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역학

[김두규 교수의 國運風水(국운풍수)] 지도자는 사람 뿐 아니라 땅까지 꿰뚫어보는 카리스마 있어야

웃는얼굴로1 2011. 12. 25. 21:07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밀려 황량한 에도에 정착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로부터 불과 100년, 도쿄는 세계최대 도시로

대지(大地)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한 철학자 가운데 한 명이 하이데거(M. Heidegger)이다. 그는 '땅을 구원하는 사람만이 참으로 그 땅 위에 살 수 있다'고 했다. "땅을 구원한다는 것은 그 땅을 파괴나 폭력적 개발의 위험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의 고유한 본질에 자유롭게 존재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땅 자신의 재능과 본질을 드러내 그로 하여금 자신의 역량을 자유롭게 발휘케 하는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사람뿐만 아니라 땅도 직관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탁한 연못 속에 이미 고고한 연꽃의 싹이 숨어 있음을 직관하는 자이다.

땅을 봄에 있어 카리스마적 혜안을 가졌던 이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였다. 일인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견제로 동쪽 끝으로 밀려나야 했던 그가 근거지로 잡은 곳이 에도(江戶: 도쿄)라는 황량한 어촌이었다. 갈대가 우거진 습지였다. 가신들조차 이곳에 성을 쌓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 땅을 발판으로 천하를 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곳을 근거지로 삼은 지 20여 년 만에 에도는 인구 15만명의 도시가 됐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8세기 초 에도의 인구는 110만명이 되어 세계 최대 도시가 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땅에 대한 혜안은 죽어서도 계속된다. 1616년 죽음을 맞이한 그는 유언을 남긴다. '죽으면 바로 당일 구노(久能)산에 매장할 것. 일 년 후에 닛코(日光)산으로 이장할 것.' 이유는 그가 죽어서라도 자기 영토를 위협하는 서쪽(關西)의 세력을 막아주는 신(神)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후손은 260여년을 집권할 수 있었다.

땅에 관한 한 얼마 전 작고한 박태준 회장도 '땅을 구원'하는 '카리스마'를 가졌다.

첫째, 그는 '국토녹화사업'을 통해 우리 국토를 살렸다. 1960년대 전국의 산들은 모두 민둥산이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박태준에게 이를 해결하라고 지시한다. 그는 무연탄을 개발하여 땔감을 교체했다. 나무하러 산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전국의 산에 숲이 우거지고, 국토는 윤택해졌고 비옥해졌다.

둘째, 땅에 대한 혜안은 제철소 입지 결정에서 보여줬다. 당시 종합제철소 건설이 실행단계에 옮겨지면서 많은 후보지가 떠올랐다. 삼천포, 울산, 군산, 보성….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려는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포항은 관심 밖이었다. 그곳은 궁벽한 바닷가에 사초(莎草)가 만연한 작은 어촌이자 과거 왜구가 내왕하던 곳일 뿐이었다. 그러나 제철소의 성패가 입지선정에 달렸음을 확신한 박태준은 영일만(迎日灣) 포항을 직관한다. 해(日)를 맞이한다(迎)는 의미로 '영일'을 해석을 하지만, 해(日)는 불(火)을 상징하기도 하고 일본(日)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주 옛날 이곳의 연오랑·세오녀 부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 임금이 되면서 해가 없어진 곳이다. 끊임없이 한반도에 관심을 가졌던 이들은 일본의 서쪽(關西) 세력이었다. 이른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渡來人) 세력이다. 쳐들어오기도 하고 교역을 하기도 하였다. 불(火)과 일본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제압할 수 있는 바로 그곳에 포철(포스코)을 세운 것이다. 호랑이 꼬리(虎尾) 힘줄 위에 자리한다. 절묘한 진압(鎭壓) 풍수이다.

박 회장은 "철(鐵)을 자신의 신(神)"으로 여겼지만, 그 자신이 '철의 신'이 되기에 충분하다. 재산 한 푼 남기지 않고 죽은 그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쉽다. 2001년 뉴욕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전 만약 "죽으면 화장하여 뼛가루를 포항제철이 보이는 곳에 묻어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포철(포스코)과 동해가 보이는 포항의 어느 산자락에 안장되어 일본을 제어하고 이 나라를 지켜주는 국토의 신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마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죽어서도 신이 되어 자국을 지켜주고자 하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