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집 마련은 먼 길가는 인생여행
먼 길을 떠나려 할 때 이슬비가 내린다면 여러분들께서는 어찌하시겠습니까? 여행을 취소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곧 날씨가 좋아질 것을 믿고 계획했던 여행을 떠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아니면 해가 저물 때까지 떠날까, 말까 망설이다가 저녁이 돼서야 맑은 별빛을 본 후 후회를 하신 분도 계실 거고요.
요즘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정치. 경제 사정들이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니라고 봅니다마는, 태평성대인 세상에서도 자잘한 악재는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잔치에도 주정꾼은 있었고, 좋은 날씨에도 간혹 이슬비는 내렸다는 뜻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를 하시려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계신 분들께 여쭙니다. 지금 먼 길을 가기 위해 긴 인생여행길의 출발점에 서있다고 해도 결코 무리는 아니겠지요? 원래 집 마련은 인륜지 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으니까요.
집을 사기는 사야하겠으나 지난 3년 동안 집값 떨어지는 걸 본 후 영 자신이 서지 않으실 겁니다. 갈아타기를 해야 하겠으나 살던 집이 팔리지도 않지만 앞으로 대형시장이 또 곤두박질치게 되면 어찌할까 걱정도 되실 테고요.
그런 와중에 연평도에서 총소리가 났고, 유럽 등 세계 여러 곳에서 몸살기가 있다하니 우리나라로 전염되는 게 아닐까 염려되시리라 믿습니다. 집 마련이라는 긴 인생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이슬비가 내리는 이치가 되겠군요. 그러나 여행을 취소하거나 머뭇거리지 마시고 떠나심이 옳다고 봅니다.
-왜 지금 집을 사야 하는가?_
“있을 때 잘해”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습디다. 있을 때 잘못하게 되면 떠난 후 후회하게 된다는 뜻이겠지요. 현재 주택시장의 상황을 보면 이미 급매물은 다 빠졌어도 값은 눈에 띄게 오른 상태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직도 미분양은 쫙 깔려있고 찬찬히 살펴보노라면 나름대로 명품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음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런 매물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게 되면 이미 때는 늦지 않던가요?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어쩌면 주택시장에서도 늘 있었던 학습효과가 아닐는지?
부동산시장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난 후 따져보면 어느 새 올라있었음을 경험하셨겠지요? 무쇠 가마솥에 불을 때게 되면 좀처럼 더운 기운이 올라오지 않지만 더워지기 시작하면 식을 줄 모르는 이치나 진배없다는 뜻입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을 들어보셨겠지요? 어느 지역에 조금 올랐다, 어떤 주택이 약간 올랐다는 말이 있은 후 2-3개월이 지나게 되면 알게 모르게 모든 주택들이 다 올라 있음을 여러 번 느끼셨을 겁니다.
지금은 주택시장에 약한 가랑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약하게 내린 가랑비일지라도 옷은 늘 젖어들어 무거워지고 있다는 표현을 드리고 싶군요. 무거워진다는 건 돈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이지요.
부정론자들처럼 기회를 고난으로 보게 되면 늘 세상에 속고 산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슬비가 내리거나 가랑비가 내리거나 여행길의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던가요? 부동산만은 고난을 기회로 보시되 벌과 나비의 눈으로 살피시라는 권고를 드립니다.
-물이 차면 배도 뜬다.-
우리들은 다 같이 시간이라는 함정의 배를 타고 멀고도 짧은 인생길을 가고 있음이 사실일 겁니다. 항시 물은 넘치지 않고 쪼들린 생활을 하면서도 말입니다. 그러나 말랐던 저수지에도 어느 날 물은 차오르게 되고 배는 뜨더라는 것이지요.
돈도 세월 따라 불어나더라는 이치로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 호주머니에 돈은 없을지라도 세계적으로 돈이 불어나고 있다면 곧 배가 뜨지 않겠는지요? 그래서 부동산은 뱁새지만 물가는 황새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화폐가치는 갈수록 떨어질 것이고~
지금 가장 마음이 급한 분들은 1960년대 출생자들일 듯싶군요. 빨리 갈아타야 한다는 생각은 굴뚝같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우선 거래부터가 활성화 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또 앞으로 1-2인 가구만 증가하기 때문에 대형은 값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디다마는 그런 분들은 공간에 대한 욕망을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닐는지?
산부인과 폭발세대로 보는 1967-1971년생 500만 명과 1964-1974년생 1천 60만 명은 갈아타기 세대라고 봐야 하겠지요. 그렇다면 앞으로 대형주택은 아무래도 한몫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현재 대형은 공급까지 중단상태에 있으니까요.
화폐는 늘고, 금리는 낮고, 원자재는 뛰고, 인플레는 기침을 하고 있음이 계속 눈에 들어옵니다. 아침 기침은 일어났다는 신호라지요? 당분간은 주택시장은 눈치싸움이 계속되겠지만 2011년 서울의 입주물량이 7000가구 정도 부족하다고 하니 이미 게임은 끝이 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부동산 싸이트에 좋은 칼럼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음을 봤습니다. 이 칼럼도 그 홍수 속에 떠다니는 신발짝이 될지, 여러분들에게 신기원이 될지 모르겠지만 부동산시장에 바람기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아 주셨으면 좋겠군요.
옛날 어느 기생이 돈 있는 한량에게 “가지 마세요. 지금 밖에는 낭군께서 쇤네와 함께 있으라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습니다.‘하면서 붙잡았으나, 한량에게 돈이 떨어지자 ”이제 밖에는 낭군께서 가시라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한량을 내 보내더랍니다.
아무튼 가랑비는 가라고 내린답니다. 내 집 마련의 먼 여행길에 오르실 분들께서는 가랑비 무서워 먼 길 못 가는 일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소형 오피스텔과 같은 안개꽃 부근에는 가지 마시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군요. 나중에 물이 넘치게 되면 종이배는 뒤집어 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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