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부동산은 남몰래 웃고 있는가?

웃는얼굴로1 2011. 1. 19. 12:18

윤정웅

 

물가상승과 전염병은 자고나면 퍼진다

 

요즘 세계적으로 전쟁이 한창인데 그 전쟁은 바로 물가와의 전쟁이 아닐는지요? 매일 같이 물가인상률 수치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까요. 과거에도 그랬었지만 물가상승이라는 게 꼭 전염병 같은 것이어서 자고나면 오르더라는 경험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새해 화두로 거론되고 있음에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세계경제의 걱정거리는 바로 디플레이선(deflation)이었는데 말입니다.

지금도 미국만 놓고 보면 인플레 보다는 디플레가 더 걱정이지만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주요국들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니 어찌 대처해야 할까요? 이제 미국만을 논하는 디플레는 별로 영양가가 없을 것 같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어느 정도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요? 우리나라도 상승의 속도가 구제역 전파나 비슷하게 빨리 움직이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물가가 들썩이고 저축은행이 죽는다는 소리를 하게 되면 부동산은 남몰래 웃는다고 하더군요. 날씨가 추워서 부동산이 잠시 얼어있을까요? 물가전쟁 등살에 피난을 갔을까요? 아니면 이불속에서 남몰래 웃고 있을까요?

-100원에 열두 개와 1000원에 세 개-

필자는 길거리에서 구워 파는 국화빵과 붕어빵을 즐겨 사먹는 편이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젊은 시절 100원어치 붕어빵을 사게 되면 신문지 봉지 속에 누리끼리한 붕어빵 열두 개가 들어 있었지요. 원래는 10개였는데 맛보기로 하나 더 넣고, 개평으로 하나를 더 넣어 열두 개가 된 줄 알고 있습니다.

붕어빵은 식기 전에 먹어야 맛이 있습니다. 겉은 파삭파삭해서 좋고, 속은 달콤하게 흘러내리는 팥 맛이라야 일품이라는 뜻이지요. 호호 불어 먹지 않고 한입에 덥석 넣었다가 입천장 부르튼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아이들에게도 조심해서 먹으라고 당부했던 기억이 살아나네요.

며칠 전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버스 정류장 앞에서 부부가 붕어빵을 구어 파는 걸 보고 3천 원어치를 달라고 했습니다. 요즘은 종이봉투도 품질이 많이 좋아졌습디다. 1000원에 3개씩 계산해서 아홉 개를 넣어 주더군요. 눈이 펑펑 내리는 밤거리에서 호호 불어먹는 붕어빵의 맛을 먹어보지 않고야 어찌 알겠습니까?

30년, 40년 전에 100원에 열두 개를 주던 붕어빵이 이제는 1000원에 3개가 되었으니 이런 계산을 어찌해야 할까요? 필자는 부동산 재테크는 잘 해도 원래 계산은 우둔하기 짝이 없고, 특히 이런 기하급수적인 계산은 언감생심 해 낼 수도 없으니 여러분들의 계산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520만 원짜리 주택과 5억 2천만 원짜리 주택-

35년 전의 일입니다. 1975년쯤 되겠군요. 말단 공무원이었던 같은 직장후배가 서울 구로지역에 520만 원짜리 단독주택을 샀습니다. 주택융자 받고 신용대출 받고, 방 4개 중 3개는 2세대에 전세 놓아 겨우 입주금을 맞췄던 기억이 납니다.

사회초년생이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은 꿈만 같은 일이기에 그 후배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집을 쳐다봤고, 저녁에 퇴근할 때 집을 쳐다보는 일로 낙(樂)을 삼았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아파트가 없을 때였기 때문에 한 집에서도 2-3세대에게 방 한두 칸씩을 전세를 줄 수 있었습니다.

15년쯤 살고 나서 후배는 그 집을 누이동생에게 팔고 아파트로 이사를 했었는데 그 누이동생은 지금도 그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시세는 5억2천만 원이라고 하더군요. 1975년경 520만 원짜리가 지금 5억 2천만 원이 되었다면 이런 계산은 어찌해야 할까요?

누이동생은 이 집을 팔게 되면 대출 1억을 변제한 후 나머지 4억여 원을 가지고 부부 노후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며,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시골 고향으로 가겠다는 말을 합디다. 지난 35년 동안 많은 물가와의 전쟁이 결국 노부부의 노후자금을 만들어 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은 꾸준히 흘러갑니다. 냇물도 쉬지 않고 흘러갑니다. 냇물이 빨리 흐른다고 세월이 빨리 가는 건 아니지요. 물가상승의 속도가 빠르다고 언제까지 빠를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이해 하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빨리 가건 느리게 가건 먼 훗날 붕어빵 3개와 5억 2천만 원처럼 돈의 가치는 하락해 있을 것이니 그 문제는 또 그때 가서 뒤돌아본 후 평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부동산 안녕하지 못해-

우리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학습효과를 얻었습니다. 따라서 신흥국에서 인플레 위험이 커지고 있고,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돈이 넘치고 있지만 그런 연유에 따른 물가 공포가 세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정부나 국민들이 나중에 자금이 빠져나갈 것을 잘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부동산시장도 나중에 손해가 없을 전세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고, 위험성이 있는 매매시장에는 발을 들어놓지 않은 채 먼 산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는 것입니다.

전세시장이 달아오르게 되자 애꿎은 서민들은 갑자기 상승한 추가전세금 마련에 속을 태우게 되고 마지못해 지역을 멀리 바꾸거나 환경이 좋지 않은 곳까지 이삿짐을 싣고 가는 현실입니다. 이 기회에 사버리겠다는 분들이 어쩌면 현명한 판단을 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금리는 2.0%에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2.75%로 올랐기 때문에 대출이자는 벌써 수십 만 원이 올라있음도 사실입니다. 결국 집이 없어도 걱정, 집이 있어도 걱정인 세상이 되었으니 부동산시장은 남몰래 웃을 리 없다는 판단이 옳을 것 같군요.

하지만 가시 없는 장미가 어디 있으며 뼈 없는 고기가 어디 있겠는지요? 높은 산에 오르려면 위험도 있게 되고, 평범한 일에도 고비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지금 1000원 주고 붕어빵 3개를 사시겠습니까? 20년, 30년 후에 1개에 3000원을 주고 사시겠습니까?

이번 물가와의 전쟁은 다른 때의 인플레와 다릅니다. 선진국들이 돈을 찍어낸 후유증이기 때문에 돈이 넘쳐 상승폭이 크다는 것입니다. 지금 3억짜리 집이라면 앞으로 35년쯤 후 얼마짜리 집이 될까요? 물가가 전쟁을 하면 부동산은 남몰래 웃는다고 했으니 이 계산도 스스로 해 보셨으면 합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