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DTI 규제 남아 아직은 매수세 위축… 역세권 원룸 사업 유망"

웃는얼굴로1 2012. 6. 16. 01:45

PB들이 본 '5·10 대책' 후 부동산 시장 흐름
자산가들 장기침체 대비에 나서 우량 부동산 자녀들에게 사전증여
빚 감당 안 돼 급매물 내놔도 안 팔려 하반기엔 실수요자 신도시로 몰릴 듯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투기지역 해제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5·10 부동산 대책 이후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선 이렇다 할 효과가 나타나진 않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덮치면서 시장이 움츠러든 것도 있지만, 5·10 대책의 최대 수혜처로 꼽히는 서울 강남 3구에서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주택 매매거래는 여전히 정체 상태이고, 일부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이 더 떨어졌다. 과연 이런 어려운 시장에서 자산가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머니섹션 M과 하나은행이 진행하는 '돈버는 M노트' 코너 소속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강지현 센터장, 김근호 상속증여센터장, 정준환 PB사업부 PM팀장, 정봉주 부동산팀장, 박근보 PB사업부 차장, 현권수 평창동PB 센터장. 정부의 5₩10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선, 강지현 센터장과 정준환 PM팀장, 현권수 센터장이 참석했다. /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머니섹션 M은 거액 자산가들을 매일 상대하는 하나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을 통해 현장에서 감지되는 부동산 시장 변화 흐름에 대해 분석해 봤다. 부동산 투자법을 귀띔해줄 전문가들은 강원경 압구정 골드클럽 PB센터장, 강지현 영업1부 골드클럽 PB센터장, 손경지 PB사업부 부동산팀장, 정준환 PB사업부 PM팀장, 현권수 평창동 골드클럽 PB센터장 등 5명이다.

◇우량 부동산은 자녀에게 사전증여

―현재까지 분위기상 5·10 대책의 시장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강남 3구가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은행권에서 추가대출(40→50%)이 가능해졌지만 실질적인 대출확대 움직임도 눈에 띌 만큼 증가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강남 쪽 거주자들 중 자녀결혼, 세대분리 등의 수요를 가진 경우에는 실제 매매까지 의사 결정을 하진 않더라도 압구정·반포·잠원·잠실·대치·도곡 등 주요 거주 지역에 대한 매수 움직임이 조금 더 밑바닥에서부터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10 대책은 매수자 중심의 자금조달책이 아닌, 매도자 중심의 세제 완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더구나 DTI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영업현장에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느끼기엔 다소 거리가 있다. 부동산 자산가들은 장기 침체 대비에 나서고 있다. 우량한 부동산은 자녀에게 사전증여하는 등 적극적인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주택 매도 타이밍을 좀 더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보고, 다소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무리하게 손해를 보고 팔진 않겠다는 전략이다.

―집값 바닥이 어디냐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아직은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는 실정이다. 다만 오피스텔·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수익 발생분과 관련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혹은 추가로 구입하는 부동산 물건의 자금 출처로 활용하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빚 많이 진 주택 투자자 부담 커질 것

―주택의 단기 양도세율 완화(1년 미만 40→50%) 조치는 효과가 미미해 보인다. 최근 단기간 내에 가격이 급등한 물건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가령 강북 평창동·삼청동·가회동·팔판동 등은 특정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비교적 유지되었던 지역이다. 그러나 이 지역도 양도세 완화에 따른 매도세가 증가하고 있진 않다.

―과거 2000년대 초반 지속적인 집값 상승으로 자본차익을 쉽게 챙겼던 부동산시장은 현재로서는 재현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더욱이 이번 5·10 대책에서 LTV, DTI의 전면 철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매수세가 크게 불붙을 가능성도 미미하다.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특히 카드, 캐피털, 고금리 대출 등의 자금조달을 통해 주택을 매수했던 사람들의 경우엔 원리금 상환압력에 못 이겨 급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급한 물량을 받아줄 매수 세력도 자금조달이 녹록지 않아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지역별 개발 호재 노려라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중산층 실수요자들의 초미의 관심시기가 될 것 같다. 경기 남부권(서판교·동판교·광교 등)의 신도시들의 경우 방학, 이사철, 7·8월 전세물량, 신도시 입주, 자가주택가격 하락 등 여러 가지 복합요소들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5·10 대책으로 인해 2년 이내 매도에 대한 조급함이 사라지면서 기존 주택처분에 대한 시간적 여유도 생겼다. 대체주택 개념으로 일부 신도시 지역의 우량물건에 대한 매수세가 증가할 수 있다.

―예전보다 주택 매수를 놓고 생각할 여지는 많아졌다고 판단된다. 주택 매수가격대는 더 기다려도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현재 은행권에 있는 자금은 부동산 매수용 대기자금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서 부동산 매수세를 직접적으로 자극할 만한 요인은 적어 보인다. 다만 지역별 개발호재(지하철, 도로, 공공시설, 택지개발, 재개발, 재건축 등)가 작용할 경우 개별적 편차를 보이며 가격대가 다양하게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가와 역세권 원룸 유망

―신촌·노량진·신림동·홍대입구 등 대학가나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원룸 사업은 유망해 보인다. 통상 원룸 3~4평 기준으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50만원 내외의 수익이 가능한데 실제로 토지소유자들의 경우 기존 단독주택을 허물고 원룸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토지를 확보한 경우엔 7~8% 이상의 수익률도 가능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주택 투자 수익률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의 경우에는 재평가를 통한 비교우위의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매각 청산에 나설 필요도 있다.

―도시의 팽창성을 전제로 한 중장기적으로 관점에서 본다면, 도시지역 인근의 전(田), 답(畓), 임야(林野)를 자녀에게 사전증여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도시가 커져 나가면서 이런 지역들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미리 자녀에게 싼값에 증여한다면 최종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