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는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이 태어나 자란 한옥식 생가가 있다. 무한질주의 도시화에 편승해 너나 없이 고향을 떠나고 또 잊고 사는데, 고색창연한 한옥은 마치 쟁기를 끄는 누렁소의 등짝처럼 듬직하게 보인다. 안채와 사랑채가 따로 떨어진 생가는 그동안 일반인에게 일절 공개하지 않고 보전만 해오다 2007년 이 회장 타계 20주기를 맞이해 자물쇠를 풀고 전면 개방했다.
생가를 개방하자 초겨울 추위에도 부자 기(氣)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 방문객은 “사업이 안 풀려 마음이 답답하다”며 “부자가 태어난 곳에 가면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어 재물 복을 얻으러 왔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이 집은 곡식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노적봉(露積峯) 형상을 한 산의 기(氣)가 산자락 끝에 위치한 생가 터에 혈(穴)이 돼 맺혀 있다. 그 지세가 융성할 뿐 아니라 멀리 흐르는 남강 물이 빨리 흘러가지 않고 생가를 돌아보며 천천히 흐르는 역수(逆水)를 이루고 있어 명당 중 명당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치자 생가를 찾는 방문객이 다시 늘어났다고 한다. 평일에는 200~300명, 주말에는 400~500명이 생가를 방문한다. 방명록에는 ‘부자 되게 해주세요’, ‘부자 기운을 받아 모두 부자 되세요’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의령은 예로부터 부자 마을이 많고 인심까지 넉넉해 살기 좋은 고장으로 소문이 나 있다. 의령에 알부자가 많은 이유를 남강 솥바위, 즉 정암(鼎巖)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이 지방 사람들은 이 바위를 보물처럼 여긴다. 솥바위는 의령관문 앞을 흐르는 남강의 옛 나루터 정암진에 있는데, 연초록빛 강물에 발을 담근 의젓한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형체가 물 위로 반쯤 드러나 있고 물 밑에는 세 개의 큰 기둥이 받치고 있는 기이한 형상이라 왕권을 상징하는 정(鼎)에 비유돼 솥바위라고 불린다.
솥은 밥을 짓는 물건이고, 밥은 곧 쌀이기 때문에 솥은 예로부터 곡식, 즉 재물을 뜻한다. 그리고 솥바위의 세 발은 삼정승을 뜻하므로 바위를 기점으로 사방 20리 안쪽에 정승에 버금가는 세 명의 큰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는 전설이 이 지방에 전해져 왔다.
그런데 솥바위에 얽힌 전설은 모두 사실이 돼 버렸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솥바위에서 8㎞ 정도 떨어진 중교리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LG그룹 창업자 구인회 회장은 7㎞ 정도 떨어진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부를 일궜으며, 효성그룹을 창업한 조홍제 회장도 5㎞ 정도 떨어진 함안군 군북면이 고향이다.
경복궁 근정전 남쪽 모퉁이에 정(鼎)이라 불리는 세 발 달린 솥이 놓여 있다. 이 쇠솥은 향로나 불을 피우는 화로가 아니다. 솥이지만 지엄한 왕권을 상징한다. 임금은 신성한 솥에서 만든 음식으로 천하의 어진 이를 대접하고, 훌륭한 인재를 불러 그들의 중지를 모음으로써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보아 솥을 월대 위에 설치했다. 다리가 셋 달린 것은 나라를 떠받치고 지탱하는 삼정승, 즉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상징한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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