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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시작

웃는얼굴로1 2014. 5. 4. 23:12

공병호

 

서강대학교 재임하고 계시는 동안 한국학회에서 걸출한 업적을 남기신 김열규 교수님이 계십니다.

 

1991년도에 은퇴를 하셔서 지금은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 노년을 보내시면서 많은 업적을 지금도 만들어 내고 계신 분입니다. 최근에 대중소설을 하나 쓰셨습니다. 김열규 선생님이 ‘노년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젊은 사람이 쓴 노년이 아니고 본인 자신이 노년을 보내면서 같은 동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에게 ‘노년이라는 삶이 과연 어떤 삶인가?’ 이런 부분을 아주 예리한 필력으로 그려냈습니다. 책을 표지를 보시면 책의 첫 페이지가 아주 아름답습니다. 거기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남녀의 노년의 카툰이 잘 그려져 있기 때문에 저는 책 자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의 중간에는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시작’ 이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하단에는 돈으로 절대 살수 없는 노년의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물론 책의 편집자들이 책을 팔기 위해서 그렇게 썼지만 저는 가장 아름다운 말은 제목인 ’노년의 즐거움‘이라는 단어라고 봅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인들 즐겁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유년기든, 소년기든, 청년, 중년, 장년이든 간에 우리는 언제든지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삶에 즐거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인간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위대함은 ’스스로 어떤 순간이든 즐거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우리가 영장류 가운데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쩌면 다른 분 보다 조금 일찍 은퇴자의 생활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41살이 되던 해에 조직을 떠났고, 그 조직을 떠난 삶이라는 것은 정말 많은 시간들을 스스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삶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저는 가끔 “아, 이런 것이 은퇴자가 경험하는 삶이겠구나.”라는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김열규 선생님의 노년의 즐거움, 구석구석에서 가슴 저려오는 명문장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여러분 한번 들어 보시죠. 60페이지를 보시면 ’현대의 노년은 지독한 고독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한 두세기 전만 해도 이른바 대가족주의 덕택에 노년들도 크게 외로움에 시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너무나 달라져서 어떤 노년도 외톨이 신세에서 벗어 날 수 없게 되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김열규 선생님이 가지고 계시는 삶의 단상들, 다르게 표현하면 순간순간 경험하게 되는 절대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고독과 더블어서 잘 살아가는 일은 노년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할 일이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스스로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다루는 것. 생산적으로 보내는 능력은 노년뿐만 아니고 우리의 청, 장년기를 통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될 훈련의 대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느 날 노년이 왔을 때 그와 같은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허겁지겁 할 것이 아니고 청년기와 장년기를 보내면서도 ‘어떤 경우든 간에 무리 속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지만, 무리를 떠나서 스스로 생활을 해 나가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제 자신뿐만 아니고 여러분들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적극적으로 고독을 그리고 홀로를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혼자 있기를 보람찬 것으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그것이 노년이 누려야 할 가장 중요한 나이 값이다. 독불장군이란 말을 긍정적인 의미로 살려 내는 것! 바로 그것이 노년이다.“ 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무소속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 시절이 왔을 때 ’우리는 젊은 날에 멀리 뛰고, 아주 높게 뛰고, 그러나 잘 내려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이른바 메뚜기 정신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다루야 한다는 부분을 명심하시고 젊은 날부터 충분한 노년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