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잘려진 산허리는 마치 거대한 '인공협곡'을 보는 듯 했다. 거의 운동장 크기의 절개지는 온통 파헤쳐진 채 방치되다시피 내버려져있었다. 지난 사흘간 중부지방을 초토화시킨 '물폭탄'이 이곳을 강타한다면 자칫 대형 산사태로 인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29일 오전 강원도 동홍천~양양간 고속도로 구간 중 하나인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 내촌IC 일대 공사현장을 둘러봤다. 이곳은 내촌IC를 기준으로 동홍천 방향 7공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컨소시엄이, 인제 방향 8공구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한 고속도로공사 현장상황은 자못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이미 이전에 집중호우로 인해 토사유출 등 피해를 입은 곳과 눈에 보이는 곳에는 배수로를 내고 어느 정도 수해예방 시설을 해놓았지만, "100년만에 최대" "기상관측 이후 최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최근의 집중 호우를 감당하기에는 크게 미흡했다.
이곳 내촌면의 경우 지난 사흘간 다른 지역에 비해 총 강수량이 적었고, 또 짧은 시간에 퍼붓는 '물폭탄'도 상대적으로 덜해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시간당 100㎜ 안팎의 살인적인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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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개지 경사도 또한 가파르다. 산 아래쪽으로 마을이 보인다. |
실제 이날 오전 산 위쪽 도로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동안 공사 감독 책임이 있는 도로공사나 시공업체 관계자는 단 한명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날 가파른 산 위쪽 공사 현장은 집중 호우로 인해 공사 차량용 임시도로마저 깊게 패이고 유실돼 차량 접근이 아예 불가능했다. 그렇다 보니 안전 점검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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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용 임시도로가 집중호우에 깊게 패여 수로처럼 변했다. 외부로 반출하기 위해 캐놓은 소나무들도 이러저리 나뒹굴고 있어 위태롭기 짝이 없다. |
사흘간 비로 인해 이미 이곳 공사용 도로는 여기저기 깊게 패여 아예 수로로 변했고, 이전에 반출하기 위해 캐놓은 소나무들은 말라죽은 채로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또 일부 벌목해놓은 나무들은 계곡 쪽으로 쓸려 내려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문제는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중인 이런 산자락 끝에는 어김없이 농사를 짓고 사는 주민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자칫 대형 산사태가 발생한다면 엄청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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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홍천~양양 고속도로 구간 중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 내촌IC 일대 고속도로 공사 현장. 산 중턱과 위쪽을 절개하고 파헤쳐놓은 길이 마치 '인공협곡'을 보는 듯 하다. |
요즘 고속도로는 자동차 속도를 높이려고 가급적 직선으로 만들기 때문에 산 깊은 곳으로 도로가 통과하게 돼 산 윗부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계곡부로 유입된 토사가 농경지나 마을도로로 쏟아지는 일이 드물지 않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토사 유출량도 늘어난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감독기관인 도로공사와 시공업체는 특히 산지 고속도로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 강화 및 수해예방 시설 확충 등 수방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 호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종전 수준의 수방대책으로 일관할 경우 정말 큰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 & 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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