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주도로 공영개발…박원순시장 `임대·분양 5대5 개발안` 전면 수정
아파트 대신 업무시설로 투자금 회수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이 분양주택 없이 100% 임대주택만 짓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투입한 개발비용은 아파트 대신 연구ㆍ업무시설 등 오피스나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방식으로 회수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에는 분양과 임대주택을 5대5로 짓는 방향으로 추진했으나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개발방향이 임대 위주로 확 바뀐 것이다.
↑ 서울의 대표적 무허가 판자촌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이 분양주택 없이 100% 임대주택을 짓는 방향으로 개발된다. 사진은 구룡마을 판잣집 전경. <이충우 기자>
서울시는 제1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안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도계위는 당초 입안됐던 용지에 일부 훼손지역 7844㎡를 추가해 총 28만6929㎡의 면적을 지정해 개발안을 수정 가결했다. 구룡마을은 그간 민영개발을 주장하는 주민들과 공영개발 방식을 추진하는 서울시 간 대립이 지속됐던 곳으로 시가 이번에 SH공사 주도의 공영개발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도심 개발에 떠밀려 오갈 데 없는 빈민들이 모여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타워팰리스 옆 판자촌으로 유명한 구룡마을은 현재 1242가구에 약 2530명이 실거주하고 있는데 토지소유권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사유지를 불법점거했다는 이유로 30년 동안 주민등록 등재가 거부되다 지난해 5월부터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도계위를 열면서 이곳에 들어설 주택계획에 대해 원칙적인 추진방향을 정했다. 애초엔 총 2750가구 중 임대 1250가구, 분양 1500가구로 각각 계획됐다. 오세훈 시장 시절부터 만들어진 계획이며 개발을 주도하는 SH공사는 임대주택에 투자된 재원을 분양에서 회수하는 게 통상의 방식이다.
그러나 지난 20일 도계위에선 분양주택 대신 업무ㆍ연구시설이 들어서는 오피스를 짓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인근 개포지구에서 앞으로 1만5000가구 이상의 새 아파트가 쏟아진다"며 "구룡마을에서 분양하는 공공 아파트 가격이 너무 싸면 '로또'가 되고 인근 재건축 아파트 분양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논란이 큰 아파트 분양 대신 오피스 분양을 통해 투자 재원을 회수하는 동시에 지역 일자리 창출도 노린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1242가구에 대해 100%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임대료와 임대보증금도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월 5만~6만원, 임대보증금 200만~300만원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개발이 진행된다는 소식은 반기면서도 세부조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많아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구룡마을 주민 유 모씨는 "주민들 처지에선 속히 개발이 진행돼 좋은 환경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임대주택과 함께 오피스 등이 들어서 거주환경이 좋아지면 주민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영개발을 추진해왔던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당초 민영개발에서 약속됐던 조건들이 대부분 수용돼야 한다며 서울시 계획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조건이 구룡마을 서쪽에 위치한 산 154, 156-2 2필지의 땅을 개발 계획에 포함하는 것이다.
김재완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대표의원은 "민영개발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33㎡가량 가지고 있는 땅을 포함해 개발하기로 돼 있었다"며 "공영으로 개발하더라도 조건은 민영에 준하는 내용이 돼야 주민자치회와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이 이번 도시개발구역 지정안에서 제외되면서 주민자치회 측에선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편 토지를 갖고 있지 않은 주민들 사이에선 개발 자체가 오히려 부담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보증금 3000만~6000만원에 월세 30만~60만원을 감당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으면 여지껏 이 판잣집에 살았겠느냐"며 "개발 자체가 부담인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개발방식은 둘째치고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이지용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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