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동산 관련)

부동산 한파에도 너희는 피었구나

웃는얼굴로1 2010. 12. 16. 16:30

"이렇게까지 많이 몰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지난 6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청약을 받은 '당산 삼성쉐르빌' 오피스텔(408실)은 불과 이틀 만에 7000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17대1에 달했다. 이 오피스텔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요즘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인기 아파트보다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 놀랐다"고 말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1년 내내 바닥권을 맴돌았지만 그래도 뜬 상품은 있다. 바로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소형 아파트다. 이들 상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투자하면 매달 알토란 같은 현금이 주머니에 들어온다는 것. 주택 규모가 작아서 투자비가 적게 드는 만큼 리스크가 낮다는 점도 비슷하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세 상품 모두 본인이 직접 살기보다 임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라며 "불황에는 몸집이 작고 매달 고정 수익이 나오는 실속형 부동산이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전성시대

올 들어 주택가격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자 그동안 투자자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더욱이 올해 전세물건이 품귀 현상을 빚고 가격도 급등하면서 전세수요자나 투자자 모두에게 가장 주목받은 상품 중 하나가 바로 오피스텔이다.

최근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소형이 인기의 중심에 서 있다. 분양대행사인 '더감' 이기성 대표는 "실거주보다 임대를 놓아 현금수입을 얻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분양한 당산 삼성쉐르빌이나 지난 10월 서울 강남역에서 선보여 각각 37대1, 5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강남역 아이파크, 강남역 서희스타힐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어느 정도 될까.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평균 6.3%, 서울은 5.8% 수준이다. 최근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오르다 보니 수익률은 약간 낮아졌다.

오피스텔과 함께 올해 가장 히트한 상품은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원룸과 비슷하지만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오피스텔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싸고, 투자자는 1억~2억원대면 살 수 있어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급부상했다.

건설업체들도 아파트 분양이 저조하자 앞다퉈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2000가구에도 못 미쳤던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실적은 올해 7~10월까지 3개월 동안에만 9000건을 넘을 만큼 급증세다.

올해 선보인 도시형 생활주택도 곳곳에서 '분양 대박'을 터뜨렸다. 한미파슨스가 서울 관악구에서 처음 출시한 '마에스트로', 현대아산이 서울 강동구에 선보인 '웰하임' 등은 평균 6~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소형주택, '작은 것이 아름답다'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과 함께 올해 부동산 시장의 3대 히트상품으로 꼽을 만한 것은 소형 아파트다. 지난 10월 말 기준 국민은행 주택가격 지수(2000년=100)를 보면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244)이 85㎡ 초과 대형(230)을 이미 앞질렀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올해 아파트값 상승률에서도 상위 10위권을 휩쓴 아파트는 모두 30평대 이하 중소형이었다.

소형 아파트가 뜨는 원인은 크게 보면 2가지다. 우선 전세금 급등이다. 올 들어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매매가격과 격차가 줄어들자 전세 수요자들이 20~30평대 소형 아파트의 구입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인구 구조의 변화다. 2000년대 이후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굳이 큰 주택에 살아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1~2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4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20년 후에는 전체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전체 인구는 줄어도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일본식 '미니 주택'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엔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내년에도 이들 3대 상품의 인기는 지속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집값이 크게 오르기 힘든 상황인데다 인구 감소 추세 등을 감안하면 올해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들 상품이 갑자기 대량 공급되면서 일시적 과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분양가가 슬그머니 오르기 시작했다"면서 "분양가 상승은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묻지 마' 투자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중대형 아파트의 부활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미분양과 미입주된 대형 아파트가 소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유하룡 기자 you11@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