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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이끌 확실한 ‘한 방’ 없어 가격 급등 힘들 듯

웃는얼굴로1 2010. 11. 22. 00:42

올해 주택시장 주요 지표들이 대세상승기로 가기 직전인 2005년과 닮은꼴이어서 내년 주택시장이 과거처럼 대세하락에서 회복에 이어 대세상승의 사이클을 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2005년의 경우 주택시장은 2003년 말부터 이어진 대세하락을 접고 연초부터 주요 지표들이 줄줄이 호전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저금리로 시중 부동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택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 그러자 정부는 재건축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8·31대책 등 각종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에서는 규제를 비웃듯 '풍선효과'까지 나타나면서 2006년 대세상승기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은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내년 주택시장이 과거 사이클처럼 대세상승기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시장 주요 지표들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과거와 달리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 만한 뚜렷한 호재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02년 당시는 공급부족으로 인한 전셋값 급등이 집값 폭등을 불러왔다. 또 2006년에는 과잉 유동성재개발·재건축사업, 수도권 신도시 추진 등의 개발호재가 시장을 이끌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최근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상승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과거 급등기 때 나타났던 폭발력을 가진 호재가 없다는 것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공급부족 과거보다 더 악화

하지만 주택 공급량(입주 기준)이 앞으로 2∼3년간 너무 부족하다는 점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큰 불안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2007년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최근 들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 공급량이 너무 적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내년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1035가구로 올해 3만4621가구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어 2012년에는 1만4188가구까지 줄어 올해의 40% 수준까지 급감하게 된다. 2000년 당시 5만7163가구, 2001년 6만2850가구, 2004년에도 4만6145가구, 2005년에도 4만1633가구 등 과거 급등기 이전의 주택 공급량에 비해서는 더 많이 줄어 사상 최악의 주택수급난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보급률도 수년간 100% 수준에서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집값이 안정되려면 통상 주택수요자 이동 시차를 고려할 때 주택보급률이 110% 수준을 넘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06년 94.1%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93.1%로 떨어졌고 수도권도 2005년 96.0%에서 95.4%로 내려앉았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일부에서는 주택공급 과다를 얘기하지만 서울 수도권 등 선호지역에서는 여전히 집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최근의 전셋난과 전셋값 상승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요여건 과거 급등기 수준 근접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요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6월 기준 소비자의 주택구입능력지수가 69.9를 기록, 200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구입능력지수는 소득순위 중간계층의 근로자가 주택시장 중간가격의 집을 구입하는 데 드는 부담을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낮을수록 집을 사는 데 드는 부담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구입능력지수는 2008년 3·4분기 83.4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 올해 2·4분기 70선 아래로 진입했다. 집값이 크게 오르던 2005년의 주택구입능력지수가 65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매달 조사·발표하는 주택 매도·매수심리 지수에서 매수 우위심리 지수는 지난 6월 3.9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계속 상승하면서 지난 15일 기준으로 15.5까지 오른 상태다. 매수심리지수는 2002년 집값 폭등을 바로 앞둔 2001년에는 연초 2.5에서 연말엔 32.5로 치솟았고 2006년 대세상승 전해인 2005년에도 연말에는 12.1까지 올랐다.

■과잉 유동성도 과거와 유사

수급 이외에 주택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는 시중 유동성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거나 증시가 호황일 때 특히 많이 나타나는 유동성 과잉은 증시와 묶어 분석할 필요가 있다. 통상 증시에서 수익을 내면 그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세상승기였던 2006년의 집값 폭등 원동력은 과잉 유동성이었다. 정부의 저금리 기조로 정책금리가 2001년 5%대에서 3%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시중자금이 증시로 몰렸고 이로 인해 주가가 2005년 한 해 53.96%나 올랐다. 이후 주가 급등에 부담을 느낀 자금들이 2006년 대거 증시를 이탈,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그해 주택가격이 무려 11.6%나 급등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가 1700∼1800선에 달하던 때에 무려 11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실제 지난 10월부터 증시 이탈자금이 부동산으로 조금씩 유입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도 시중 유동성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해외 유동자금이 국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아주 높아 과잉 유동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이끌 큰 호재 없는 점 달라

그러나 과거 주택가격 급등기에는 반드시 시장을 이끄는 큰 호재가 있었지만 최근의 지표에서는 단 한 가지, 주택시장을 자극할 만한 특별한 '호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특히 최근의 전셋값 급등이 2002년 당시처럼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의 전세가율은 2002년에 비해 아직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1년 1·4분기 서울의 전세가율은 56.9%, 수도권은 59.02%였다. 그러나 지난 17일 기준으로 서울은 전세가율이 40.59%, 수도권은 42.54% 수준이다. 따라서 전세가율만 놓고 보면 당장은 매매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