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현들은 명당을 찾기보다 먼저 어진 지사(풍수사)를 구하라고 한결같이 말했다. 길한 터를 구하려면 반드시 어진 지사를 만나야 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길지를 얻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진 지사와 인연을 맺기가 어렵다. 복 있는 사람은 지사를 잘 만나 덕을 간직한 땅을 쉽게 얻고, 지사의 눈을 빌리지 않고서는 비록 눈 아래에 좋은 땅이 있어도 알 수 없다. 혹 얻었다 해도 옳은 혈을 찾지 못하고 장법(葬法)을 어기기 쉬우니 득보다 해가 크다.
풍수의 법술에 능통한 사람을 보통 '지관(地官)' 또는 '지관 양반'이라 부른다. 지관이란 조선 시대에 음양풍수학 과거 시험에 합격해 왕가의 능지(陵地)를 선정하는 일에 관여하던 관리다. 왕릉의 터를 찾을 필요가 있을 때만 임명된 임시직이었다. 풍수 실력은 있으나 지관 벼슬을 하지 못한 사람은 보통 '풍수'라고 불렀다.
조선 시대에 지관이 되려면 한문에 능통해야 하고, 선배 풍수사를 쫓아 명산대천을 답사해야 했다.
지관의 풍수 실력은 동일하지 않으며 4단계로 구분했다. 범안(凡眼), 법안(法眼), 도안(道眼), 신안(神眼)이 그들이다. 범안은 산천의 길흉을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하는 단계이고, 법안은 풍수 이론에 해박한 사람이다. 도안은 정법에만 의지하지 않고 기감을 통해 대지를 척척 잡는 수준이다.
문제는 신안이다. '도사'라고 스스로 칭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풍수 이론에 근거하지 않고 산매(山魅)나 귀신의 힘을 빌려 판단한다고 한다. 그들은 풍수적 논리보다 신비한 술수로 사람을 단숨에 제압한다. 일반인들이 혹하고 꾐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신안을 자칭하던 S씨는 6가지에 도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멀리서 산만 바라봐도 훈훈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보여 대지를 잘 잡고, 풍수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어도 풍수 이론에 해박하고, 패철(풍수 나침반)을 소지하지 않고서도 좌향을 신묘하게 놓는다고 해 웃음거리가 된 바 있다.
어진 풍수사를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묘지를 선정하고 장례를 주관했으면 전 과정을 무슨 사고 원리로, 어떤 의도로, 어떤 상황에서 결정했는가를 글로 꼼꼼히 적은 결록(訣錄)을 발급해 주는가 여부를 살피면 된다. 이것은 풍수의 품질보증서로 몸이 아파 의사를 찾아가면 진찰 후에 처방전을 써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풍수를 의뢰할 때는 반드시 풍수사에게 "결록을 써주십니까?" 하고 사전에 물어봐야 한다. 도안이니 신안이니 하며 도사 흉내를 내더라도 결록을 써주지 않으면 그 사람의 풍수 실력을 믿지 말아야 한다. 언제 말이 뒤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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