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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배출된 10명의 대통령 가운데 6명이 영남출신이다. 이번 12월 대선에 예상되는 후보들 가운데 현재 지지율이 높은 이들이 대부분 영남출신이다. 인걸지령(人傑地靈)이라면 장차 자녀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은 '맹모(孟母)'들은 강남이 아니라 영남으로 가서 자녀를 낳거나 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해방 이후 영남에서 대통령이 많이 배출된 것도, 이번 12월 대선후보들이 압도적으로 영남출신이 많은 것도 풍수학인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실학자 이익(1681~1763)의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영남이 '버들가지(楊柳枝)'에 해당되어 조선의 기둥이 되기에 인물이 많다는 주장을 편다.
'백두산에서 시작하는 지맥이 태백산과 소백산에 이르러서 하늘에 닿도록 높이 솟았는데 이것이 본줄기이다. 그 중간의 여러 갈래들은 모두 서쪽으로 갈려 갔다. 이러한 조선의 지맥 흐름을 전체적으로 보면 버들가지 형국이다. 풍수사들은 버들가지 끝에 알맹이가 맺는다고 하였다. 바로 그 알맹이 자리가 영남이다. 버들가지라고 이름한 것도 적절하며, 인물이 배출되는 것을 보아도 영남이 인물의 창고라 할 수 있다. 나라가 의존할 수 있는 힘은 영남 말고 다른 데서 찾을 수 없다.'(성호사설)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협한 '남인' 실학파―이익과 그의 재종손이자 '택리지'의 저자인 이중환이 대표적이다―의 국토관이다. 그러한 국토관은 주로 정치권력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고려 태조 왕건은 '훈요십조'에서 금강이 반궁수(反弓水·하천의 공격사면)라서 금강 이남 사람들이 배역할 수 있으니 조정에 등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지도를 펴 놓고 보면 금강보다도 낙동강이 더 큰 반궁수이다. 그 논리대로 따르자면 낙동강 동쪽에서 더 큰 배역의 인물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해방 이후 영남에서 가장 많은 대통령이 나왔고, 이번 유력후보들도 대부분 영남출신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필자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교육과 문화 그리고 경제의 중심지인 서울·경기에서 지금까지 대통령을 한 명도 배출하지 않은 것이 궁금하다. 훌륭한 인물들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배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배출하기에는 무슨 여건이 맞지 않았을까? '대통령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흥미로운 것은 일찍이 정조<사진> 임금이 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우선 그는 함경도에 인물이 나지 않는 것은 고려 공민왕 때 우리나라를 찾아와 쇠말뚝을 박은 명나라 도사 서사호(徐師昊)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이어서 한양에 인물이 나지 않는 것은 북한산성 아래에 수십 년 전에 소금을 쌓아 태워 뜸을 뜨고 염산(鹽山)을 만들어 놓는 바람에 지맥이 끊긴 것 때문이 아닌가 의심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양의 인물난이 주산인 북한산 아래 누군가가 소금불을 지른 탓이라고 생각하였을까? 정조 임금이 심심해서 그냥 해본 말이 아니다. 정조는 이론뿐만 아니라 실무에 대해서도 당대의 그 어떤 지관보다 풍수에 능했다. 당대의 최고 풍수술사들을 모두 만나 보았다. 훗날 그는 풍수에 대한 저술을 한 권의 문집으로 남겼다('홍재전서' 제57권). 그는 궁금해했다. 왜 한양에서 큰 인물이 나오지 않을까? 이후 아무도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았다. 정조를 이야기하고 싶은 까닭이다. 정조는 풍수를 통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화성의 융릉). 동시에 그는 풍수 때문에 집권 초기부터 국정운영을 힘들게 하고 말았다(동구릉의 원릉). 어떻게 융릉을 통해 정조의 운명을 바꾸었는지부터 다음에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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