(주가,차트)이 아니라 거주 공간이라는 인식이 경제 주체들에게 더 확산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든 저렇든 이런 변화 위에 일관되게 관통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쉬운 원칙이다.

[부동산부 = 윤경호 부장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